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협력 사안이던 북핵, 이젠 경쟁 구도로”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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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거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카페레이드를 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평양거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카페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미∙중 간의 무역 갈등, 미북 간의 교착 국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일,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중국이 북한을 이용해 미국을 압박하는 흥미로운 현상으로써 북핵 문제가 미중 간 갈등 구조에서 경쟁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우려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으로부터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총평을 들어봤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지렛대로 이용한 흥미로운 현상
- 북한이 중국 이용했던 과거 패러다임 바뀌어
- 미∙중 관계에서 수세에 몰린 시진핑 주석, 방북으로 미국 압박
- 소규모 방북단도 눈길, 전격적인 방북 결단 엿보여
- 북∙중 관계 핵심 왕후닝 상무위원 제외는 이례적


- 이성현 센터장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북한을 방문해 북중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시 주석의 방북 전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 다양한 분석이 있었는데요. 우선 센터장님의 총평부터 듣고 싶습니다.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이성현 한국 세종연구소 중국연구센터장. RFA PHOTO/이규상

[이성현 센터장] 우리는 이번에 아주 흥미로운 현상을 봤습니다. 지금까지 북∙중 관계에서 북한이 중국을 지렛대로 이용해 미국을 상대하려는 모습을 봤습니다. 지난 1차부터 4차까지 성사된 북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중국을 지렛대 또는 보호막으로 이용했는데, 이번에는 그 개념이 바뀌었습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수세에 몰렸고, 홍콩의 시위 사태는 중국에 치명적이었으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에서 대만을 국가로 분류하면서 중국이 처음으로 북한을 이용해 대미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모습이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북에서 센터장님의 눈길을 끈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지요? 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점은 무엇입니까?

[이성현 센터장] 몇 가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환영 행사를 두 번 했다는 것이겠죠. 평양 순안공항에서 한 번 하고 평양 내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별도의 행사를 한 것은 이례적이기도 하고, 그만큼 중국에 대한 북한의 의전이 전례없이 높은 수준이지만, 이는 겉으로 보이는 것이고 제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관심을 두는 것은 이번 방북단이 의외로 소규모라는 거죠. 시진핑 주석과 영부인, 시진핑 주석의 비서실장이라 할 수 있는 딩쉐샹, 경제사령탑으로 불리는 허리펑, 외교를 책임지는 양제츠와 왕이 등을 놓고 보면 이전에 북한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수행단이 군 출신을 비롯한 장관급이 총출동했는데, 이번 중국의 방북단은 경제적으로 소수만 갔습니다. 또 북∙중 관계를 핵심적으로 조율해왔던 왕후닝(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빠졌다는 거죠. 왕후닝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차례 중국을 방문했을 때 직접 영접∙환송했고, 최근에는 북한 핵 문제의 사령탑을 맡았는데, 그가 빠졌다는 것은 의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만큼 일반적인 예측과 달리 이번 방북은 미리 준비된 것이 아니라 시점상 갑자기 중국 측에서 전격적으로 결단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런 정황이 결국,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이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북∙중 서로 무엇을 얻었을까?
- 주요 회담 앞둔 시 주석의 북한 카드
- 대미 압박과 함께 북핵 문제 영향력 행사도
- 북한도 시 주석 통해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강조할 듯
- 경제협력∙인도적 지원도 논의됐을 듯

- 시진핑 주석의 방북과 관련해 많은 관측이 있었습니다. 미∙중 무역전쟁 국면에서 미국에 대한 압박 수단,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존재감 부각, 미북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역할론 등이었는데, 북중 정상회담이 열린 현시점에서 이번 시진핑 주석의 방북 의도와 의미를 무엇이라고 분석하십니까?

[이성현 센터장] 앞에서 이야기했습니다만, 저는 수세에 몰린 시 주석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북한 카드를 쓰려 했다고 주장해 왔고, 계속 관찰해온 바에 따르면 다른 해석은 가능하다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3가지를 의미를 볼 수 있습니다. 첫째, 북∙중 간의 우호 강화는 북중 정상회담이 있을 때마다 계속 있었기 때문에 새롭지 않고요. 둘째, 하노이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생각을 가장 궁금해하고 있는데, 시 주석이 이번에 방북해 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트럼프 대통령이 궁금해하는 것을 전달함으로써 북한 문제에 있어 중국이 긍정적이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협조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국, 경제지원이겠죠. 북한이 원하는 것은 제재 완화와 지원인데, 중국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대북제재에 참여하고 있지만, 대북제재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북한에 경제지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이번에 경제 전략을 펴는 중국의 경제사령탑(허리펑)이 방북했기 때문에 경제와 관련한 전략적 토의가 진행됐을 것 같습니다.

