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배려와 존중

이금순-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5-01-0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주민여러분, 지난 한 주간도 안녕하셨습니까? 서울은 이번 주 기온이 많이 내려가 춥습니다. 저는 연말에 감기에 걸려 며칠 고생했습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북한은 서울보다 상당히 추울 거라 생각이 듭니다.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요즘 남한 언론에 계속 오르내리고 있는 사건들이 있습니다. ‘갑질’이라 불리 우는 사건들은 지난 연말에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미국에서 일등석을 타고 오다가 벌어진 ‘땅콩회항’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대한항공 회장의 자녀인 전 부사장이 일등석 승객에 대한 업무규칙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폭언을 하고, 활주로에서 이륙대기 중이던 비행기를 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했던 사건입니다. 언론에 특종기사로 발표되면서, 사건의 내용들이 알려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처음에는 해당부처인 국토부에서 조사를 받다가 점차 비행기 내에서 난동은 엄중하게 처벌한다는 조항에 근거하여 검찰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현재 대한항공 전 부사장은 증거인멸의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구치소에서 수감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더욱 문제가 되었던 것은 대한항공이 회사차원에서 전 부사장의 언행을 덮어보려고 피해자인 사무장에게 강요하였다는 점입니다. 고용관계에서 약자인 사무장에게 거짓증언을 하도록 강요했다는 점에서 ‘갑질’이라는 표현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모든 계약에는 ‘갑을’로 표시되는 당사자들이 있으며, 갑이 원하는 방식으로 을이 계약을 이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갑질’이라는 용어는 갑이 을에게 권력관계를 이용하여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 대한항공 사건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다른 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만한 사건들이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백화점 손님이 종업원에게 한 모욕적인 욕설과 구타사건에 대해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의 행동은 아무리 자기가 부인한다고 해도,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는 보안카메라에 기록이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을 지켜 본 일반시민들이 증언을 하기 때문에 ‘진실’이

덮어질 일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사회지도층이나 부유한 사람들이 사회적인 약자에게 저지른 부당한 행동에 대해서는 더욱 더 엄격하게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신이나 가족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하여 이익을 보거나 행세를 하려고 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습니다. 권력관계를 이용한 부당행위, 소위 ‘갑질’은 단순히 교양 없는 행동이라고 비난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제는 법으로 처벌을 받게 됩니다. 다른 사람을 제대로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욕설하거나 인격적으로 모욕을 주는 행위는 이제 법의 처벌대상이 됩니다. 물리적으로 때리거나 하는 신체적 폭행뿐만 아니라, 말로서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폭력으로 간주됩니다.

사람은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하는 ‘인권’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에, 누구도 이를 침해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차원

에서 개인에 대한 폭력이 처벌을 받게 되는 법률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혹은 남편이 아내에게 신체적이거나 언어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법에 의한 처벌의 대상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남한의 상황이 매우 폭력적이고 심각한 상황인 것은 아닙니다. 매우 드문 상황이더라도 약자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법적인 토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다수의 사례연구를 통해 폭력의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로 변화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부모나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거나 폭력을

경험한 사람이 다시 자신이 경험한 폭력을 다른 사람에게 행사한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저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세상이 참으로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더욱 깨닫게 됩니다. 여러분도 내가 아무 생각 없이 한 행동들이 어느 사이 다시 돌아온다는 ‘인과응보’에 대해 알고 계시지요? 저는 인과응보의 진리가 한 세대를 지나오는 것이 아니라 아주 빨리 나타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그 어떤 것보다 큰 에너지가 되어 작용합니다.

저는 연일 언론에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 등 부당행위가 오르내리는 것이 남한 사회를 다시 한 번 성숙하게 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생각

합니다. 이제 누구도 함부로 자신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돈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함부로 행동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적어도 교양 있는 ‘문명한’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자신들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살고 계시는 북한에서도, 서로를 배려

하고 존중하는 사회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