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중국 속 북한인, 비극의 현장을 가다’ ② 산산조각 난 차이나 드림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탈북여성들이 중국에 건너간 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도 박탈 당한 채 힘겹게 살아가는 현실을 취재한 ‘ 산산조각 난 차이나 드림’ 편을 보내드립니다.
중국-정영 xallsl@rfa.org
2009-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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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쓰촨(四川)성 성도인 청두(成都) 시내 중심가.
중국 쓰촨(四川)성 성도인 청두(成都) 시내 중심가.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은희: 난 여기 생활이 조선보다 못합니다.

김정화: 병원에서 그 사람 죽는다고 살려주지 않습니다. 상관을 하지 않아요. 죽겠으면 죽고 집으로 가라고 합니다.


과연 중국은 탈북 여성들에게 낙원일까, 중국을 낙원으로 믿고 건너왔다가 만족한 삶을 살지 못하고, 그렇다고 북한에 돌아갈 수도 없게 된 탈북여성들은 속상한 마음을 이렇게 터놓습니다.

개혁 개방 30년 이래 중국은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해 적지 않은 중국인들이 과거보다 나은 삶을 살고 있지만, 중국에서 국적 없이 떠도는 탈북자들에게는 남의 애깁니다. 그들은 중국에 가서 배불리 먹어 보고, 장사밑천이라도 벌어보겠다는 소박한 꿈을 갖고 국경을 넘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무작정 넘어온 중국은 결코 탈북자들이 바라는 보금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탈북여성들은 인신매매의 덫에 걸려 중국인 정신지체 장애인이나, 나이 많은 홀아비들에게 팔려갑니다. 기자는 탈북 여성들의 중국 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길림성과 흑룡강성, 료녕성 등 여러 곳에서 탈북 여성들을 만났습니다.

흑룡강성 목단강에서 만난 김은희 씨는 2003년 처음 두만강을 넘자마자 중국 산동에 있는 정신 병력이 있는 남자에게 팔려갔습니다.

정영: 남자는 어떤 남자였습니까?

김은희: 음... 반(半) 머저리였습니다. 일하고 주패 놀고 마작 노는 것은 다 하는데 여자만 보면 기차게 웃습니다.

팔려간 지 한 달 만에 이 남편의 집에서 도망쳐 나온 은희 씨가 갈 곳 없어 헤매다가 두 번째로 팔려 간 곳도 역시 신체 장애자였습니다. 찢어지게 가난한 남편, 거기에 임신까지 한 은희 씨의 생활은 말이 아니었습니다.

김은희: 그런데 그 남편이 일하러 나갔다가 다른 사람과 싸워 팔 힘줄이 끊어져 불구가 되었습니다. 그때 나는 임신한 상태였습니다. 남자와 살다가 생활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우리는 쌀 사올 돈이 없어 모두 상점에서 외상을 가져와 소금에 밥을 먹으면서 울었습니다. 나도 임신한 상태어서 밥에 고추장을 먹으면서 울었습니다. 친척집에 가서 남편의 집이 벼농사를 하는데 홑옷을 입고 가서 첫새벽에 가서 쌀 100kg을 좀 달라고 하자, 돈을 내놓으라고 했어요. 할 수 없이 남들이 도와주었어요. 남편은 팔을 쓰지 못하면서도 벌겠다고 하면서 나무에 올라가 잣을 따다가 나무에서 떨어져 죽었습니다. 텔레비전도 없었고, 우리 마을에서 기름 한 방울 먹지 못하고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현재 은희 씨가 살고 있는 농촌마을에는 약 300세대의 중국인들이 살고 있는데, 거기에 9명의 탈북 여성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정영: 그러면 다 북한 사람들은 다 그런 곳에서 삽니까?

김은희: 다 제집은 있어도 찌그러져 가는 집이지요.

정영: 그 사람들은 밥은 먹고 삽니까?

김은희: 밥은 먹고 사는데 남들처럼 풍족하게 살고 입지 못하고...

정영: 그 사람들이 달아나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까?

김은희: 예, 없습니다. 다 고착되어 사는데 내가 원래 살던 농촌 마을에서는 그렇게 못살아도 다 남편과 붙어살고...


정신 병력이 있는 남편에게 팔려가기는 길림성 매화구시의 한 농촌 마을에서 숨어사는 김경옥 씨도 마찬가집니다.

김경옥: 나는 매화구라는 곳에 팔려갔는데, 그 남편은 아주 지적으로 모자랐어요. 웬만하면 살지요. 그런데 완전히 바보예요. 부부생활도 할 줄 모르고 계속 웃어요.

북한 여성들을 아내로 찾는 중국인들은 대체로 중국사회에서 아주 가난해 결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거나 장애인들입니다.

김경옥: 사실 돈 많은 사람들이 왜 북한 사람들을 데리고 살아요? 제 고장 사람들도 많은 데... 북한 사람들을 데리고 사는 사람들을 보면 돈 많고 멋있는 남자들이 안 데리고 살아요. 그저 모병이 있고, 돈 없다든가, 집안이 곤란한 사람들이 찾지요.