또 지금까지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선물꾸러미를 들고 갔습니다. 또 올해는 ‘북∙중 관계 70주년’이라는 특별한 해입니다. 이번에 빈손으로 갔다는 것은 이전 관례에도 맞지 않고, 이번은 예외일 것 같지 않습니다. 당장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북∙중 간 정상 수준에서 경제발전∙지원∙원조 사업 등에 힘을 실어주고, 현 단계에서도 쌀이나 비료 등 인도주의 지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또 중국이 대북제재 의무를 이행하고 있지만, 북한 주민의 민생을 해치는 범위는 포함하지 않고 있죠. 그 정의는 중국이 내릴 수 있는 것이니까 중국인 관광객을 북한에 많이 보낸다든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이 북한의 경제위기를 완화하는 방법을 큰 틀에서 논의했을 것으로 봅니다.


- 이번 북중 정상회담으로 중국이 얻은 것, 북한이 얻은 것은 각각 무엇일까요?

[이성현 센터장] 중국 쪽에서 이번 시 주석 방북의 가장 큰 의미는 북핵 문제의 돌파구를 찾기보다 시 주석이 북한을 방문했다는 것 자체가 미국을 상대하는 데 있어 지렛대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들어 전화 통화를 한 번도 안 했어요. 그런데 시 주석의 방북 발표 이후 전화 통화가 이뤄졌습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북 발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생각을 궁금해하기 때문에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생각을 확보하고 G20 정상회담에 가서 자연스럽게 미중 정상회담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또 중국 쪽에서 나온 북중 정상회담의 내용을 보면 시 주석이 북한 측의 입장을 두둔하고 동정하는 표현을 많이 썼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서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과정을 같은 메시지이지만, 중국 지도자의 입을 빌려 다시 한번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해주는 것이 좀 더 설득력이 있을 수 있겠죠.

시 주석 방북, 미북 대화에 재개에 영향 미칠까?
- 중국의 기회주의적 행동에 미국 불쾌감
- 협상 대상인 두 국가의 만남 자체가 부담
- 대만∙홍콩 등 국내 문제의 관심 돌리기용일 수도
- 미∙중, 북핵 문제를 경쟁 구도로 이용하는 것도 우려


- 워싱턴에서는 시진핑 주석의 방북으로 미북 정상회담의 재개가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가 적지 않습니다. 물론 북중 정상회담이 큰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란 분위기도 존재합니다. 이를 계기로 미북 대화의 재개가 빨라질 수 있을까요?

[이성현 센터장] 제가 볼 때 북한이 미국에서 던지고 싶은 메시지를 시 주석의 입을 빌려 전달하는 것이 반복적인 효과로써 강조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을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저는 좀 부정적입니다.

우선, 시 주석의 전격적인 방북은 기회주의적 행동이었어요. 미국 쪽에서 매우 불쾌할 수 있죠. G20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습적으로 중국이 수를 낸 것이거든요. 또 북중 정상회담 자체만으로 미국이 긴장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미국과 협상하는 두 개의 사회주의 국가가 민감한 시기에 서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전략적인 공조의 모습을 보이게 되잖아요. 북한과 중국이 가까워지는 모습에 미국이 불쾌할 수밖에 없죠. 미국의 입장에서는 지금 무역 협상에서 밀리고 있는 중국이 협상 카드로 북한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습니다. 또 북미 사이에 의사소통 채널이 없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 면에서 보면 미국에서는 시 주석의 방북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오히려 방해적인 요소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우려하는 것은 시 주석의 방북 목적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한을 이용한 것도 있지만, 홍콩이나 대만 문제 등 시 주석이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관심을 국내에서 외부로 돌릴 수 있는 효과도 겨냥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 북중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G20 정상회의, 한미정상회담 등 중요한 회담이 계속 이어집니다. 특히 G20에서 만나는 미중 정상회담도 매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양국이 무역전쟁, 북핵 문제 해결에서 어떤 해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이성현 센터장] G20 정상회담에서 미∙중 정상이 만나면 미국과 중국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무역 문제 - 이는 미중 패권 전쟁의 일부인데- 이를 중점적으로 다룰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더 깊이 있게 다뤄지길 바라지만, 이는 우리의 희망 사항이고 제가 볼 때 미국과 중국은 패권 전쟁이라는 큰 틀에서 북핵 문제를 바라본다는 겁니다.

이전 버락 오바마 행정부까지는 핵 없는 세상을 위해 북핵 문제를 순수하게 동북아에서 핵을 제거하고 중국도 이에 협조하는 문제로 접근했는데, 지금은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북핵 문제를 미∙중 관계의 하부 구조로 보기 시작했고, 북핵 문제를 지정학적인 경쟁 구도로 이용한다는 거죠. 결국,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 한국의 발언권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축소되고 협소하지 않겠냐는 걱정도 있습니다.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을 우려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원래 중국에서는 북핵 문제와 미∙중 무역전쟁을 투 트랙으로 두고 서로 연계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미∙중 갈등이 깊어지면서 시 주석이 북한 카드를 미∙중 문제에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거죠. 이것도 또 하나의 패러다임입니다. 이전까지는 북핵 문제가 미∙중 간 협력의 문제였다면 이제부터는 북핵 문제가 미∙중 간의 경쟁 구도, 지정학적으로 이용하는 구도 안으로 들어왔다는 겁니다. 이것이 북핵 문제 해결에 좋을 수도,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습니다.

- 네. 이성현 센터장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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