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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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28일 베트남의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가진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이 합의 도출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회담 후 내용을 소상하게 알게 된 사람들은 오히려 아무런 합의를 하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고 말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몰딜,’ 즉 부분적 합의를 예상했고, 형평에 맞는 거래가 이루어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두 정상은 빈손으로 귀국해야 했습니다.

그동안 전문가들은 북한이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를 거부하고 줄기차게 ‘조선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것에 우려를 표해왔습니다.  ‘조선반도 비핵화’란 표현은 미국의 핵우산,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등을 포함한 미국의 모든 핵영향력을 제거하지 않는 한 북한이 먼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런 저런 시비를 하면서 핵보유의 구실로 삼을 소지가 많습니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말하는 ‘조선반도 비핵화’와 세계가 원하는 ‘북한 비핵화’의 차이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북한에 놀아나게 된다는 경고를 지겹도록 발해오던 중이었습니다.

이들은 북한이 가진 두 단계의 목표에 대해서도 경고해 왔습니다. 즉 첫 단계에서는 핵능력의 일부만을 포기하는 가짜 비핵화로 미국으로부터 대북제재 해제와 함께 종전선언 등 동맹이완을 위한 단초들을 얻어내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70년 숙원사업이자 최대의 대남전략 목표인 ‘미국의 한반도 이탈’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 그리고 국제사회는 ‘나쁜 스몰딜’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나쁜 스몰딜’이란 북한이 대미협상을 통해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하노이에서 북한은 정확하게 이것을 시도했습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포기’를 제시하면서 사실상의 ‘전면적’ 제재 해제와 함께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교환 등을 받아내려 했습니다. 회담 결렬 후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은 “우리는 일부 해제를 요구했을 뿐”이라고 해명성 반박을 내놓았지만, 그의 말대로 안보리 제재 11건 중 2016~2017년에 채택된 5건에서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들을 해제하면 사실상 ‘전면적 해제’가 되고 맙니다. 리용호 외무상이 말한 5건의 안보리결의, 즉 결의 2270호, 2321호, 2371호, 2375호 그리고 2397호는 석탄, 철광석 등 주요광물 수출, 북한의 석유 및 정유제품 수입, 대북 투자, 해외 노동자 송출 등을 금지 또는 제한한 것으로써 북한 정권의 목줄을 압박하는 것들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민수경제와 인민생활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것들이 해제되면 대북제재가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가짜 비핵화’를 제시하면서 제재를 모두 풀라고 한 것입니다. 회담 이전에 북한이 취한 조치들도 있지만, 이들은 모두 실질적 비핵화와는 거리가 있는 주변적 조치들입니다. 예를 들어,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중단했지만 평양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것이고, 풍계리 핵실험장 파괴도 관련국의 참관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실제로 내부 터널들이 파괴되었는지 입구만 폐쇄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의 일부 시설을 해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해체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태이며 관련국이 참관한 적도 없습니다. 북한은 이런 상태에서 영변 핵시설 포기라는 조그마한 선물 하나만을 더 얹고는 모든 제재를 풀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요구하는 ‘사실상의 전면적 제재 해제’를 거부하고 영변 이외의 핵시설에 대한 신고와 사찰도 필요하다는 ‘영변+ 알파’ 입장을 고수한 것입니다.

물론, 이번 회담의 실패로 미북 간 핵대화가 영구히 끝난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북한이 전면적 제재 해제를 원한다면 핵을 내려놓으면 되는 것이고, 한꺼번에 그렇게 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하기를 원한다면 양보하는 것과 받는 것 사이의 형평성을 맞추면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보따리는 조금만 풀면서 남의 보따리를 모두 풀라고 요구하는 식의 협상은 앞으로도 결실을 가져오지 못할 것입니다. 북한이 이런 이치를 거부한다면 말로는 핵을 포기하고 인민을 살린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인민생활의 향상보다는 끝까지 핵을 거머잡고 가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되고 맙니다. 조만간, 핵협상이 재개되기를 기대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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