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 포기 설득 명분 찾는 듯”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19-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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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전날 열린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을 총 35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노동신문 1면 모습.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일 전날 열린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을 총 35장의 사진과 함께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노동신문 1면 모습.
/연합뉴스

앵커: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시 미북 간 비핵화 논의에 동력이 실렸다는 평가입니다. 이번에는 과연 비핵화의 정의와 범위, 내용 등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는데요.

한편, 대외에 천명한 비핵화 약속처럼 북한 내부에도 일관된 비핵화의 의미와 명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 내부적으로 ‘비핵화’ 명분에 대한 고민

- 대외∙대내에 설명 달랐던 비핵화 의미

- 핵 강국 선전해온 북, 비핵화 설명∙설득 필요

- 미북 간 비핵화 협상 지지부진에 핵 포기는 시기상조

- 하노이 회담 이후 새로운 전략∙입장 내놓을 시기

- 비핵화 기념주화 등 전략적 노선 변화 엿보여

[이시마루 지로] 올해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로 가는 것은 당과 자신의 의사라고 표명했고, 2월 말 하노이 회담에서도 충분치 못했지만, 핵 포기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그런데 하노이 회담이 결과적으로 결렬됐잖아요. 당시 북한 사람이 다 낙담하고, 실망했고, 새로운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입장입니다. 또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는 미국과 협상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있을 것이고…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 내부적으로 설명할 ‘비핵화’의 명분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이 요구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FFVD)’와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 위기 사이에서 오랜 희생을 대가로 핵 강국을 자부해왔던 북한 주민에게 이제 와서 핵을 포기하는 이유를 설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 탓인지 북한 당국은 실제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양은 물론 지방 도시에서 정치학습을 통해 ‘핵 무력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 1차 미북 정상회담 때도 김 위원장이 직접 비핵화를 언급했지만, 미북 간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대북제재도 완화되지 않아 여전히 북한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아직 핵을 포기할 단계가 아님을 주장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해석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김정은 정권의 근간이 되는 ‘유일영도사상에 관한 10대 원칙’에서도 핵보유국을 명시하고 주민들에게 핵 보유의 정당성을 설명해왔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그동안 핵무기 개발에 많은 투자와 희생이 뒤따랐고 ‘핵이 없으면 죽는다’며 핵 강국임을 자축했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핵을 포기하겠다는 상황을 과연 북한 주민이 받아들이겠느냐는 정치적 부담감도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내부에 대한 설명과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이 안 맞을 수 있잖아요. 대외 환경에 많은 변화가 있는데,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내부에 설명해 온 부분에서 모순이 생기면 갑자기 수정하기 어렵거든요. 이는 김 위원장의 권위가 실추될 수도 있고, 북한 주민도 ‘대북제재가 미친 경제적 영향 때문에 빨리 핵을 포기하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김 위원장이 많이 양보했구나’, ‘미국에 이기지 못했다’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내부적으로 비핵화를 선언하기가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 대내적으로 새로운 전략과 설득 방법을 내놓아야 할 시기라는 견해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발행된 북한 기념주화의 도안에 새겨진 ‘비핵화’와 ‘평화’ 문구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최근(2일) 한국 언론에 따르면 ‘조선반도의 비핵화’, ‘세계의 평화와 안전수호’라는 문구와 함께 손으로 핵무기를 짓누르는 듯한 그림은 과거에 반미 메시지로 가득했던 기념주화와 확연히 다릅니다.

특히 기념주화가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점을 고려하면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이 추구하는 전략적 노선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북한 비핵화’와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달라

- 김정은 정권, ‘북한의 비핵화’라고 한 적 없어

- 한반도 내 모든 핵 자산의 폐기를 주장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

- ‘조선반도의 비핵화’란 내부적 메시지는 변하지 않아


하지만 여전히 북한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김정은 정권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적지 않습니다.

북한은 계속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주장했지, ‘북한의 비핵화’를 하겠다고 한 적이 없다는 겁니다. 2005년 9.19 공동성명 합의 당시에도 문서에 ‘북한의 비핵화’가 쓰여있지만, 북한 내부의 당과 군에는 ‘북한의 비핵화’를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고영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조선반도에 대한 비핵화’란 내부 메시지에 변화가 없는 한 김 위원장이 따로 북한 주민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고 최근(지난달 2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습니다.

