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전원회의 보도에서 보인 북한당국의 경제태도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20-01-02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잘 아시는 바와 같이 2020년 1월 1일, 북한당국은 신년사도 공동사설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북한은 조선로동당 전원회의 보고를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전례가 거의 없는 일이어서 전통에 대한 위반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논리가 없는 행동은 아닙니다. 전원회의 보고가 사실상 신년사의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전원회의의 보고는 주로 핵을 비롯한 외교정책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대외정책과 관련해서는 매우 조심스러웠고 새로운 노선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국내 경제 관련 부분도 새로운 것이 별로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무조건 나쁜 소식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2012년 이후 김정은 시대 북한당국이 실시해 온 경제 정책은 대체로 합리적이고 성공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 경제를 사실상 묵인했고, 개인 경제에 대한 단속과 진압도 많이 포기했습니다. 결국 북한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몇 년 동안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문제는 2016-17년에 들어와 북한 지도부가 대외정책 부문에서 매우 공세적인 태도를 가졌다는 것입니다. 결국 유엔 안보리에서 전례 없이 엄격한 대북 제재안이 결의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한동안 빠르게 성장했던 북한 경제는 다시 위기에 빠져 버렸습니다.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한 기본 방법은 외교수단으로 대북제재를 취소시키거나 완화시키는 것밖엔 없습니다. 오늘날 이 만큼 엄격한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가 경제성장을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해결은 경제일꾼보다 외교일꾼들의 몫입니다.

중요한 것은 경제부문에서 2012년 이후 많은 성공을 가져온 친시장 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효과성이 없는 시대착오적 구식 경제구조로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입장에서 이번 전원회의에 관한 로동신문 보도를 분석하면, 대체로 긍정적으로 보여집니다. 보도에서 내각책임제도 기업책임관리제도 분명하게 나옵니다. 둘다 해야 하는 옳은 정책이라고 주장됩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는 현 단계에서 새로운 경제 노선을 포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보도는 새로운 경제 개혁에 대해서 아무 언급이 없습니다. 물론 북한 관영언론은 개혁이라는 말을 너무 싫어합니다. 그러나 2010년대 김정은이 북한에서 실시한 경제 조치들은 개혁입니다. 물론 주민 사상 통제 때문에 북한 당국자들은 이 사실을 인정할 수도 없으며 개혁이라는 말 대신에 개선, 정리와 같은 사상적으로 문제없는 단어들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도는 중요 공업부문으로 금속공업, 화학공업, 전력공업과 석탄공업을 언급했습니다. 전력을 제외하면 모두 다 북한과 같은 나라가 성공하기 어려운 중공업들뿐입니다. 반대로 북한이 성공할 수 있는 경공업은 매우 간단하게 언급되었습니다. 금속공업이나 화학공업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관은 북한이 아무 성과를 이룰 수 없는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의 사례입니다. 뿐만 아니라 보도는 정보통제와 사상통제를 강화할 필요에 대해서 많이 언급했습니다. 이것도 경제발전을 도와주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1월 1일 전원회의 보도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기존의 개혁 조치를 후퇴시킬 것이라고 예상한 전문가들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도의 내용을 보면 북한 당국은 난국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후퇴시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