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중국 속 북한인, 비극의 현장을 가다’ ① 인신매매의 덫에 걸린 북한 여성들

오늘은 그 첫 순서로 탈북 첫날부터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물건처럼 이리 저리 팔려 다니는 탈북여성들의 현실을 취재한 ‘인신매매의 덫에 걸린 북한 여성들’ 편을 보내드립니다.
중국-정영 xallsl@rfa.org
200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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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저 너머 고향땅이 보이는 두만강 변에 서있습니다. 목숨을 걸고서 강을 넘어오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습니다. 무심히 흐르는 저 강을 넘다가 붙잡혀 생사를 알 수 없는 사람들, 물에 빠져 영영 나오지 못한 사람들, 그 숱한 희생자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지금 제가 서있는 곳은 7년 전인 2002년 4월, 여섯 명의 탈북 여성이 살길을 찾아 차가운 두만강을 건넜던 바로 그 현장입니다. 국경경비대의 추격을 받아 강물에 뛰어들었던 이 탈북 여성들은 급물살에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6명의 탈북자 가운데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김은희 씨는 7년 전 그날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김은희: 밤 10시에 강을 건너려는데 경비대의 추격을 받아서 우리는 물이 제일 깊은 곳으로 들어서게 되었어요. 6명이 모두 손잡았었는데 물살이 빨라 손이 다 헤쳐졌고, 나와 조그만 18살 소녀와 손을 잡았었는데 놓쳤어요. 나 이젠 죽었구나, 이젠 누구도 못 보겠구나, 물이 깊어 세 번째 솟구쳐 올랐을 때 한 남자가 내 머리채를 끌어 잡아 당겨 겨우 살았어요.

정영: 그때가 몇 월이었습니까?

김은희: 4월 달, 4월 19일입니다. 그래 우리 도착해서 개인집에도 못 들어가고 잡힐까봐 산막에서 야... 강변에 나오니까 바지가 여기까지(무릎 가리키며) 다 내려오고, 4월 달에 그 찬 물에 들어가서...


은희 씨가 손목을 잡고 건너던 18살 어린 소녀는 깊은 강물 속에 빠져 영영 솟아나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죽음을 각오하고 건너온 중국 땅은 은희 씨가 바라던 행복의 보금자리는 아니었습니다.

은희 씨는 이미 인신매매의 덫에 걸린 상태였습니다. 은희 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겨 구해준 그 남자도 실은 북한 여성들을 두만강으로 넘겨주는 북한 쪽 인신매매조직의 한명이였습니다.

탈북 여성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는 대략 3단계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단계는 북한에서 여성들을 모집해 두만강까지 안내하는 북한쪽 인신매매와 2단계는 두만강 변에서 여성들을 인계받는 중국 쪽 인신매매 조직, 그리고 3단계는 탈북 여성들을 중국 산동지방이나 흑룡강성 등 사방으로 되파는 인신매매조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들 조직들은 장소와 시간을 약속해놓고 움직이는 점조직 형태를 띠고 있고 여성들을 매매하는 가격도 각각 다릅니다. 예를 들어 북한쪽 인신매매조직은 여성 한명 당 보통 중국 돈 1천~2천원(미화 150~300달러)에 넘겨줍니다.

중국 심양시의 한 골목에서 셋방을 얻어 사는 김정화 씨도 1년 전에 중국 돈 2천원에 팔려왔습니다.

정영: 혹시 얼마에 팔렸는지 아세요?

김정화: 예, 그 아주머니(인신매매)가 처음에 건너왔을 때는 돈 벌러 온다고 했어요. 그 아주머니의 친척이 연변에 있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친척집에 거짓말로 나를 자신의 이모 딸이라고 소개했고, 이모부가 죽었는데, 돈을 가져다 줘야 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그 친척한테 중국 돈 2천원(미화 300달러)을 받아갔어요. 그 아주머니는 떠나면서 그 친척에게 (나를)시집 보내주라고 했어요.

처음 이렇게 팔렸던 정화 씨는 그 뒤 길림성 돈화시(敦化市)로 팔려갔습니다. 돈화시의 인신매매범은 웃돈을 얹어 다시 정화 씨를 팔려고 했습니다.

정화: 나를 산 사람이 돈화 시내에 나갔어요. 그런데 주인이 조선 사람을 하나 청해 왔어요. 그 조선족 통역이 나에게 ‘이 사람이 너를 중국 돈 7천~8천원(미화 1,200달러)에 너를 팔려고 한다‘고 말해주었어요.

정영: 그러면 그것을 본인이 알았습니까?

정화: 그때는 몰랐고요. 번역해주는 조선족이 말해서 알았어요.


또 다른 탈북여성인 김은희 씨를 판 인신매매 업자도 중국 쪽 인신매매 업자들로부터 중국 돈 500원을 받았습니다.

김은희: 우리를 팔 때는 (북한 쪽 인신매매는)중국 돈 500원씩 받는다고 했어요. 그리고 중국 인신매매들이 다시 화룡(和龍)에 팔아버립니다. 거기서 인신매매들이 사방에 전화를 해서 데려가라고 합니다. 화룡 인신매매들이 우리를 산동성 인신매매에게 되팝니다. 우리를 데리러 온 산동성 여자는 다시 개인집에다 파는데 1만원~2만원 거의 되게 받습니다.