이렇게 원치 않는 ‘결혼’을 당한 탈북 여성들은 남편들로부터 구타와 성폭행, 강제 임신 등을 당하게 됩니다. 이렇게 팔려온 탈북 여성들은 대체로 국적이 없습니다. 탈북 여성을 아내로 맞는 중국인 가정들은 대체로 가난한 집들이어서 불법이나마 중국 돈 1만원이면 얻을 수 있는 중국 국적을 올려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국적이 없는 탈북 여성들은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습니다.

우선 아파도 치료를 받기 어렵습니다. 수술을 한번 받자면 거액의 병원비가 필요하지만, 원래 가난한 중국집에 팔려온 탈북 여성들에게 돈이 있을 리 만무합니다.

경옥: 그들은 60% 죽어도 수술 칼을 대라는 가 물어보고 대라고 하면 대고 돈이 없으면 죽습니다. 처음에 야진(보증금) 5천원(미화 800달러) 내라고 하는데 두 번째에 또 야진(보증금)을 하라고 하고...

특히 호적이 없는 탈북자들은 보험카드가 없어서 사실상 중병에 걸리면 치료받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영: 제일 궁금한 것은 탈북자들이 국적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치료를 받습니까?

경옥: 농촌에서는 보험카드가 있는데 중국 사람들은 몇 퍼센트를 보상을 받습니다. 그런데 탈북자들은 보험카드가 없기 때문에 부담이 많습니다.

정영: 만약 보증금을 대지 못하면 어떻게 합니까?

정화: 상관을 하지 않아요. 죽겠으면 죽고 집으로 가라고 합니다. 병원에서 그 사람 죽는다고 살려주지 않습니다.


탈북 여성들은 이밖에도 폭력과 가정파탄과 같은 억울함을 당하고도 말 한마디 할 수 없습니다. 2003년 3월에 두만강을 건너 온 김정순 씨는 남편이 불륜을 저질러 이혼하면서도 탈북자라는 신분 때문에 돈 한 푼 없이 쫓겨났다고 말합니다.

중국 길림성 길림시의 한 농촌 마을.

김정순: 차이가 있으니 천대를 합니다. 못 사는 조선에서 왔다는 이유입니다. 애매한 일을 당하고도 하소연을 하지 못하고 경제권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가정을 위해서 사느라고 남편에게 마작 놀 돈을 줄 수가 없었는데, 그랬더니 남편이 돈을 주는 한족여자와 눈이 맞은 거예요. 그래서 내가 ‘애를 봐서라도 들어오라, 그러니까 뭐라고 하는지 알아요? 쌍놈의 OO , 죽여 치운다. 당장 기어 나가라’ 고 말했어요. 그래도 애를 봐서 한 반년동안 참았는데, 그래서 난 완전히 반쪽이 되었어요. 그 꼴 보기 싫어서 내가 나왔어요.

정영: 남편은 일하기 싫어해요?

김정순: 남편은 술 마시기 좋아하고, 마작 놀기 좋아하고 돈 쓰기 좋아하고 여자 좋아하고, 지금도 한족 여자와 같이 사는데 여기 중국사람 같으면 저 사람들은 둘 다 감옥에 가야 하는데 탈북자라는 이유로 애매한 일을 당하고도 말을 못해요. 나는 나올 때 재산을 하나도 가지지 못하고 나왔어요.


료녕성 심양시에 살고 있는 김정화 씨도 남편의 형이 사망하자, 조카들을 키우라는 시어머니의 말을 거역했다는 이유로 집에서 쫓겨났다고 말합니다.

김정은: 살다가 형이 죽었어요. 시어머니가 나를 불러 아이를 낳지 말고 형의 자식들을 키우라고 했어요. 그래서 나는 그렇게는 못하겠다, 나도 제 아이를 키워야지 조카는 조카고, 그러니까, 그 집에서 토론하고 형 아주머니와 내 살던 사람과 살게 하고 나더러 나가라고 했어요. 그래서 저는 나가는데 거저는 못나가겠다. 그래서 그 집에서 중국 돈 2천원을 주면서 나가라고 해서 나왔어요.

탈북 여성들은 이렇게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만일 권리를 주장했다가 중국 공안에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억울해도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가 만나본 탈북 여성들은 한결같이 북한에 다시 끌려나갈까봐 안전상 문제를 가장 큰 애로로 꼽습니다.

김정화: 지금은 국적이 없으니 마음이 권리가 없어 제일 우려돼요. 안전상 문제요.

정영: 호구조사를 자주 합니까?

김정화: 자주 안하지만, 가끔씩 해요. 공안이 호구조사를 할 때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요. 여기서 큰 사건이 터져서 달아났다고 할 때 그때 마음대로 다니지 못해요. 나도 집에서 당했던 적 있는데 조카가 파출소에서 왔다고 해서 달아났어요.


이렇게 탈북 여성들은 비록 중국에서 배를 곯는 일은 없다고 해도 탈북자라는 신분 때문에 중국 공안에 잡혀갈 근심 속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호적이 없어 일자리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중국에서 돈 벌어 북한에 나간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고 말합니다.

언제 붙잡혀 북한으로 강제로 보내질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국적도, 최소한의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도 없이 살아가는 이들 탈북여성들에게 중국을 향한 꿈과 환상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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