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혈통의 덫

김현아·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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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의 관심 속에 진행된 베트남에서의 2차 북미회담이 끝났습니다. 북한의 완전 비핵화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북한과 미국이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자그마한 결과라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은 적지 않게 실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는데 대해 환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북미는 모두 회담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다시 회담이 재개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당장 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담장소를 베트남으로 정한 데 대해 북미 당사자는 물론 국제사회도 환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이번에 베트남에 가서 많이 배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베트남은 과거 미국과 큰 전쟁을 치른 나라입니다. 그래서 두 나라는 1976년에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오랫동안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1995년, 20년 만에 외교관계를 맺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 공산당의 1당 독재가 지속되고 있지만, 1980년대 도이모이 정책을 추진해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체제를 수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베트남 경제는 빠른 속도로 발전해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국제사회에 편입하였을 뿐 아니라 미국과 무역을 통해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2017년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인의 84%가 미국에 호감을 표시해 세계에서 가장 미국에 호의적인 나라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회담이 좌절되면서 북한대표단은 베트남과 정치외교행사만 치르고 예정보다 빨리 떠났습니다. 일부 대표단성원들이 관광지와 자동차공장을 방문했지만 북한은 베트남을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이 크게 없어 보였습니다. 사실 북한이 배울 나라가 없어서 지금까지 그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하고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대다수 북한주민들이 부러워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지난날 북한과 별 차이가 없던 나라, 오히려 북한보다 더 못하다고 생각했던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을 따라 배우는 것이 아니라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중국의 영향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왜 중국이나 베트남은 국제사회에 당당하게 편입되고 있는데 북한만은 아직도 자기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세습정치입니다. 북한은 3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가 계속해서 정권을 잡고 있으므로 선대를 부인할 수 없습니다. 비록 사람은 바뀌고 있지만 정신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 1950년대 김일성의 반미정신은 아들, 손자로 이어지면서 오늘까지 계승되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에 들어서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 북한의 근본 노선은 크게 변한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북한지도부는 이번 북미 회담도 총성이 없는 전쟁에 나서는 자세로 준비했을 것입니다. 회담에서 승리는 곧 반미대전에서 승리라고 보고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핵을 폐기하는 것은 제국주의에 투항하는 것이므로 절대로 양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무엇보다 과거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무엇보다 반제반미노선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북한의 반미노선은 조선전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조선전쟁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이 일으켰습니다. 미국이 조선전쟁에 개입한 것은 북한의 공격을 받게 된 남한이 간절하게 요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현실을 오도하여 미국을 침략자라고 주장하면서 지속적인 사상교양을 통해 주민들 속에서 반미정신을 고취시키고 있습니다.

오늘 세계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의식과 가치관도 변하고 있습니다. 이전에 정당하다고 인정되던 가치들이 오늘에는 필요 없거나 틀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시대착오적인 반제반미노선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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