[고영환 연구위원]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는 것은 ‘조선반도의 비핵화’이고, 조선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 위협과 핵우산과 모든 핵 자산이 북한을 위협하지 않도록 물러나는 비핵화입니다. 이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이 애써 노력하고 있다는 논리로 북한의 당과 군, 인민을 교육하는 것이거든요.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면 필요한 논리를 찾아내 국민과 군인을 설득해야겠지만, 조선반도에 대한 비핵화라는 내부적인 메시지에 변화가 없는 만큼 크게 고민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북한 주민과 탈북자들도 핵 때문에 전 세계 지도자들이 김 위원장을 상대해주고 있다면서 김정은 정권이 절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영국의 인권단체인 ‘징검다리’의 박지현 대표는 지난달 30일, 김 위원장이 핵을 통해 강력한 지도자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다면서 핵을 포기하는 순간 북한이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박지현 대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하면서 북한 주민에게는 핵무기를 완성한 핵보유국임을 알리는 계기가 됐고, 핵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만나게 해 준 것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절대 핵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핵을 통해 자신이 북한 주민에게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고영환 연구위원]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을 특별한 외교전략과 천리혜안의 지도자로 선전하고 있는데, 내부 선전의 논조를 보면 우리는 이미 핵 강국으로서 전략국가의 지위에 세계의 중심에 당당히 들어섰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문재인 한국 대통령도 김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바꿔서 말하고 있거든요.

북 주민 바라는 경제적 번영으로 비핵화 명분 설득할 때

- 미북 협상 계기로 북한이 처한 환경에도 변화 불가피

- ‘북한의 비핵화’ 아니면 대북제재 해제, 정권 안전도 보장 못 해

- 북 주민, 핵무기보다 경제 발전 더 선호…설득할 명분은 충분

- 북, 대내∙대외에 일관된 ‘북한의 비핵화’ 기조 유지할 때


이처럼 비핵화를 향한 북한의 진정성을 둘러싼 의구심은 여전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세 차례나 만나면서 북한이 처한 환경에도 변화가 생겨난 점은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 새로운 동력으로 평가됩니다.

경제번영에 필수인 대북제재의 해제와 북한 체제의 안전 보장을 위해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달(20~21일)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남에서 새로운 전략적 노선에 따른 경제발전과 민생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외부환경이 개선되길 희망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정인 한국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도 지난달 (19일) 미국 워싱턴의 애틀란틱카운슬에서 한 강연에서 ‘김 위원장의 최종 목표는 무엇이라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경제 발전을 바라는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느꼈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문정인 특별보좌관] 지난해 판문점에서 있었던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만남에서 두 정상이 다리를 걸을 때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매우 강력히 북한의 비핵화를 언급했습니다. 그때 곧바로 김 위원장이 대답했습니다. 우리가 미국과 자주 대화를 하고 신뢰를 쌓아 서로 불가침조약을 맺는다면 왜 핵무기가 필요하겠냐고 말입니다. 또 지난해 9월, 제가 특별방북단의 일행으로 평양에 갔을 때 북한이 군사보다는 경제에 더 치중하려는 의지를 느꼈습니다. 김 위원장은 아마도 어느 쪽이 북한 체제에 더 도움이 될 것인지 저울질하고 있을 겁니다. 핵을 보유하고 대북제재로 고통을 받던지, 핵을 포기하고 경제적 번영과 평화를 누리던지 두 가지 선택 앞에 서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많은 북한 주민은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위기에 불만을 나타내면서 핵을 포기하고 미국, 한국 등과 교류하면 경제 강국이 될 수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또 미국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대가로 경제적 번영과 체제 안전의 보장을 여러 차례 언급했기 때문에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아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설득의 명분은 충분히 마련됐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분석입니다.

[이도훈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지난달 19일)] 그동안 북한의 밝은 미래에 관한 논의가 있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최우선 정책에서 체제 안전보장과 인민 생활의 향상에 큰 열망을 갖고 있음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또 올해 신년사와 최근 정책 발표에서도 경제발전에 대한 내용이 뚜렷합니다. 이것은 긴 과정이지만, 비핵화의 진전과 평화 정착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비전입니다.

판문점에서 파격적으로 이뤄진 미북 두 정상의 깜짝 만남.

미북 대화 재개의 돌파구가 마련되고 실무협상과 뒤이은 4차 미북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대외, 대내를 향한 북한의 일관된 비핵화의 의미와 이행 의지에 국제사회는 주목하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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