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해병대의 군산·장항·이리 전투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
201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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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이 되면 대한민국 해병대는 전라북도의 군산지역 일대에서 군산·장항·이리지구 전투 전승기념행사를 개최하는데, 지난 7월 13일과 14일에도 해병대는 군산시의 후원으로 해병전우회와 공동으로 군산 월명공원 해병대 전적비와 은파호수공원 일원에서 ‘제69주년 군산·장항·이리지구 전투 전승행사’를 개최했습니다. 이 행사에는 참전용사, 현역 및 예비역 해병대 장병, 군산시민 등 800여 명이 참석하여, 국민과 함께 이 전투를 기억하는 축제를 열고 6•25 전쟁 중에 해병이 보여준 희생정신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리는 오늘날 익산의 옛이름입니다.

오늘은 6·25 전쟁 중에 한국 해병대가 치른 최초의 전투인 1950년 7월 군산·장항·이리 전투를 회상해보고자 합니다.

대한민국에게 있어 1950년 7월은 참으로 급박했던 시기였습니다. 남침과 함께 북한군이 파죽지세로 남하하면서 6월 27일 한국은 정부를 대전으로 이전했습니다. 북한군은 다음날인 6월 28일 서울을 점령하고 7월 2일에는 경기도 용인을 장악했습니다. 7월 4일에는 한국의 육군본부와 주한미군 사령부가 대전으로 물러났고, 7월 6일에는 평택시가 북한군의 수중에 들어갔으며, 7월 7일에는 긴급 파병된 미군 24사단이 평택 부근에 방어선을 쳤지만 이 방어선은 하루만에 무너지고 맙니다. 미 24사단은 대전 북방 대평리까지 후퇴하여 또 다시 방어선을 치고 북한군을 저지하고자 했지만, 7월 13일 북한군은 미군 방어선을 돌파하고 금강을 도하하여 정면과 측방에서 대전을 압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7월 14일 한국 정부는 또다시 대구로 피난을 가야 했습니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하여 유엔군과 한국군이 단일 지휘체제 하에서 전투를 할 수 있게 한 것도 1950년 7월 14일이었습니다.

군산·장항·이리 전투는 이런 급박한 상태에서 북한군 6사단을 상대로 펼쳐진 한국 해병대의 최초 작전이었습니다. 북한군 6사단 13연대는 7월초 천안을 점령한 후 소련제 T-34 탱크 200여대를 앞세우고 거의 무방비 상태나 다름이 없었던 호남지역을 향해 진격했습니다. 북한군은 순식간에 장항을 점령하고 남진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이 때 제주도에 있던 해병대 사령부는 1950년 7월 14일자로 해병대 사령관인 신현준 대령의 명의로 작전명령 1호를 발했습니다. 내용은 고길훈 해병 소령에게 제주도에서 긴급 편성된 해병대 대대병력을 이끌고 군산지역에 상륙하여 북한군 6사단 13연대의 호남진출을 지연시키고 호남지역에 있던 아군의 전략물자들을 안전하게 반출하라는 것이었습니다. 7월 16일 군산에 상륙한 고길훈 부대는 7월 20일까지 혈투를 벌이면서 북한군의 남진을 지연시키고 북한군의 수중으로 들어갈뻔 했던 정부미 1만 3천여 가마와 주요 전략물자들을 후방으로 옮기는데 성공한 후 철수하게 됩니다. 수적 열세와 열악한 장비에도 불구하고 고길훈 부대는 기습공격과 방어 등 다양한 전술을 구사하면서 북한군의 예봉을 꺾었고, 그 과정에서 350여 명의 적군을 사살하는 전적을 올렸지만 68명의 해병들이 전사하거나 다치는 희생을 치렀습니다.

이렇듯 군산·장항·이리지구 전투는 6•25전쟁 동안 해병대가 수행했던 최초의 전투이자 한국군이 울린 최초의 승전보였으며, 이를 두고 후세 전사가들은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고 말합니다. 당랑거철이란 사마귀 한 마리가 수레바퀴의 진로를 막고 맞선다는 고사성어인데, 대대규모에 지나지 않는 병력에다 장비라고는 기관총 4문과 박격포 2문 그리고 99식 소총이 전부인 고길훈 부대가 전차들을 앞세우고 물밀 듯이 밀려오는 북한군의 연대병력을 저지한 것을 두고 그렇게 비유하는 것입니다. 이 전투에서 자신감을 얻은 해병대는 그 후 낙동강 전선과 인천 상륙작전에서 더 큰 역할을 수행하면서 ‘귀신잡는 해병’이라는 별칭을 얻게 되는데, 후배 해병대원들은 군산·장항·이리지구 전투에서의 승리를 ‘무적해병’ 신화의 시발점으로 평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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