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여행의 자유를 논함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19-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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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17일 '외세굴종으로 차례 진 쓰디쓴 대가' 제목의 글에서 북한 방문자들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불허한 미국의 조치를 비난해 나섰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외국에 나가본 사람이 많지 않아서 무사증 입국불허란 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다른 나라를 방문하려면 여권과 사증(비자)이 있어야 합니다. 여권은 자국에서 발급해주는 것이고 사증은 상대 측 국가에서 와도 좋다고 승인해주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여권을 외국에 나가는 사람에 한해서만 1회성으로 발급해주지만 다른 국가에서는 발급받으면 보통 10년을 쓸 수 있는 복수여권을 발급해줍니다. 여권은 자기 나라에서 발급하기 때문에 신청만 하면 가질 수 있지만 비자는 가려는 나라에서 해주는 승인이라 시간도 걸리고 자칫하면 부결도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라들 간에 무비자 협정이 체결되어 있으면 별도의 사증발급 없이 여권만으로도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미국은 남한과 무비자 협정을 체결한 국가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정부는 북한을 다녀온 사람에 한해서는 비자를 발급받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이 미국에 가는 것이 이전에 비해 불편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이에 대해 비난할 처지는 못 됩니다. 북한주민들은 외국에 나가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국내를 오가는 것조차 국가가 발급한 통행증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통행증 발급은 쉽지 않습니다. 직장책임자, 담당보안서원, 담당보위원의 승인을 거쳐 2부에 가서 허락을 받아야 발급받게 되어 있습니다. 특히 평양이나 국경지역 통행증은 국가가 발급하는 승인번호까지 별도로 받아야 합니다.

북한에서 여권을 발급받기는 더 어렵습니다. 북한주민들이 여행을 갈 수 있는 나라는 오직 하나 중국입니다. 그것도 친척방문만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 중국측에서 사증을 받는 것보다 북한에서 여권과 국경통행증을 발급받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여권이나 국경통행증을 발급받으려면 달러나 위안화를 찔러주고도 몇 달씩 기다려야 합니다. 발급이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외국 사람들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도 어렵습니다. 북한으로 제일 많이 드나드는 것은 중국조선족들인데 북한은 남한과 연관이 있는 조선족들이 북한으로 들어오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에서 사업하는 조선족들은 남한방문을 꺼립니다. 남한주민들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들의 행적을 일일이 조사하고 방문을 허락합니다.

북한신문은 기사에서 미국의 이번 조치는 조선반도에서 북과 남의 접촉과 왕래를 차단하고 동족 사이에 불신과 반목을 조장시키기 위한 민족분열이간책동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신문사는 북한도 남한에 갔다는 이유로, 반북성향을 가졌다고 해서 입국을 불허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또한, 미국의 조치로 그 동안 북한을 다녀간 수많은 한국 국민이 다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압박 책동 때문에 애매한 남조선 주민들이 고통받게 되었다고 동정을 표시했습니다. 통행증 때문에 자기 나라에서도 마음대로 오가지 못하는 북한주민들의 처지는 외면하고 미국에 가는 것이 불편해진 남한주민들의 고통을 거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행태를 두고 남한에서는 사자성어로 내로남불이라고 합니다. 내로남불이란 내가 하면 낭만에 찬 사랑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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