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 하원의장 만류로 ‘셔먼 법안’ 상정 무산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해주는 것을 막기 위한 법안이 최근 미 하원에 제출돼 통과 여부가 관심을 끌었지만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만류로 법안 자체의 상정이 사실상 어렵게 됐습니다.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0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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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민주당에 적을 둔 펠로시 하원의장은 최근 하워드 버먼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에게 “브래드 셔먼 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관련 법안을 ‘상정하지’(mark-up) 말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미 의회 핵심관계자가 23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법안의 본회의 상정권을 쥐고 있는 펠로시 의장이 자신의 의견을 밝힌 이상 법안이 더 이상 진전을 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셔먼 의원실의 로저 로츠 언론담당관은 관련 법안의 구체적 진전 여부에 대해 “현재 외교위원회에 제출만 된 상태”라고만 자유아시아방송에 23일 밝혔습니다.

앞서 하원 외교외교위원회 산하 테러-비확산-무역 소위원회 위원장인 민주당 소속의 셔먼 의원은 지난 3일 공화당 일리나 로스-레티넌 의원과 함께 북한이 검증 가능한 핵신고서를 제출하기 전에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하지 못하도록 한 법안을 제출한 바 있습니다. 당시 이 법안에는 하원 외교위 서반구 소위원회의 엘리엇 엥글 위원장과 중동 소위원회의 게리 에커만 소위원장도 동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이 개입한 이유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그간 부시 행정부의 북핵 협상을 지지해온 터라 별로 놀랍지 않다는 것이 미 의회조사국 닉시 박사의 평갑니다.

Dr. Larry Niksch: Democrats support the agreement. They were never happy with this abrogation of the Agreed Framework by the Bush administration. Now you have a new agreement, which is in many ways similar to the Agreed Framework. and for the most part, Democrats support that.

“민주당측은 기존의 북핵 합의안을 지지하고 있다. 그들은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 시절 타결한 제네바 합의안을 무효화시킨 것에 대해 못마땅해왔다. 현재의 합의는 당시 제네바 합의문과 비슷한 대목이 많아 민주당측이 지지하고 있다.”

닉시 박사는 이번에 셔먼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됐다면 북한의 테러해제 여부에 위협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의회 차원의 걸림돌이 제거됨에 따라 부시 행정부는 의회에 대한 45일간의 테러해제 통보 시한인 8월10일 이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할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19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에 연루된 이후 이듬해부터 올해까지 20년간 연속해서 테러지원국 명단에 올랐습니다.

북한도 미국의 테러해제에 발맞춰 오는 9월9일 정권 창건 기념일에 때맞춰 대대적인 대외행보에 나설 것이라고 워싱턴의 북한 전문가들이 전망하고 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베트남을 순방할 것이란 관측이 나돌고 있고,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아세안 지역안보포럼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한 뒤 곧바로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도 김 위원장의 베트남 방문 준비와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이 전했습니다.

그러나 테러해제 시한인 8월10일까지 북한이 검증체제 마련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상황은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주 북한측에 북핵 검증체제 마련을 위한 4쪽의 의정서 초안을 제시했고, 현재 답신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의정서 초안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워싱턴의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핵샘플 채취 등 사찰과 관련한 기술적인 사항 말고도 주한미군에 대한 사찰 포함 여부, 그리고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 참여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라 의견 조율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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