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미국의 셰일오일 혁명과 이란 핵문제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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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호르무즈 해협은 북쪽의 이란과 남쪽의 오만 및 아랍에미리트 사이의 좁은 수로로서 페르시아 만의 산유국들이 생산하는 원유가 이곳을 통해 수출됩니다. 이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하루 평균 1천 7백만 배럴에 달하는데, 이는 해상을 통한 세계 석유 수송량의 1/3이며, 세계 모든 석유 거래량의 1/5에 해당합니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이곳을 통과하는 원유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미국이었고, 과거에는 중동에 위기가 조성되고 이란과 같은 나라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석유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금년 들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한 것은 지난 4월이었습니다. 발단은 이란 핵문제였습니다. 이란 핵문제는 2015년 7월 이란과 주요 6개국이 포괄적행동계획(JCPOA)에 합의에 서명하면서 해결되는 듯했습니다. 합의의 주된 내용은 이란이 우라늄 농축활동과 우라늄 비축량을 제한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수용하는 대가로 이란에 대해 취해졌던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원심분리기를 향후 10년 동안 3분의1 수준으로 감축하고 향후 15년간 3.67%이상의 농축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농축우라늄의 보유량도 300㎏으로 제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활동을 일시적으로 제한한 것과 탄도미사일을 제한하는 내용이 빠진 것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새로운 영구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이란은 이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이란산 석유의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 조치를 재개했고, 이란도 기존합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우라늄 농축량을 늘리고 농축도도 높이겠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렇듯 이란 핵문제를 둘러싸고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난 6월 13일에는 이 해역에서 2척의 일본 유조선이 공격받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국은 이란의 소행이라고 추정했습니다. 하지만, 원유 시장은 동요하지 않았고 원유가격도 전날에 비해 2%만 올랐습니다. 6월 20일에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군의 정찰드론을 격추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군이 즉각 보복공격에 나설 계획을 수립했지만 6월 21일 트럼프 대통령은 민간인 150여 명이 사망할 것이라는 보고를 받은 후 공격명령을 취소했습니다. 그리고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긴박한 사태에도 석유가는 3%만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그렇습니다. 중동이 기침을 하면 국제 유가가 폭등하고 세계 경제가 감기에 걸리던 시대가 지나가고 있으며, 중동 위기에 대한 미국의 대응도 과거에 비해 매우 느긋합니다. 무엇이 이런 변화를 가져온 것일까요? 그 정답 중의 하나가 셰일오일(shale oil) 혁명입니다. 셰일오일이란 지하의 퇴적암층의 미세한 틈에 갇혀 있는 원유를 말하며 미국은 고압의 물과 화학물질로 이 암석층을 부수어 석유를 뽑아내는 고수압 파쇄 (Hydraulic Fracking) 기술을 개발했고, 이 기술을 이용한 셰일오일 생산이 늘어나면서 2010년대 중반부터 최대 산유국이 되었습니다. 2018년도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은 1,531만 배럴로 1,228만 배럴을 생산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완전히 따돌렸습니다. 미국은 하루 평균 1900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하는 최대 석유 소비국이지만 셰일오일 혁명으로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미 대륙 전역에 분포한 셰일오일 매장지들을 확인하고 201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갔으며, 그 결과 하루 1,200만 배럴에 달하던 원유 수입량은 300만 배럴 미만으로 감소했고 수입원유 중에서 중동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22%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더 이상 미국을 위협하는 카드가 되지 못하며, 해협이 봉쇄되면 하루 600만 배럴의 석유를 소비하는 세계 제2위의 석유소비국으로서 수입 석유의 44%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중국과 중동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다른 나라들이 우선적으로 고통을 받게 됩니다. 물론,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는 이란에게는 자살골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즉, 해협이 봉쇄되면 석유 수출이 경제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이란에게 더욱 직접적인 타격이 됩니다.

지금 세계는 두 곳의 미해결 핵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이란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입니다. 이란 핵문제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또는 그것이 북한 핵문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미국이 중동 석유에 목을 맨 상태로 중동 문제를 다루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점이며, 그런 변화는 이미 감지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이런 자세가 북핵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완전한 북한 비핵화가 아닌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식의 북핵 해결은 북한만의 희망사항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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