[권은경] 구시대적 제도의 개선이 절실하다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1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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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에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가 의미 있는 보고서 하나를 선보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적합한 생활 수준을 향유할 권리에 대한 보고서입니다.

유엔은 이날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는데요. 2017년 이후에 북한을 떠나 온 사람들 200명 이상을 유엔 조사관들이 만나서 북한에서 어떻게 생활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그 내용을 분석한 것이랍니다. 주요 내용은 우리 청취자 분들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경제생활의 어려움과 더 나아가 보위부나 보안성에 체포되거나 법적 문제가 발생하는 사례에 대한 것들입니다. 이 문제들은 단지 주민이나 국가의 경제적 어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인권유린이기에 유엔이 나선 것입니다.

여기서 얘기한 국제법은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인데요. 북한은 이미 1981년에 가입하고 비준까지 했기 때문에 이 국제규약에서 명시하는 규정들은 북한의 국내법과 같은 수준의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고 또 준수하겠다고 북한 당국이 약속한 내용들입니다. 즉 주민들도 이 규약에서 설명하는 권리들을 누릴 수 있도록 북한 당국이 보호 하고 국내법에서도 그 권리들이 보장돼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번에 발표한 유엔의 보고서는 여러가지 규약들 중에서 아주 일반적이지만 우리 주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권리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분석했는데요. 장마당 장사나 다양한 개인적인 경제활동으로 주민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면서 편안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권리에 대해서 특히 주목했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6조와 11조에 규정돼 있는 내용으로, ‘직업을 자유로이 선택할 자유’와 자유로운 경제생활을 통해서 ‘적당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보고서는 대다수 북한 주민들이 이제는 국가가 주는 배급이 아니라 장마당에서 각자 알아서 돈을 벌어 식량을 사는 세상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구시대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한 법제도에 얽매여 오히려 주민들의 자유로운 경제생활을 방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국은 장마당 활동을 허용하면서도 형법으로는 ‘사회주의 경제를 침해하는 범죄’나 ‘경제관리질서를 침해한 범죄’의 명목을 내걸고 상업, 인력고용, 대외 무역, 금융 등 일반적인 경제활동을 범죄로 다스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주민들이 효과적으로 장마당 장사를 할 수 있게 보장하려면 도시나 도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고 물품을 유통시키고 인력도 융통성 있게 활용하면서 경제활동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북한의 헌법에도 ‘거주 려행의 자유’ 그리고 직업선택의 자유나 ‘로동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고 돼 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장사를 위해서 다른 도시를 방문하려면 여행허가증을 받아야 이동이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심한 단속이 따릅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나의 능력과 취향에 따라 직업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지요. 때로는 대상건설에 강제적으로 차출돼서 돌격대에 나가서 본인의 의사와는 달리 건설현장에서 몇 년간 건설노동에 종사하며 돈벌이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당국자들은 국내법과 마찬가지인 국제규약의 내용과 헌법의 내용까지 어겨가면서, 상행위를 통제하고 주민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장사 품목을 제한하고 있다고 유엔 보고서는 비판합니다. 그리고 이런 문제로 체포 당한 사람들은 뇌물을 고이고 풀려나는 악행마저 자리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심지어 구금된다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뇌물을 고이느냐에 따라서 교화소 수감 중 처우마저 달라진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모든 문제들은 법과 규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가치를 존중하고 법을 지키고 따라야 한다는 법치주의의 원칙이 제대로 서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북한 당국이 법치주의 원칙을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유엔의 보고서는 이 같은 북한의 현 상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서 설명합니다. “경제권의 침해, 법제도를 무시한 체포과 구금, 뇌물 등 사유재산의 갈취, 학대, 주민들의 경제적 어려움,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연결고리 속에서 악순환 되고 있고 국가와 국민의 사회적 계약 관계는 파기 됐다”고 묘사했습니다.

유엔은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준수하겠다고 국제사회와 약속한 국제 인권규약의 의무조항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법과 제도를 현재 주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보장 받을 수 있게 되려면 지금같은 구시대적인 제도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것이야 말로 병진노선의 다른 한쪽의 목표인 경제개발을 위해서 북한 당국이 시급히 취해야 할 조치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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