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북, 유엔 강제실종협약 조속히 비준해야”

서울-서재덕 seoj@rfa.org
2019-08-30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시나 폴슨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시나 폴슨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
/RFA Photo-이은규

앵커: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을 맞아 시나 폴슨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장이 북한 당국에 유엔 강제실종협약을 조속히 비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서재덕 기자가 폴슨 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서재덕: 8월 3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강제실종 희생자의 날’입니다. 먼저 ‘강제실종’의 의미를 설명해주시죠.

시나 폴슨: ‘강제실종’이란 개인이 군대와 같은 국가기관에 의해 체포, 구금, 납치되거나 모든 유형의 자유를 박탈당하고 국가기관이 이 사실을 부정하거나 실종된 사람의 생사와 행방을 알 수 없는 경우를 말합니다. 강제실종은 피해자를 법의 보호 바깥에 두는 행위입니다. 강제실종 피해자들이 어디에 구금되어 있고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면 다른 권리들은 보호를 받고 있는지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는 피해자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큰 부담입니다. ‘강제실종’의 정의는 유엔 강제실종협약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서재덕: 그렇다면 북한 당국에 의한 강제실종 피해자의 규모는 어느 정도로 추산되나요?

시나 폴슨: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피해자 수와 관련해서 정확한 추정치를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부터 현재까지 발생하고 있는 강제실종 사례를 시기와 유형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6.25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그때부터 한국 국민들은 북한에 의해 납치·연행을 당해 구금됐습니다. 당시 강제실종 피해자들의 수는 약 8만 2천명에서 10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한국 국민들은 6.25전쟁 정전협정 서명 이후에도 북한에 납치됐습니다. 한국 정부는 당시 피해자들 가운데 516명의 한국 국민들이 여전히 북한에 의해 실종된 상태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국제 납치 현황에 대해서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납치는 일본에서 일어났습니다. 북한 당국에 일본 국민 12명의 생사 확인과 소재 파악을 요청하고 있고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납치됐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는 강제실종 피해자 가운데 일부가 송환되기도 했습니다. 나머지 피해자들의 생사 확인과 소재 파악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강제실종 최대 피해자 집단은 아마 북한 내부에 체포, 구금, 납치된 북한 주민들일 것입니다. 이들은 정치범 수용소나 또 다른 구금 시설에 갇혀 있다가 사라졌습니다. 피해자 가족들은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조차 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의해 강제 실종됐는지 추정하기 어렵지만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는 강제실종 사건들을 기록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서재덕: 북한은 현재 강제실종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북한은 유엔 강제실종협약도 아직 비준하지 않고 있습니다. 강제실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엔에선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시나 폴슨: 유엔 강제실종협약의 비준은 매우 중요한 만큼 북한을 포함해 아직 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모든 국가들이 비준하길 바랍니다. 그러나 협약의 비준 여부와 상관없이 국가기관에 의한 강제실종은 명백한 인권침해입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는 강제실종과 관련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강제실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강제실종 문제는 과거의 문제지만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생사가 확인되기 전까지 가족들의 트라우마,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고통은 지속될 것입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에서는 탈북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제실종 관련 사건들을 기록하는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강제실종 피해자들의 이름이 잊히지 않도록 어디에서 납치됐고 목격됐는지 등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한 정보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특별절차로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을 설립해 강제실종에 관한 다양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서재덕: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WGEID)’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시나 폴슨: 전문가들로 구성된 ‘강제적·비자발적 실종에 관한 실무그룹’은 강제실종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입니다. 북한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 의한 강제실종에 대해서도 조사합니다. 실무그룹은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사건 정보를 수집하고 개별 사건들을 조사합니다. 실무그룹은 북한 당국에 강제실종 사건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수 있으며 실제로 요청해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대다수의 경우 북한 당국으로부터 어떠한 해명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실무그룹에 강제실종 사례를 확보해 제출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시민사회의 역할은 정말 중요한 것입니다. 실무그룹은 북한에 현지조사를 위한 방문을 신청해오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방문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재덕: 현재 미국이 북한과 추진하고 있는 비핵화 대화에서 강제실종 문제를 비롯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시나 폴슨: 북한이 국제사회와 대화하는 모든 포럼에서 인권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인권과 관련해 한 국가가 아닌 국제사회 전체가 헌신을 보여줘야 합니다. 인권은 국제사회가 북한과 비핵화나 안보, 경제발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 모든 주제의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이 북한의 경제성장 촉진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북한과 대화해야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포괄적인 대화를 나눔으로써 북한이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로부터 안전을 보장받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이는 한 가지 문제에 집중하는 것보다 훨씬 더 건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대화에서 강제실종 뿐만 아니라 인권을 폭넓게 다루는 방안을 강력히 지지합니다.

서재덕: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시나 폴슨: 앞서 말씀드렸듯이 북한에 유엔 강제실종협약을 비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협약에 대한 비준은 강제실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긍정적인 첫 걸음이 될 것입니다. 물론 비준보다 중요한 것은 협약의 이행입니다. 국제기구를 통해 국가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 뿐 아니라 강제실종의 발생을 막기 위한 국가차원의 법제화도 필요합니다. 경제 성장과 발전을 원하는 북한에 강제실종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강제실종과 사회적, 경제적 권리 사이에는 명백한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강제실종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 속에 산다면 그 가족과 지역사회는 경제적 복지에 큰 영향을 받게 됩니다. 어린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예로 든다면 강제실종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에서 이 같은 권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겁니다. 강제실종 문제를 다루는 것은 북한이 다른 나라들처럼 발전된 사회로 나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