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CIA 정보원설’은 과장”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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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007년 2월 11일 베이징 공항에 나타난 김정남의 모습.
사진은 2007년 2월 11일 베이징 공항에 나타난 김정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트럼프, 북과 대화 원하지만 ‘빅딜’ 포기 의사 없어

<기자> 한동안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미국과 북한, 그리고 남북한이 조심스럽지만 소통을 시작한 듯합니다. 마키노 위원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1주년에 즈음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은 꽤 긍정적입니다. 역시 관심은 두 정상이 다시 만나 비핵화 협상을 이어갈 수 있을지 여부인데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저는 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대화를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보였는데요 그래도 한편으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주장해온 포괄적 핵합의인) ‘빅딜’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밝힌 바가 없습니다. 북한도 (싱가포르 정상회담) 1주년이니까 그런 계기로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그런 뜻인 것 같은데 한편으론 북한의 ‘우리민족끼리’는 12일 ‘지금 세계가 원하는 건 미국의 상응조치다, 새로운 계산법으로 협의를 재개하는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 미국이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니까 북한도 역시 ‘빅딜’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친서를 보냈다는 건 (트럼프 대통령과) 신뢰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지만 북한은 역시 미국이 쉽게 양보하지 않을 거라고 아마 알고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북한이 진짜 양보할지 안 할지 실무차원에서 확인도 못 하는 상황 아래서는 역시 두 정상이 다시 만나는 상황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3차 미북정상회담 토대 마련 아직 미흡한 듯

<기자> 그런가하면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3차 미북정상회담이 전적으로 가능하지만 열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비록 북한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하긴 했지만 미국도 북한과 3차 정상회담에 여전히 흥미가 있다는 의미로도 읽히는데요 어떻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은 핵실험이나 ICBM 발사같은 군사적인 도발을 중단시켰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런 업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는 해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고 그런 판단 아래서 볼턴 보좌관이 3차 정상회담이 전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빅딜에 응할 필요가 있구요, 구체적으로는 북한이 핵개발의 전체적인 모습을 밝히면서 비핵화에 관한 로드맵(공정표)을 만드는데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한은 12일 우리민족끼리에서도 얘기했고 지난 4일에는 외무성 대표도 미국이 계산법을 바꾸고 하루빨리 자신들의 요구에 응하는 게 좋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어떻게 보더라도 3차 미북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토대는 아직까지는 마련되지 않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당분간 남북관계 큰 진전도 어려울 듯

<기자> 네 대화의 기조는 유지하지만 서로가 입장을 바꾸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씀이십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미북 정상 간 조속한 만남을 촉구하면서 6월 말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이전에 남북 정상이 만날 것을 제안했습니다. 북한은 이에 앞서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김대중 전 한국 대통령 영부인 이희호 여사 별세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조의문과 조화를 남측에 전달했습니다. 북한이 조문단 대신 판문점을 통한 조의문 전달을 택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남북관계 전면 개선에는 응할 뜻이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앞으로 남북관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방금 말씀하신 분석에 저도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이희호 여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식 때 조문도 하신 분이어서 북한도 반드시 조문해야 하는 입장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판문점에서 조의문과 조화만 전달했다는 건 역으로 보면 남북관계가 그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증명했다고 봅니다. 제가 최근에 한국 여당의 국회의원에게서 들은 얘기는 북한이 통 큰 근본적인 대화 얘기가 아니면 더 이상 남북정상회담에 응하지 못한다고 그렇게 전달해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최소한 개성공단 사업이나 금강산 관광 사업의 재개에 대해서 합의해야 하고 북한은 그것뿐만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그러니까 한국이 한미동맹을 계속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민족 주체로 안전보장을 다시 얘기할 것이지 그 정도의 얘기까지 응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정상회담에 응하기 어렵다고 그런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남북관계를 주로 담당해왔던 노동당 통일전선부 간부들도 다 물갈이됐기 때문에 실무차원에서도 남북접촉이 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분간 남북관계에서 큰 진전은 어려울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정남, 돈 부족∙∙∙장성택에 생활비 송금 요청도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으로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김정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정보원이었다는 주장이 최근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아사히 신문도 김정남 피살 직후에 그가 말레이시아에서 미국 정보기관원으로 추정되는 한국계 미국인을 만났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요, 김정남의 CIA 정보원설, 사실인가요?

마키노 요시히로: 제가 보기엔 ‘정보원’ 그런 표현은 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가 듣기론 김정남이 미국이나 한국을 포함해 북한과 관계있는 국가의 정보기관에게서 여러가지 만남을 요청받고 어려차례 접촉한 건 사실입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첫번째는 김정남이 좀 개방적인, 다른 북한 사람들과 달리 개방적인 사람, 성격이 좋은 사람이었고 두번째는 김정남이 경제적으로 너무 어려운 상황이어서 도움이 필요한 입장이었다고, 그런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여러차례 접촉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 정보기관 관계자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그 당시에 김정남이 진짜 돈이 없어서 장성택 부부에게 10만 달러 정도를 송금해 달라고 부탁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걸 미국이나 한국의 정보당국이 해킹했던 사실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김정남에게 여러 금전적 지원도 하고 그 대신에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편 김정남도 북한 당국에게서 여러가지 과도하게 적대시당했기 때문에 너무 무서워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특정 국가와, CIA 정보원이나 국정원 정보원 같은 그런 관계가 되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웠다고 저는 듣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과 사이에서는 이명박 정권 말기에 김정남에게 망명을 권유할까 하는 그런 얘기도 있었는데 결국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김정남이 CIA와 접촉한 건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정보원같은 특별한 관계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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