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순] 워싱턴서 열린 북한인권회의

이금순-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5-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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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여러분, 이번 주는 설 휴가 3일이 있어 모처럼 가족들이 다 모여 새해인사를 나누는 명절이었습니다. 명절음식으로는 떡국이 대표적인데, 지역마다 독특하고 맛있는 떡국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떡국을 먹으면 한 살이 많아진다고 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납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평소에는 먹지 못하는 음식들을 명절에 많이 먹을 수 있어서 특별하였던 것 같습니다. 고향마을에서 지금은 다 돌아가셨지만 할머니와 할아버지와 같이 보냈던 명절이 가끔씩 그리워집니다.

저희 가족은 아이들이 외국에서 일을 하거나 학교에 다니기 때문에 설날에 같이 모이지 못했습니다. 저까지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북한인권 국제회의에 참석하느라 네 가족이 모두 따로 명절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휴대용 손전화로 각자 사진과 소식을 올리고, 같이 컴퓨터로 무료 영상전화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저희 시집은 1월 1일 양력설을 지키기 때문에 조상님 차례는 미리 지냈습니다.

지난 17일과 18일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CSIS 국제전략연구소에서는 북한인권 국제회의가 열렸습니다. 첫날은 공개회의로 진행되었고, 둘째 날은 비공개로 향후 전략에 대한 토론이 있었습니다.

저는 비공개회의에 초청받아서, 남한의 입장과 향후 국제협력방안을 토론하였습니다. 회의에는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인 마르주키 다루스만과 유엔북한인권조사위원장으로 활동했던 마이클 커비를 비롯하여 북한인권 관련 연구기관 및 단체대표 등이 거의 모두 참여하였습니다. 신동혁의 이야기를 영어로 쓴 블레인 하든도 참석하였습니다. 신동혁은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상황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한 인물입니다. 완전 통제구역으로 알려진 14호 수용소 출신으로 소개되었으나, 최근 신동혁이 자신의 증언을 일부 번복하여 14호가 아닌 18호에서의 인권상황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싱가폴 회의에서도 북한인권상황과 관련하여 탈북자들의 증언의 신뢰성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가 관심사안 중 하나였습니다. 국제사회에서는 피해자의 인권침해에 대한 증언을 매우 소중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인권침해 피해를 증언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등 인권보호도 중요합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사회적 약자라는 차원에서 개별적인 피해사례는 일차적으로 존중됩니다.

피해자도 거짓 증언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피해자의 증언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자료나 목격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에 대한 검증이 가능합니다. 피해가 발생한 직후라면 신체적인 증거들도 수집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북한인권의 경우, 인권단체나 기구들이 북한 내에 접근 하지 못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북한을 떠난 시점에서의 면접조사만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이 미리 계획해서 북한상황을 왜곡해서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탈북하여 남한으로 들어오는 탈북민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의 증언을 상호검증 할 수 있는 방법도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물론 신동혁의 경우와 같이, 이전까지 증언기록이 전혀 없는 시설이나 지역의 경우에는 상호검증이 매우 어렵습니다. 신동혁의 증언 번복으로 북한인권운동에는 상당한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안타까운 점은 국제사회가 더욱 자극적이고 강도 높은 북한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는 점입니다.

탈북민을 조사하여 북한인권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연구자로서, 저는 북한사회 내 인권상황에 대한 관심이 너무 오래된 정보와 극단적인 사례에 의존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시대의 이야기를 현재 북한상황처럼 이야기 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북한 내 정치 및 사회구조가 매우 억압적이라는 점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분야별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면, 이에 맞춰서 북한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당국이 유엔인권협약의 가입당사자로서 의무를 준수하고, 스스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북한이 두 차례 유엔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를 받았고,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이 제시한 권고사항을 일부 수용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북한이 국제사회와 인권관련 대화와 협력의 기회들을 다양하게 만들어 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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