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국산품 장려운동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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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의 노동신문은 “우리의 것을 애용하는 사람이 애국자다”라는 표제의 글을 발표했습니다.

신문은 자기가 만든 제품을 애용하는 것은 인민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의 표현이며 자립경제를 지키고 발전시켜 나가려는 자각과 의지의 표현이라고 주장하면서 “숭고한 애국심을 간직하고 우리의 제품을 더 많이 생산 이용함으로써 내 나라, 내 조국의 부강발전에 적극 이바지해 나갈 것”을 호소했습니다.

일제시기에도 이와 비슷한 운동으로 물산장려운동이 있었습니다. 1910년대 조선총독부는 회사 설립을 제한하던 회사령을 철폐하여 일본 기업의 진출을 쉽게 하도록 하는 한편 일본과 조선 간의 관세를 없애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 일본의 경제적 예속을 심화시켰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평양과 서울을 중심으로 조만식, 김성수 등의 주도하에 조선인 기업가들과 지식인들은 경제적 예속에서 벗어나기 위한 물산장려운동을 전개했습니다. 국산품 애용운동은 조선사람들에게 일본 기업들의 조선에 대한 경제적 예속화와 경제적 착취를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고 소비조합을 비롯한 민간기업 등의 설립을 촉진시켰으며, 전국적인 반일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일제식민지통치가 청산된 지 1세기가 다 되어 오는 오늘 다시 국산품장려운동을 호소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 기간 자주성을 생명으로 간주하고 경제적 자립을 국가의 주요 정책으로 내세워왔습니다. 북한의 주장에 의하면 자립경제란 자기나라의 원료와 자재, 자기나라의 기술과 노력에 기초하여 자기인민에게 필요한 상품을 생산하는 경제입니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원료, 자재의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시장에서 팔리는 상품의 70%이상이 중국산입니다. 그리고 광물, 수산물 등 1차 상품이 싼값으로 중국에 팔려나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논리에 따르면 북한경제는 중국의 식민지예속경제로 된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북한지도부는 자기의 것을 사서 쓰자는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자기의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자기의 것을 사서 쓰자고 말한다는 것은 이제는 북한에도 자기의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상품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외화벌이 회사들이 중국의 설비와 자재를 들여다가 국내에 공장을 차려놓고 경공업제품과 식료품들을 괜찮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경쟁력이 약하다 보니 자기의 것을 사서 쓰라고 주민들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자기의 것을 애호해야 할 사람들은 주민들이 아니라 간부들입니다. 주민들은 값비싼 외국제를 사서 쓸 여유가 없습니다. 중국산 싸구려 상품을 사거나 상대적으로 값싼 국산품을 사서 쓸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값비싼 외국상품을 쓰는 사람은 고위급 간부들입니다. 북한은 최근 국제 제재로 사치품 수입이 통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6억 달러 이상의 사치품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 총수입 액의 17.8%로, 부족한 식량의 2배를 사들일 수 있는 금액입니다.

외국상품이 아닌 국내산 상품을 쓰자는 운동은 뒤떨어진 나라에서 국내산업을 보호하고 발전시키는 데 일정하게 도움을 주지만 이는 주민들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정책입니다. 오늘 세상사람들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세계 각국의 상품을 비교해보고 가장 질 좋고 싼 물건을 선택하여 구입하고 있습니다. 기업은 국내만이 아니라 국제시장을 상대로 경쟁력을 갖추어야 살아남습니다. 그런데 북한주민만 비싸면서도 질이 낮은 제품을 쓴다면 같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의 가치가 그만큼 낮아지고 생활수준이 더 하락하게 됩니다. 또한 북한상품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없습니다.

오늘 북한경제 발전을 위해 절박한 것은 국산품 애호 운동이 아니라 경제 개방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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