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자극 용어 바꿀 용의”…미, 북핵 검증형식 완화

미국이 북핵 검증안의 형식과 관련해 북한이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일부 용어에 대해 수정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북한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08-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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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북 핵협상에 정통한 미국의 전직 고위 관리는 “미국 정부는 북한이 검증 기준과 관련해 현재 극도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제적 기준’(international standards)이라든가 ‘핵환경 시료채취’(environmental sampling)와 같은 용어에 대해선 이름을 바꿀 용의가 있으며, 이와 같은 의사를 이미 북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이 전직 관리는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런 용어를 다른 이름으로 바꾸더라도 용어가 내포하는 원래의 검증 내용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힐 국무부 차관보가 언론에 밝힌 검증 형식의 ‘신축성’(flexibility)이란 “이처럼 검증의 본질 내용은 바꾸지 않되 북한을 자극하는 용어는 다른 식으로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이 전직관리는 설명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 10일 자유아시아방송과 인터뷰에서 검증체계안과 관련해서, 미국의 관심 사항을 담은 모종의 ‘제안’(suggestions)을 북한측에 제시했다고 밝히고, “미국은 검증의 형식(format)에 관해 매우 신축적인 입장”이라면서 북한의 호응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 8월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검증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국제적 기준’을 북한에 대한 자주권 침해에 해당하는 ‘특별사찰’이라고 규정하고, 거부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또, 영변 핵시설에 대한 핵시료 채취 문제의 경우도 시료 채취를 허용할 경우 영변 이외 다른 핵의혹 시설에 대한 시료 채취의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미 외교협회(CFR) 게리 새모어 부회장은 과거 자신의 북핵 협상 경험에 비춰볼 때 미국 정부의 용어 변경 방침은 북한의 호응을 끌어낼 여지는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Dr. Gary Samore: Sometimes with the North Koreans, they say certain words cause them embarassment...

“북한은 때때로 특정 용어에 당혹감을 느낀다. 지난 1995년 케도와 북한간에 경수로 협상을 벌일 때 일이다. 당시 북한측은 자신들이 제공받을 경수로를 ‘한국형’이라 할 경우 너무 당혹스럽다며 난색을 표했고, 결국 경수로는 본질적으론 한국형이지만 다른 식으로 이름을 부르는 식으로 낙착을 받고 북한도 이에 반대하지 못했다”


세모어 부회장은 미국이 요구한 ‘국제적 기준’이란 용어가 “북한 입장에선 자신들을 이라크처럼 취급한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 용어변경 수용 입장을 보인 것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라고 본다”고 말하고, “국무부 관리들이 검증의 본질적 내용은 바꾸지 않으면서도 다른 식으로 부르는 방법을 충분히 고안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새모어 부회장은 북한이 이마저 거부할 경우 미국이 생각해볼 수 있는 또다른 방안은 “검증 의정서와 관련한 공개 문건 말고도 북한과 별도의 ‘비공개 양해각서’(confidential minute)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힐 수 없는 내용을 담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새모어 부회장은 북한이 미국의 입장을 수용할 지 여부에 대해 “북한이 실제로 반대하는 것이 용어 때문인지 아니면 본질적인 내용인지 여부에 달려있지만, 현재 워싱턴 조야의 지배적인 분위기는 북한이 현 검증협상을 중단한 채 차기 미 행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기다리기로 작정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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