90년대 중반 북한 인신매매범들은 여자 한 명당 중국 돈 500원에 중국 쪽 인신매매들에게 팔았지만, 최근에는 북한의 국경경비가 강화되면서 중국 돈 2천 원으로 올랐습니다. 김은희 씨는 인신매매를 거부하는 탈북 여성 가운데는 북한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살해 당하는 일도 있다고 말합니다.

정영: 그래서 만약 못살겠다고 하면 조선에서 데리러 옵니까.

김은희: 이 사람들은 며칠에 한 번씩 여자들을 넘겨옵니다. 만약 내가 병이 있거나, 중국에서 시집가기 싫다고 하면 그 사람들은 우리를 데리고 가다가 두만강 물에 처넣고 죽입니다. 남자 2명의 힘을 여자들이 당해내지 못합니다.

정영: 누가요?

김은희: 그 인신매매 하는 사람들이... 왜 그러냐면 우리가 (북한 쪽으로 다시) 건너가면 자기네가 죽기 때문에 죽입니다.

정영: 그 인신매매들이 중국 쪽 인신매매인가요. 아니면 조선쪽 인신매매인가요?

김은희: 조선쪽 인신매매요. 조선 사람들이 중국에 여자들을 넘겨주면 중국 사람들이 그걸 받아서 돈을 주고 다른데다 팔아먹지요. 그러니까 중국사람, 조선 사람 다 인신매매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물건처럼 넘겨받고 넘겨가고요.


북한에서 인신매매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이러한 인신매매 조직들이 북한의 권력기관과 유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김은희 씨를 중국에 넘긴 인신매매범은 놀랍게도 제대군관(전역 장교)이었습니다.

정영: 혹시 인신매매의 나이가 얼마나 되었습니까?

김은희: 내가 알기로는 군관 제대군인이라고 하던데 나이는 서른 살을 넘었고, 키도 크고 당원이고...

정영: 그럼, 노동당원도 인신매매를 합니까?

김은희: 돈 있으면 다 하지요, 그리고 돈 먹이지 않고 그걸(인신매매) 어떻게 합니까. 보위부와 안전부를 다 끼고 하는데 집에 보위부원, 보안원들이 들락거립니다.


중국 인신매매범들도 조직화 되어 두만강 변까지 마중 나가 탈북 여성들을 넘겨받습니다. 북한 쪽 인신매매범 들로부터 여성들을 넘겨받은 연변지방의 인신매매범들은 한 명당 중국 돈 3천~5천(미화 500~800달러)원을 받고 내륙지방 인신매매 업자들에게 팔아 버립니다. 그러면 내륙지방 인신매매 업자들은 산동성이나 흑룡강성 등지로 탈북 여성 한 명당 중국 돈 8천~1만 원(미화 1200~1500달러)가량에 팔아버립니다.

기자가 길림성을 찾았을 때 힘겹게 숨어사는 탈북여성 경옥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옥 씨로부터 중국 쪽 인신매매 조직의 움직임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영: 인신매매 조직은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경옥: 우리가 연변 넘어오면 강 옆에서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잡아가지고 연길, 그리고 넘기면 넘길수록 값이 비싸요.

중국 화룡시에서 인신매매를 당한 경옥 씨는 장발을 한 인신매매 조직의 한 중국인에 의해 하나 둘씩 어디론가 끌려갔다고 말합니다.

경옥: 그래서 도착한 곳이 화룡인데, 가만있으니 머리가 이렇게 긴 남자가 들어와서 하나씩 골라갔어요. 그래서 파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나는 조선족에 보내 달라고 말했어요. 나보다 먼저 간 여자들은 모두 한족들에게 팔려갔어요.


김은희 씨도 자기와 함께 두만강을 넘었던 일행이 모두 산동지방으로 팔려갔다고 말합니다.

김은희: 거기에 가니 산막에 모인 우리 일행이 모두 16명이었습니다. 거기서 5명이 먼저 뽑혔습니다.

정영: 거기서 함께 넘어왔던 일행이 모두 갈라졌습니까?

김은희: 다 갈라졌어요. 쪼그만 애들까지 다 갈라졌습니다. 다섯 명이 가기는 모두 산동에 갔는데 인솔자가 다 다릅니다. 화룡에서 다 갈라져서 연길 와서 버스 칸에서 모두 다 모였습니다. 산동 가는 버스이니까, 그 다음에는 제 갈 길로 다 갈라져서 갔습니다.


이렇게 인신매매로 팔려간 탈북 여성들은 가격도 서로 제각각입니다. 특히 나이가 어리고 예쁠수록 가격이 높다고 피해자 탈북 여성들은 말합니다.

정영: 대체로 어떤 경우에 가장 비싸게 팝니까?

경옥: 내가 들어올 때 가장 비싼 가격은 중국 돈 1만원 이었습니다. 그는 20살이었고 아줌마라도 예쁘게 생기면 비싸게 팔려요.


이렇게 살길을 찾아 두만강을 건넜던 탈북 여성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인신매매를 당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무작정 두만강을 건너는 북한 여성들은 자신들이 팔린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이 외부에 들어오는 정보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내 북한 여성들의 인권실태가 북한 내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9년 전 목숨 걸고 건넜던 두만강.. 그 강물은 이런 많은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히 흐르고 있습니다 새로운 삶, 더 이상 배고프지 않은 삶을 꿈꾸며 저 강을 건넜던 많은 고향의 여성들이 더 나은 삶은 커녕 오늘도 짐승처럼 팔려 다니고 있습니다. 팔려 다니는 것이 배고픈 것 보다는 차라리 낫지 않느냐는 어느 탈북여성의 자조적인 말이 비수처럼 가슴을 찌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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