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리 “미북 실무협상 아직은...”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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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대북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8일,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다시 한번 실무협상 개최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실무협상을 재개하기에는 여전히 미북 간에 뚜렷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국무부 내에서는 과연 실무협상에 나설 북한 측 상대가 누가 될지에 대한 확신도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실무협상 성사, 아직 이른 시기

- 미 행정부 관리 “미국의 입장 달라지지 않아”

- 비핵화, 대북제재에 대해 완고한 입장 유지

- 비건 협상 파트너, 누가 될지도 아직 파악 안 돼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북한과 대화 재개 의사를 거듭 밝히고 있지만, 아직 미북 실무협상이 성사되길 기대하기는 이른 상황이라고 미국 행정부의 한 관리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이 관리는 북한이 실무협상에 응하겠다고 하면 방한 중인 비건 대표가 기꺼이 회담에 나서겠지만, 아직 그런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 정부 관계자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 비건 특별대표가 ‘동시적∙병행적 진전’, ‘유연성’, ‘체제 안정’ 등을 언급하며 양측이 대화 국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북 사이에 협상 교착을 깰 뚜렷한 돌파구가 조성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 행정부 관리는 또, 미국 정부 내에서 비건 특별대표의 협상 상대가 누가 될지도 아직 명확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털어놨습니다.

일부에서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유력한 협상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지만, 최 제1부상이 지금은 높은 지위로 승진했기 때문에 비건 특별대표의 맞상대로 나서기에는 급이 다를 수 있다는 견해가 미 행정부에서조차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지난 하노이 정상회담 이전 실무협상 과정에서도 비건 특별대표는 최선희 제1부상을 자신의 협상 파트너로 알았지만, 김혁철 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를 깜짝 소개받은 경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비건 대표는 최근(4일) 한미경제연구소에서 한 질의응답에서 최근 최선희 제1부상 앞으로 대화 재개를 제안하는 편지를 보낼 때도 자신의 협상 파트너로서 보낸 것은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스티븐 비건] 제가 최선희 제1부상 앞으로 편지를 보냈을 때 제 협상 파트너로 보낸 것은 아니었고, 논의를 재개하자는 목적으로 보냈습니다. (I did not send vice minister of foreign affairs, Choe Sun Hui, a letter as my counterpart, I sent a letter purposing reengage discussions.)

- 주석단까지 오른 최선희 제1부상, 전면보다 후방에서 지휘할 수도

- 북한은 실무협상보다 정상 간 합의에 더 관심


미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장도 최근 주석단까지 오르면서 지위가 격상된 최선희 제1부상이 비건 특별대표를 상대하는 것은 좀 이상(odd)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최선희 제1부상이 직접 비건 대표를 상대할 수 있지만, 직급이 낮은 외교관을 협상 전면에 내세우고 본인은 뒤에서 모든 상황을 지휘할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켄 고스] 하노이 회담 당시에도 최선희 제1부상이 뒤로 빠지고 김혁철 전 대사가 전면에 나섰듯이 이번에도 비건 특별대표가 낮은 직급의 누군가를 상대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비건 특별대표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하길 원하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서로 무언가를 양보하고 합의하기 이전에 북한은 실무협상에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면, 미 국가이익센터의 해리 카지아니스 국장은 28일, 미국은 상대방 직급의 높낮이와 관계없이 실무협상의 재개를 바라고 있다며 대화를 통한 외교적 진전을 이루려면 직급을 따질 때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한국 석좌도 최근(24일) 유창한 영어 실력과 협상 경험이 많은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이 실무협상의 분위기를 훨씬 부드럽게 이끌어갈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북한, 실무협상 제안에 계속 침묵하는 이유는?

- 미국의 완고한 대북압박정책에 불만

- 대화 국면에도 대북제재 완화에 변화 없어

- 미북 간 뚜렷한 돌파구 아직 마련 안 돼

- 미북 의사소통에는 문제없어…, 3차 정상회담 열린다면 올해 안에


하노이 회담 이후 최근까지 실무협상 재개를 제안하는 미국의 손짓에도 북한이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스 국장은 미국의 입장이 여전히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켄 고스] 그것은 아주 단순합니다. 북한에 대한 미국의 최대압박정책 때문입니다. 최소한 폼페이오 장관이나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북한의 큰 양보 이전에 북한과 협상할 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이 이를 반대하고 있고, 북한은 최대압박정책이라는 미국의 전략을 바꾸길 원하는데, 그전까지 실무협상에 나설 이유가 없는 겁니다.

한편, 행정부 관리는 미북 간에 일반적인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는 없으며 내년 미국의 대통령 선거 국면을 고려할 때 만약 3차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올해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8일,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한국을 방문한 비건 대표는 이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한 뒤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공약을 동시적∙병행적으로 진전시키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번 방한을 통해 비건 대표와 북측 대표단 간 깜짝 실무협상에 대한 기대도 컸지만, 실제 만남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여전히 팽팽한 양국의 긴장감을 반영했다는 분석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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