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일본에 정상회담 조건 제시한 셈”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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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지난 4월 22일 유럽·북미 6개국 순방에 나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전용기에 올라 환송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사진은 지난 4월 22일 유럽·북미 6개국 순방에 나서는 아베 신조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전용기에 올라 환송객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 조건없는 대화 제안한 일본에 조건 역제안

<기자> 북한이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한 일본을 향해 강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마키노 편집위원님, 북한이 ‘낯가죽이 두텁다’며 전제없이 정상 간 만나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제안에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북한이 회담 제안을 거절한 걸로 보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서울지국장.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북한 논평 저도 봤는데요, 일본의 제안을 거부한다거나 그렇게 명확히 얘기한 게 아닙니다. 북한이 자주 쓰는 방식인데 논평을 자세히 보면 과거에 있었던 여러 일을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를 보여주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거나 아니면 북한에 대한 적대시 정책이 변한 게 하나도 없다거나 그렇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건 반대로 보면 일본에 과거를 청산하라, 아니면 적대시 정책을 바꿔야 한다, 이런 뜻이고 만약 일본에 이에 응한다면 정상회담을 해도 된다는 그런 뜻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입장으로선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이란 아베 총리의 제안에 대해서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는 그런 전제조건이 필요하다고 제시한 걸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적대시 정책을 청산하라는 전제조건을 제시했다는 말씀인데요, 일본 언론 등 국내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네 일본 안에서는 참의원 선거가 이번 달 하순에 예정돼 있는데 아베 총리가 중의원도 해산시키고 동시선거를 7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하지 않겠나 하는 예상이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움직임이라도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아베 총리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북방영토를 둘러싼 러시아 외교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무런 주장도 하지 못한다는 미일정상외교나 아니면 중국과 관계개선에 대해서 아베 총리가 원래 지지를 얻어냈던 우파 쪽에서 비판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구요. 북일정상외교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 자신이 전제조건 없는 대화를 원한다고 말한 바 있구요. 그래서 아베 총리에 대한 정치적인 책임을 묻고싶다는 정치적인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의 논평에 대해서 아베 총리가 원하는 외교가 실패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구요. 다만 저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북한이 정상회담을 거절한다고 명확하게 얘기한 적이 없기 때문에 판단하기엔 조금 이르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일, 본격 협상 전 신뢰관계 구축 단계

<기자>북한이 밝힌, ‘돈주머니나 흔들고 얄밉게 놀아댄다’는 말 탓에 혹시 물밑에서는 일본과 북한이, 지난번에 말씀하신 대로, 경제보상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여러 관계자들을 취재하고 있는데요 그 범위 안에서는 아직까지 일본과 북한 사이에 구체적인 외교협상은 시작되지 않은 상황인 듯합니다. 서로가 협상하기 위해서 믿을 수 있는 협상 상대인지 아닌지 그런 걸 확인하려고 하는, 신뢰관계를 구축하는 단계라고 보고 있구요. 다만 경제적인 보상문제에 대해서 북한이 강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건 이번 논평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외교협상이 시작된다고 하면 북한이 일본에 대해서 경제적인 보상을 당연히 요구할 거라는 게 이번에도 확인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 실패 뒤 북한 협상 대표들의 거취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숙청설에 휩싸였다가 다시 공식 석상에 등장했는데요?

마키노 요시히로: 네 맞습니다. 먼저 방금 말씀하신 김영철은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암이라는 말도 있고, 몸 상태가 안 좋기 때문에 치료받고 있는 상황인 것 같구요. 그리고 김혁철에 대해서는 탈북자들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외교관 세 명과 함께 미림비행장에서 총살당했다는 얘기가 있고 다른 하나는 하노이 정상회담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통역을 맡았던 김혜영과 함께 정치범 수용소에 갔다는 얘기도 있구요. 하지만 아직까지 확인 안 된 첩보 수준이기 때문에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그런 분위기인 듯합니다.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김혁철의 대화 상대였던 미국 국무부의 비건 북한정책 특별대표가 김혁철과 연락하지 못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김혁철이 공식 직책에서 물러난 건 확실하다, 그 정도인 것 같습니다.

한∙미∙일, 대북 인맥 유지에 큰 어려움

<기자> 네, 그러니까 처형설이나 처벌설은 확인이 안 된, 와전된 상황일 수 있고 단지 북한이 지난번 대미협상의 실패를 인정하고 새로운 협상팀을 구축하고 있다는 지적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대남 창구인 통전부가 부장은 물론 부부장이 다 교체되는 등 대대적인 조직 물갈이가 이뤄졌다는 소문이 있다면서요? 사실이라면 미국에 이어 한국도 대북 협상 재개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한데요,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제가 알기로는 올 해 봄에 북한을 방문했던 한 화교가 노동당 간부에게서 통일전선부 부장과 부부장은 대부분 다 교체됐다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김영철 뿐만 아니라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 미국의 앤드류 김과 물 밑 협상을 했던 맹경일 씨나 그런 사람도 다 물러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통일전선부는 일단 남북회담을 먼저 시작했다가 이후에 시작된 북미협상도 담당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한꺼번에 다 물러났기 때문에 통전부와 강한 인맥을 형성했던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뿐만 아니라 서훈 한국 국정원장이나 그런 사람들도 인맥 유지에 고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미국이나 한국에서 북한 인맥을 소개받은 일본도 당연히 관계구축에 어려움이 생겼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기자> 네, 미국, 한국, 일본 모두 다 북한과의 협상 인맥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마지막으로 미국과 한국, 일본의 국방장관이 북한의 불법환적을 막기 위해 국제협력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3국 국방장관이 불법환적 근절를 콕 집에서 언급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보기엔 세 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 북한이 요즘 와이즈 어니스트호 억류에 강하게 반발하는 걸 염두에 두고 앞으로도 제재를 유지, 강화한다는 자세를 분명히 하려는 목적이고, 두번째는 역시 중국에 대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3국 국방장관이 이 말을 한 자리가 샹그릴라대화에서 했던 얘기인데요 거기에 중국도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중국은 그런 환적 감시활동에 대해서, 감시활동은 ‘파이브 아이즈’-미국과 중요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동맹(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국가와 일본, 한국, 프랑스가 참가하고 있는데, 그런 활동에 참가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런 활동을 감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하니까 앞으로 세 나라가, 한국, 미국, 일본이 국제적으로 그런 환적 감시활동은 정상성이 있는 활동이라고 강조하면서 중국에 대해서 압력을 가하고 싶다는 그런 목적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번째는 역시 한국에 대해서. 일본은 그런 감시활동에 늘 초계기나 호위함이나 다 제공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국은 제공할 때도 있고 안 할 때도 있고 일본과 비교하면 소극적인 움직임도 있다고 합니다.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샹그릴라대화가 끝난 뒤에 한국을 방문해서 같이 하자고 그런 호소도 했지만 그것 역시 똑같은 목적, 그러니까 앞으로도 그런 감시활동에 열심히 참가해 달라는 그런 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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