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 직장 그리고 돈 (2)

서울-이현주 leehj@rfa.org
201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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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 청년 취업 대안학교 '두드림 아카데미'에 따르면 아카데미 소속 탈북 청년 5명과 강원대 비즈니스 사회공헌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 소속 학생 5명이 강원 춘천 석사동의 한 산자락에서 벌통 10개를 입식해 키우며 도시 양봉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은 학생들의 양봉 활동 모습.
북한이탈 청년 취업 대안학교 '두드림 아카데미'에 따르면 아카데미 소속 탈북 청년 5명과 강원대 비즈니스 사회공헌 동아리 '인액터스'(enactus) 소속 학생 5명이 강원 춘천 석사동의 한 산자락에서 벌통 10개를 입식해 키우며 도시 양봉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은 학생들의 양봉 활동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진행자 : 이 시간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 단체 <나우>의 이영석 실장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영석 : 반갑습니다. 천재천사 이영석입니다.

진행자 : 지난 시간부터 직업과 이직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의 직장 이직률이 꽤 높다...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이직을 하는 것은 좋은데 바로 앞의 이익만 쫒고, 멀리 보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하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영석 : 네, 한국 사회는 직장을 계속 옮기면 더 이상 옮길 곳이 없어지고 반대로 경력이 쌓이면 대우도, 노임도 높아집니다.

진행자 : 그건 북쪽도 비슷하지 않겠습니까?

이영석 : 어느 직책이든 올라가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배치 받는 직장에서 노임도 잘 나오는데 일 열심히 할 의욕이 없을 것 같고요...

이영석 : 그래서 또 직장을 옮기시는 이유 중 하나가 노동 강도 때문입니다. 남쪽에선 몸을 활용하는 생산직, 주로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으로 나눠지는데 이 가지 직장 모두 업무 시작해서 끝까지 일만 합니다. 점심시간에 밥 먹고, 생산직도 쉬는 시간이 딱 정해져 있습니다. 본인이 체력을 길러서 이런 노동 강도를 소화해 내야하는데요. 처음에 오셔서 회사 취직했다고 좋아서 술 많이 드시고 그 다음 날 가서 일 잘 못 하면 회사에서 나가라고 하죠. (웃음)

진행자 : 북쪽에서는 그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웃음) 술 많이 먹어서 늦게 나왔다고...

이영석 : 네, 회사 사장님이 왜 이해 못 해주는가, 내 생일이었는데... 사실 회사는 그 사람 생일인지 아닌지 상관이 없습니다. 회사와 직원은 몇 시에 나와서 얼마큼 일하겠다고 약속, 즉 계약을 하고 그 약속을 지키는 일이 중요한 거죠.

진행자 : 그걸 북쪽에서 오신 분들은 굉장히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영석 : 솔직하게 말씀드리면서요. 남한이 잘 사는 이유는 일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일한 만큼의 보상은 있고요.

진행자 : 사실 북쪽에선 매일 무슨 전투를 진행하지 않습니까? 200일 전투... 무슨 전투... 그래서 저는 북쪽의 노동 강도가 남쪽보다는 훨씬 세다고 생각했는데요.

이영석 : 저도 마찬가지였는데요. 직접 북쪽에선 오신 분들의 얘기를 들어봐도 아닌 것 같습니다. 남쪽이 더 센데요. 차이는 있습니다. 북쪽에선 손으로 하는 일이 많아서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고 시간이 많이 걸렸고 남쪽은 거의 다 기계가 하고 사람은 그걸 조정, 관리하는 일을 하죠. 북쪽은 큰 돌을 하나 옮기고 힘드니까 사람들이 다 쉬어야 하는 분위기이지만 남쪽은 기계가 하는 일이라 사람은 쉬지 않고 계속 업무를 하게 되는 게 차이가 있습니다.

진행자 : 그렇군요. 청년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이영석 : 지금도 탈북 대학생, 취업 컨설팅 그러니까 자문을 해주고 있는데 답답한 마음이 많습니다. 본인의 가치를 높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높아도 너무 높습니다. 지금 장군님 눈높이입니다. (웃음)

진행자 : 왜 그렇게 높아졌습니까?

이영석 : 사실 꿈은 누구나 높이 갖죠. 그리고 그걸 실현하기 위해서 준비를 해야 하고요. 아마 청년들도 그런 준비를 나름대로 했을 겁니다. 보통 돈을 많이 주고 이름이 난 기업, 중요한 자리, 편안 일 자리를 원하는데 그런 자리는 남한 청년들 중에서도 좋은 대학을 나와 열심히 준비한 친구들도 겨우겨우 가는 자리입니다. 매달 3천 불 이하는 직장이 아닙니다... 어떻게 일해요? 그럽니다.

진행자 : 근데 다들 열심히 준비하고 배우던데요.

이영석 : 준비했던 친구들은 컨설팅 안 해도 다 갑니다. 대기업에 간 친구들도 있고 잘 하는 친구들도 있는데요. 그 친구들의 숫자가 적습니다.

진행자 : 그러나 탈북 청년들도 4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다른 친구들 다 보고, 듣는 것도 있어서 현실 감각이 없진 않을 것 같은데요.

