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샘플 채취 빠진 핵검증 무의미”-전문가들

미국은 북한의 테러해제 시한인 8월11일까지 북핵 검증장치 마련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핵신고량을 정확히 검증할 수 있는 ‘환경샘플’ 채취 같은 요소가 포함되지 않는 검증장치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08-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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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외교협회(CFR) 게리 새모어 부회장은 지난 12일 6자회담 언론 발표문을 통해 핵시설 방문과 문서검토, 기술인력 인터뷰 등 북핵 검증원칙이 제시되긴 했지만,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세부적인 검증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신고한 플루토늄 추출량을 정확하게 검증하려면 핵관련 시설에서 ‘환경 샘플’(environmental sample)을 채취하는 것이 필수라고 설명했습니다.

Dr Gary Samore: That's very important. For example, you'd want to take samples at the nuclear reactor, you'd want to take samples from the graphite....

"환경샘플은 매우 중요한 검증요소이다. 이를테면 영변 원자로에서 흑연 샘플을 채취해 방사능 활동을 측정할 수 있어야 하고, 핵재처리 산물인 핵폐기물도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핵과학자들은 시료채취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시료를 채취해서 ‘법의학적’(forensic) 실험을 해보면 북한이 신고한 37kg 플루토늄양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세모어 박사는 북한은 과거 핵폐기물에 대한 환경샘플 채취를 거부한 전례가 있다고 상기시키고, “제대로 된 과학적인 검증을 위해선 환경샘플의 확보가 가장 긴요한(essential) 요소”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92년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시 핵폐기물 저장소를 신고하지 않아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당시 저장소에 보관된 핵폐기물에 대한 샘플 채취를 통해 핵재처리 시기와 용량을 측정하려 했지만, 북한이 시설 접근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됐습니다.

새모어 부회장은 또한 시설방문의 경우 어떤 핵시설을 얼마나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는지, 기술인력에 대한 인터뷰의 경우도 인터뷰 대상을 단독으로 만날지, 아니면 정보관계자의 배석을 허용할지 등등 세부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요소가 빠진 검증장치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도 비핵화 실무그룹의 핵심임무는 검증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세부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Bruce Klingner: The biggest question is whether those facilities are outside Yongbyon or whether Phase 2 is being redefined only by cessation...

“가장 큰 의문은 이를테면 시설방문과 관련해 영변 이외의 시설도 접근이 허용될지, 비핵화 2단계가 영변시설의 플루토늄 검증으로 종료될지, 아니면 플루토늄은 물론 농축 우라늄, 핵실험 장소 같은 다른 핵관련 시설, 나아가 북한 전역의 핵의혹 시설에 대한 불시 검증도 포함할지 등인데 이런 세부사항이 검증장치에 담겨야 한다.”


세모어 부회장은 특히 북핵 신고서를 달갑지 않게 보고 있는 미 의회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향후 검증장치의 관건은 ‘신뢰성’이라고 강조했습니다.

Gary Samore: 중요한 것은 검증체제가 그럴 듯 해야하고 믿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은 부시 행정부도 의회에 대고 ‘북한이 신고한 37kg의 플루토늄 추출량이 합리적 범위 안에 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세모어 부회장은 이와 관련해 “예를 들어 미국이 검증한 결과 북한의 플루토늄이 신고량인 37kg보다 훨씬 많은 50kg으로 판명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런 일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부시 행정부는 당혹한 나머지 의회에 대해서 ‘37kg 신고량의 정확성 여부에 대해 얘기해줄 수 없다’고 발뺌할 순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검증장치의 신뢰성이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과연 신뢰할 만한 수준의 검증장치에 합의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도 있지만, 미 외교협회 세모어 부회장은 “북한이 핵신고량에 대한 검증을 허용할 용의가 있다면 필요한 검증사항에 대해 합의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세모어 부회장은 그러나 북한이 미국이 정한 테러해제 시한인 8월11일까지 신뢰할 만한 검증장치 마련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테러해제 결정을 중단(suspend)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하고, 만일 검증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러해제를 단행할 경우 “미국은 대북 협상 지렛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앞서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핵 검증에 관한 언론발표문이 직후 테러해제 시한인 8월11일 염두에 둔 듯, “앞으로 45일내 검증 의정서(protocol)을 마련해 검증이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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