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 실추된 위상 회복 기회”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2019-07-0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악수하는 미북 정상의 모습.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것으로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 VIP실에서 악수하는 미북 정상의 모습.
/연합뉴스

앵커: 저명한 한반도 전문 기자인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한반도 담당 편집위원과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 시간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박정우 기자입니다.

트럼프, 다음 대선서 유리한 환경 만들어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만났습니다. 마키노 편집위원님,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이번 깜짝 회동의 의미부터 먼저 짚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신문 편집위원. 사진 제공-마키노 요시히로

마키노 요시히로: 역시 미국과 북한에 대한 의미가 다른 듯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으로선 그야말로 선거운동이라고 저는 평가하구요. 자신의 다음 대통령 선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북한 문제를 이용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으로선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고 싶다, 다른 사람은 만나지 않겠다고 계속 얘기해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정치적인 유혹에 빠지면서 지난해 합의했던 싱가포르 공동 성명처럼 북한에 유리한 합의를 다시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북한 입장으로선 큰 이익을 얻어낸 회담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이번에도 파격의 연속이었는데요 어떻게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파격이라는 말 자체가 이번 회담이 가지고 있는 심각한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미국, 한국, 일본 세 나라 사이에 가장 중요한 문제는 역시 핵과 미사일 개발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문제에 아무런 진전도 없는데 두 정상끼리 만나서 뭔가 합의가 이뤄졌다거나 하는 그런 환상을 불러일으킨 건, 그리고 옆에 계셨던 문재인 대통령도 환영한다고 한 건 북한에 유리한 환경만 마련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기자> 네, 그런데 양 정상은 이번 만남 뒤 미북 양국이 앞으로 비핵화와 관련한 실무협의를 해 나갈 거라고 발표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비핵화 실무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측면이 있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평가하시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그건 제가 보기로는, 저도 아직까지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북한 입장으로선 자신들이 주장하는 대로 실무협의를 하자고 얘기했을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아무 조건없이 만난다는 게 아니고, 만난다고 하면 만나겠지요, 대화는. 그래도 거기서 자기들이 주장해왔던, 그러니까 먼저 비핵화한다는 게 아니라 미국이 동시적으로 단계적으로 제재도 완화해야 하고 자신들은 영변 핵시설만 포기할 테니까 상응한 제재해제에 나서야 한다거나 그런 주장을 계속 할 겁니다. 그런 실무협상이라면 100번 만나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저는 생각하구요. 우리는 북한에 대해서 핵군축이 아니라 비핵화 협상을 해야 한는 걸 북한에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핵심적인 부분에 대한 아무런 언급없이 실무협의를 한다거나 하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판문점 회동을 급작스레 제안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 뭐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그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고백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 때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었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지 않았을 거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또 판문점에서도 2년 반 전하고는 전혀 환경이 달라졌다고 그렇게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아마 트럼프 대통령 머리 속에는 계속해서 민주당 정권과 차별하고 싶다, 자신이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상대가 될 민주당 대선 후보보다 한반도 문제나 외교에서 대단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자랑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던 듯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김 위원장이 이런 급작스런 만남을 수락한 의도는 뭘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뭐니뭐니해도 트럼프 대통령 하고만 만나고 싶다는 거죠. 조선중앙통신도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폼페이오 장관도, 볼턴 보좌관도, 비건 대표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의 본질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과 협상하려고 하면 자기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낼 수 없기 때문이죠. 핵이나 미사일에 대해서 자세한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서 싱가포르 회동과 같은 합의를 다시 확인하자고 하는 건 북한이 인도나 파키스탄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그런 결과를 얻어내려고 하는 북한 입장으로선 큰 도움이 된다고 계산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짧은 시간이라도 군사분계선을 넘어가서 북측 지역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건 아마 김정은 위원장 입장으로선 미국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서 자기들 한테 만나고 싶다고 얘기해왔다고 그렇게 내부적으로 선전할 수 있기 때문에 하노이에서 한 번 떨어졌던 자기 위상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계산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비핵화 둘러싼 본질적 문제 아직 해결 안 돼

<기자> 이제 관심은 교착상태인 비핵화 협상에서 물꼬가 트일지 여부인데요, 어떻게 예상하시는지요?

마키노 요시히로: 본질적인 문제, 그러니까 비핵화나 미사일 개발 문제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서두르지 않겠다고 얘기도 하고, 김 위원장도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을 때 과거 정상회담도 강조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서로의 주장이 아직도 바뀌지 않고 있다는 말이지요. 북한 외무성 북미국장도 며칠 전에 북미 사이에 실무협의는 전혀 없다고 선언하기도 했구요. 비건 특별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오기 며칠 전부터 계속 한국에 있었습니다. 그건 제가 보기엔 실무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교착상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자기가 서울에 와 있는 동안 북한과 만나고 싶다는 호소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구요. 이런 상황 아래서 실무협의가 큰 진전을 이루긴 어려울 거라는 건 아마 다들 예상하고 있을 겁니다.

아베 총리 ‘트럼프 따라하기’ 개인적으로 걱정

<기자> 끝으로 이번 회담을 보는 일본의 반응, 전해주시죠.

마키노 요시히로: 네, 일본 언론들도 계속 속보를 내보내고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아마 정치권 내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도 더 북일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지 않을까 저는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아베 총리는 전제조건 없는 정상회담을 하자고 계속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건 이번 북미회동처럼 실무협의가 없더라도 회담을 하고 싶다는 뜻이거든요.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이것 역시 본질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 내에서도 그런 전략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아마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해서 자기가 김 위원장과 만났기 때문에 큰 성과다, 뭔가 좋은 성과가 있었다는 걸로 포장할 겁니다. 그러면 그런 행동의 영향을 받고 더 정치적으로 무리한 행동에 나서지 않을까하고 저는 개인적으로 너무 걱정하고 있습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