이영석 : 본인도 다 느꼈겠지만 정작 직접 나와서 경쟁을 해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사회에서는 회사에서 10명 뽑는데 몇 천 명이 오는 상황인데요. 일단 학교에 들어가면 공부를 따라가기가 바쁘고... 교육 과정이 워낙 다르기 때문에. 그래서 장학금을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진행자 : 어차피 탈북 학생들은 국가에서 대학 등록금을 내주니까 그걸로 생활비를 하고 공부하라는 의미로 주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영석 : 그렇습니다. 탈북 대학생들은 어떤 남한 학생들보다도 장학금이 많습니다. 또 그런 장학금으로 생활비를 하니까 경제관념이 별로 없고 그런 경쟁을 해본 일이 많지 않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장학금이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솔직히 남한에서 대학생들 해외여행 한번 가려면 돈을 모아야 하거든요. 부모들이 주지 않으면 자기가 일해서 벌어서 갑니다. 탈북 대학생들도 아르바이트해서 돈을 모아 가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보다도 단체에서 그냥 내보내 주는 경우가 많아요. 방학 때 한번 안 나갔다 오는 친구들이 없습니다. 저는 이것도 다 사회, 회사에서 살아 남아야한다는 절실함을 덜하게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이 선생이 일 시작할 때보다 지금 장학금 혜택이 많이 늘었습니까?

이영석 : 질투 날 정도입니다. (웃음) 저도 그렇게 준다면 공부하고 싶어요!

진행자 : 질투가 아니라 걱정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이영석 : 네, 지금 대학생들 공개모집할 때라 많이들 지원을 하고 있는데요. 서류는 많이 통과를 하는데 면접을 하면 다 떨어집니다. 탈북자라서 안 뽑았나 해서 면접관에게 물어봤습니다. 왜 안 뽑았습니까? 북한 억양이 있기 때문에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고 떨어진 이유가 뭐냐. 그 분이 딱 한 마디 해주시더라고요. 절실함이 없어.

진행자 : 그런데 탈북 청년들을 만나보면 무난하게 넘어온 친구들도 있지만 진짜 고생하며 넘어온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 고생했던 경험도 자산이지 않습니까? 그런 경험으로 더 절실하게 잘 살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영석 : 그게 토대가 돼서 더 잘 된 친구도 있지만요. 나는 그렇게 왔기 때문에 지금은 좀 쉽시다, 지금은 좀 여유롭게 있어도 돼. 내가 그렇게 죽을 고비를 넘겼는데 이것이라도 해야죠... 그렇게 1-2년을 소비하며 안주하면 더 이상 일어날 수 없어요. 제가 남한 생활을 설명할 때 수영한다고 생각하고 얘기합니다. 물에서 사람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계속 팔, 다리 저어야하죠? 우리 탈북 청년들은 처음엔 남한 사회에 구명조끼 입고 들어옵니다. 팔, 다리 안 저어도 살 수 있어요. 그런데 어느 시점에 이 구명조끼는 사라져요... 탈북 대학생들이 이 방송을 듣는다면 자기 스스로 준비하고 목표를 세워주고 하나씩 이뤄나가는 것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 남한이 수영 안 하면 가라앉는 사회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건 남이고 북이고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절실함을 갖고 열심히 살아야지 버틸 수 있는 사회.

이영석 : 그리고 열심히 살면 보상은 분명 받습니다. 열심히 해주십시오. 옆에서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남한 대학생들보다 탈북 대학생들이 기회가 훨씬 많습니다. 남한 대학생 중에서 국회의원 만나본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생각보다 적어요. 탈북 대학생들은 국회의원도 만나보고 클래식 음악이랑 좋은 공연도 보고 오히려 문화적인 경험을 더 많이 하게 되거든요. 이걸 보상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도와주니까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주고 또 나중에 우리보다 약한 사람들, 우리보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 북쪽에서 온 후배들을 도와줬으면 합니다.

진행자 : 사회적인 여러 배려를 자기 것으로, 자기가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으로 만드는 것도 역시 자기 역량일 것 같습니다.

이영석 : 직장은 돈을 벌기위해 가는 곳이지만요. 젊은 청년들은 자기가 이것을 통해서 어떤 발전을 할 수 있는 것인가를 생각해주세요. 금액이 적더라고 5년, 10년 뒤에는 어떻게 돼있을까. 제가 지금 농사를 짓고 있다고 앞에 방송에서 말씀 드렸는데 제가 이 얘기를 하면 다들 놀랍니다. 그 힘든 것을 왜하냐고. 5-10년 뒤엔 괜찮을 것 같고 나이 들어서도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 많이 듣는 말이... 그건 그 때가서 일이고요... 그래도 젊은 친구들은 많이 배웠지 않습니까? 앞으로 5-10년 뒤에 한국 사회가 어떻게 변화할 것이고 그것에 맞춰 내가 어떻게 살아갈지를 생각하면서 직장을 찾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진행자 : 북쪽에서 오신 분들이 많이 하시는 말씀이 하루살이입니다. 하루 벌어 하루 살았다... 하루 벌어 하루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그렇게 사셨잖아요? 남쪽에서는 하루 벌어서 하루 사는 생활이 아닙니다. 사실 하루 벌면 한 달 쌀값을 벌어요. 그렇기 때문에 하루 이상의 삶을 내다보며 사는 것... 쉬운 일은 아니지만 꼭 해야 하는 일 같습니다.

이영석 : 탈북 청년들 뿐 아니라 북쪽에 있는 청년들에게도 꼭 필요한 일이겠고요.

진행자 : 이 선생,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영석 : 감사합니다.

진행자 : <남과 북, 우리는> 오늘 여기까집니다. 진행에 저는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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