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실무협상팀에 권한 부여해야”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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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미국 애틀란틱 카운슬에서 연설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19일 미국 애틀란틱 카운슬에서 연설하고 있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RFA PHOTO/김소영

앵커: 미북 두 정상의 친서 교류를 계기로 양국 간 실무 협상의 재개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실무 협상단의 권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미 1차, 2차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실무 협상의 중요성이 증명됐지만, 유연성이 없는 협상 권한으로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은데요. 결국, 두 정상이 협상단에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협상 권한 부재가 비핵화 진전에 큰 도전
- 스티븐 비건 “북 협상단의 권한 부재가 도전”
- 미북 모두 협상단에 큰 권한 부여 않는다는 지적
- 북한은 지시받은 것 이상 선 넘지 않아
- 미국도 실무협상의 합의점 명확지 않아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 교류로 미북 간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낸 친서가 북한과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좋은 토대를 제공해주길 바란다”며 실무협상 재개 여부에 대해서도 “당장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동안 워싱턴 내 많은 전직 관리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1차 싱가포르, 2차 하노이 회담에서 경험한 한계를 고려하면 두 정상의 친서를 앞세운 탑다운(하향식) 협상만으로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전 실무협상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지난 15일, 한국-스웨덴 정상회담 후 한 기자회견에서 “미북 간 구체적인 협상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사전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며 실무협상을 토대로 정상회담이 이뤄져야 하노이 회담처럼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다시 만나더라도 비핵화의 내용과 검증 체계, 일정 등에 대해서는 협상할 시간이나 기술적 전문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심도 있는 사전 실무협상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해왔습니다.

하지만 실무협상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양측 협상단에 충분한 권한이 없다는 사실은 여전한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최근(지난 4일) 2차 하노이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실무협상 과정에서 북한 측 협상단의 권한이 매우 제한적인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습니다. 실무협상의 진전된 결과를 바탕으로 두 정상이 합의해야 하는데, 비핵화 현안에 대해서는 협상 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겁니다.

[스티븐 비건] 북한과 협상 과정에서 한 가지 중요한 부재가 있었는데, 그것은 북한이 비핵화에 관한 문제를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협상하는 데 있어 도전이었습니다. (But there was one significant absence in the course of those meeting which was that our North Korean counterparts were clearly not authorized or empowered to negotiate issues around denuclearization.)

준비된 사전 실무협상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도 최근(24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김 위원장이 북핵 사안에 대해서는 협상가에 유연성을 부여하지 않는 점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습니다.

과거 자신이 북측과 인도주의 지원에 관한 협상에 나섰을 때도 지시받은 것 이상을 절대 넘지 않았다는 겁니다.

[로버트 킹] 북한 사람은 권한이 없으면 협상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제가 인도주의 지원을 위해 북측과 논의했을 때에도 그들이 넘을 수 없는 선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물론 그들에게 어느 정도 협상 능력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지시를 받은 것 이상을 절대 넘어서지 않습니다. 어려운 문제는, 북핵 사안만큼은 김 위원장이 협상가에 결코 유연성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킹 전 특사는 협상 권한이 모호하기는 미국 측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 마디가 모든 상황을 단번에 뒤집을 수 있는 때에 폼페이오 국무장관 또는 비건 특별대표가 어느 선까지 협상할 수 있을지도 명확지 않다는 겁니다.

[로버트 킹]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느 정도의 협상까지 가능한지 명확지 않죠. 오히려 북한보다 더 어려운 상황인 것이, 언제 트럼프 대통령이 ‘그것을 하지 않겠다’고 말할지 모르기 때문인데, 국무장관이나 국가안보보좌관도 어쩔 수 없는 겁니다. 이것은 협상가에게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 협상에 나선다 해도 도달해야 할 합의점이 명확지 않다는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작 회담에서는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 ‘당신이 응해야 할 마지노선’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거죠.

북한의 새 실무협상단, 충분한 권한 있을까?
-새 실무협상단으로 부상한 북 외무성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제1부상에 “전보다 낫다”
-유창한 영어로 대화 가능하고, 협상 경험도 많아
- 협상 권한 제한적인 것 여전하지만, 대화로 분위기 유도 가능


충분한 권한이 없는 북한 협상팀의 한계를 고려하면 최근 미국의 협상 상대로 급부상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에 쏠린 관심도 적지 않습니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한국 석좌는 최근(24일)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토론회에 나와 리용호, 최선희로 짜여진 북한 협상팀의 유창한 영어 실력과 협상 경험을 볼 때 이전보다 더 낫다고 평가합니다.

[빅터 차] 저는 북한 외무성의 리용호 외무상, 최선희 제1부상이 협상을 이끌어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폼페이오 장관, 비건 특별대표와 원활한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인데, 특히 리용호 외무상은 영국 주재 북한 대사를 지냈고, 최선희 제1부상은 실무협상가로서 매우 경험 있는 사람이고, 어느 시점에서는 기술적인 세부사항을 논의해야 하는데 최선희 제1부상은 이에 관해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협상팀의 교체는 이전보다 더 낫다고 봅니다.

물론 새 협상팀에도 비핵화 사안에 관해서는 충분한 권한이 없겠지만, 원활한 대화를 앞세워 실무협상의 분위기를 훨씬 더 부드럽게 할 것으로 차 석좌는 내다봤습니다.

[빅터 차] 북한 협상팀이 바뀌어도 상부의 승인을 받는 절차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최소한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은 영어가 유창하기 때문에 협상 이외 대화(side conversation)가 가능하다는 거죠. 그럼 협상 분위기도 좋아지고요, 이것은 매우 중요한데, 이전 김영철과 김혁철은 그렇지 못했다고 봅니다.

주한미국대사를 지낸 캐슬린 스티븐스 한미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근(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협상팀의 권한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실용적이고 원활한 진전을 위해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캐슬린 스티븐스] 만약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한다면 북한 측이 수시로 협상 내용에 대한 승인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더 실용적이고 용이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두 정상이 넓은 범위에서 접근을 이룰 수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시간이 충분치 않죠. 그렇다면 권한이 있는 누군가가 일을 해야 하는데, 북한 입장에서 최고 지도자에게 돌아가 승인을 받아야 하거든요. 만약 의사소통에 문제가 있다면 평양에서 실무협상을 하라는 것이 저의 작은 현실적 조언입니다.

RFA Graphic/김태이


여전히 하향식이 유일한 해법이란 견해도
-협상단에 많은 권한 부여 않은 두 지도자
- 김 위원장도 실무협상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만 관심
- 두 정상의 우선 합의 후 추가적 실무협상이 해법
- 결국, 두 정상의 의지와 결단에 달려


한편, 한국 한동대학교의 김준형 국제정치학 교수는 최근(24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 25년 동안 사전 실무협상의 한계를 경험했다며 지금은 두 정상이 결정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보조적 실무협상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준형 교수] 지금 실무협상을 말하는 사람 중 상당수가 탑다운(하향식) 방식에 반대하고, 이렇게 하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속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당연히 실무협상이 있어야 (합의 내용을) 실천할 수 있는 건데, 지난 25년 동안 한 것이 실무협상이거든요. 그런데 겨우 차관보급이었거나 비슷한 수준에서는 사실 안 됐던 것이고, 정상에서 결정하면 그것을 뒷받침하고 보조로 실무협상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죠. 그런데 지금 북한이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실무협상을 계속 이야기하는 것은 북한에 좋은 신호가 안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 북한이 다시 신뢰를 회복하고 두 정상이 합의를 이룬 뒤 실무협상에 임하는 것이 순서라는 설명입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성향을 고려할 때 미북 양측이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결국 최종 권한을 지닌 두 정상의 합의가 먼저 이뤄져야 실무차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

해군분석센터의 켄 고스 국장은 최근(1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 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 또는 비건 특별대표와 대화는 관심이 없으며 오직 트럼프 대통령과 상대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지금 북한과는 하향식 협상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The only way to engage NK is top down.)

또 비핵화만을 요구하는 폼페이오 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관계를 중시하며 북한의 다른 미래를 강조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상대하길 원한다고 고스 국장은 덧붙였습니다.

미북 두 정상이 친서를 주고받은 것을 시작으로 오는 27일 비건 특별대표의 방한과 29일에 있을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실무협상의 재개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궁극적으로 3차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결국, 실무협상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실무협상의 진전을 위해서는 협상단에 충분한 권한을 실어줘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조언이지만, 그 협상의 유연성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로버트 킹] 이것은 미국도, 북한도 같은 문제입니다. 미국도, 북한도 두 정상이 하고 싶은 명확한 마지노선이 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나 김 위원장 모두 협상가에 많은 권한을 위임하려 하지 않죠. 그 결과는 자명합니다. 따라서 두 정상이 완전한 비핵화나 대북제재의 해제보다는 무언가 작은 합의를 이룬 뒤에 양측이 추가로 적절한 단계를 밟아야 할 겁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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