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발을 땅에 딛고 (2)

서울-이현주 leehj@rfa.org
20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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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2016학년도 수시논술고사가 열린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캠퍼스를 메우고 있다.
지난달 15일 2016학년도 수시논술고사가 열린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에서 논술시험을 마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이 캠퍼스를 메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통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남쪽에서 많이들 하는 얘깁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남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탈북자가 보는 남한 사회, 남한 사람에 대한 얘기는 그 동안 자주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반대로 남한 사람들이 보는 탈북자, 북한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시간의 제목은 <남과 북,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상태를 함께 얘기해보고 진단해봅니다. 진행에 이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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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이 시간 함께 해주시는 분이 있죠. 탈북 청년들과 오랫동안 활동해온 북한인권단체 <나우>의 이영석 교육팀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영석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대학 입학 지원을 앞두고 지난 시간부터 대학 진학에 대한 얘기 하고 있다. 오늘도 이 얘기 이어 갈텐데 벌써 대학 합격, 불합격 결과가 나온 데도 있다. 사실 탈북 학생들은 대학은 합격이 문제가 아니라 졸업이 문제인 것 같다. 중간에 전공을 바꾸거나 휴학하는 경우도 많고.

이영석 : 남한의 몇 천 가지 학과 중에 자기에게 어떤 게 어울리는 알 수 없다. 그래서 친구들이 많이 진학하는 학과 또는 설명이라도 한번 들어본 학과 이런 곳에 진학한다. 친구따라 갔다가 너무 힘들어해서 그만 두는 거나 다른 공부하는 학과를 바뀌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졸업하면 다행이고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 너무 많다. 중도 탈락률이라고 하는데 남한 학생의 10배가 넘는다. 정확한 통계보다는 추산하고 있는 것인데 어림잡아도 6-7배는 된다고 본다.

진행자 : 대학에서 전공하는 학과에 대한 적성 문제뿐 아니라 학력의 문제도 있지 않나?

이영석 : 보통 학생들이 유명한 대학을 가고 싶어하는데 들어갈 순 있지만 거기에 오는 친구들은 전국의 1중학교에서도 1-2등 하던 친구들이 모이는 곳이다. 차이가 많다. 그래서 그 친구들은 설명 안 들어도 되는 내용을 탈북 청년들은 모른다. 탈북 청년들은 운동화 신고 뛰고 그 친구들은 자동차 타고 달린다고 보면 된다.

진행자 : 탈북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이런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이영석 : 그렇다. 저도 대학 졸업하면 정말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박수쳐준다.

진행자 : 탈북의 이유 중 큰 부분이 교육으로 올라선 것 같다.

이영석 : 탈북 청년들 상담하다가 학부모를 만나게 되는데 우리 자녀만큼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 나왔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이 늘었다. 좋은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사람답게 살게 하고 싶다가 탈북의 중요한 이유라는 건 맞는 얘기 같다.

진행자 : 그러면서 항상 우리가 또 부모들도 강조하게 되는 게 희망과 꿈이다.

이영석 : 탈북 청년들 뿐 아니라 남한에 정착하는 탈북자들 전부의 얘기가 될 수 있다. 현실과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허상의 차이점을 알고 계셔야 한다. 드라마처럼 좋은 빌딩에서 일하고 좋은 차타고 다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좋은 사무실, 좋은 차 타고 여유롭게 살려면 한국에서 말하는 경쟁에서 이겨야하고 그런 경쟁에서 이긴 보답으로 그런 돈을 받는 것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겠다 이런 식의 꿈을 가진 사람들은 오히려 하나씩 하나씩 꿈을 이루고 살아가는데 무조건 좋은 집, 부자... 특히 좋은 대학만 가면 모두 다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실패한다.

진행자 : 과도한 꿈이 문제가 되는 건가?

이영석 : 꿈이면 괜찮다. 그러나 허상은 문제가 된다. 이건 버려야 한다. 조금 안타까운 점은 탈북자들이 한국에 정착을 시작했을 때 예를 들어 ‘선생님, 저는 서울 대학교 갈 수 있을까 요’ 물었을 때 ‘안 돼요. 못 가요’ 이렇게 답해주는 사람은 없다. ‘그럼요, 갈 수 있어요’ 이렇게 얘기하기도 하고 좀 더 나가서 ‘무조건 해봐, 포기하지 말고 해봐. 하면 다 할 수 있어’ 라고 말하지만 현실에서는 안 되는 것도 많다. 학생들은 보통 저런 말을 듣고 ‘저 선생이 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내가 가능한 실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것보단 그 친구들의 꿈과 희망을 꺾고 싶지 않아서 안타까워서 표현한 것인데 진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진행자 : 말을 해석하는 차이가 분명히 있다. 이건 남한 선생들이 조심해야 하는 부분 같다.

이영석 : 돌려서 얘기해야할 부분과 직설적으로 얘기해야 할 부분을 계속 교육하고 고민한다. 받아들이는데서 차이가 분명 있다. 그래서 단어를 다르게 사용한다. 서울대 갈 수 있습니까? 그러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적어보세요’ 이런 식으로. 그리고 이유를 하나씩 지적하면서 눈높이를 맞춰간다.

진행자 : 현실을 알려주는 게 힘든 일인 것 같다.

이영석 : 상담하다 우는 친구들 많다. 저에게 왜 그러세요, 이러는 친구들도 있다. 그러나 욕을 먹고 미워한다고 해도 잘못된 허상을 쫓겨 그냥 둘 순 없다. 본인의 현실을 정확히 아는 데 중요하기 때문이다.

진행자 : 어른들도 현실과 자신이 탈북할 때 갖고 온 이상의 차이를 좁히기 힘든데 탈북 청년들은 당연한 일일 것 같다.

이영석 : 그렇다. 남한에 왔다는 것 자체는 꿈과 희망을 갖고 좀 더 나은 삶을 위해 나온 것이고. 나와서 남도 돕고 자기도 잘 사는 그런 모습을 상상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노력할 텐데 중요한 것은 그걸 이루기 위해 행동을 하는 것이다. 꿈만 갖고 행동을 안 하는 것은 환상이고 그런 환상은 지워야 한다.

진행자 : 저희도 사실 어렸을 때는 꿈을 크게 꾸지만 자라면서 현실을 알고 꿈은 현실적인 되지만 작아지지 않나?

이영석 : 그걸 꿈이 작아진다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밖에서 보여 지는 행복보다는 안에서 갖춰지는 행복들. 가족들과 일상의 행복이 대통령이 돼서 갖는 행복과 다를까?

진행자 : 큰 꿈을 현실을 기반으로 바꾸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나가게 도와주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이영석 : 그런데 고집이 엄청나게 쌔서 나는 100억대 부자가 될 거다. 어떻게 하실 건가 물으면 ‘하면 돼!’. 이러면 할 말이 없어진다. 차근차근 계획이 필요하다. 준비도 해야 한다. 식당을 할 예정이면 얼마가 필요한가, 어떤 자격이 필요한가, 어떤 시설이 필요한가를 알아보고 계획을 세워서 이뤄가는 분들은 성공한다. 그냥 식당 해야지... 그러면서 막연히 기다리면 그 꿈을 못 이룬다. 그런데 학생들의 경우도 그렇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대학교를 합격하고 나면 끝이다.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대학이 자기를 끊임없이 자기를 개발하고 발전시키는 곳인데 약간 멈춰서 준비를 안 한다. 딱 1학년 마치면 알 수 있다. 어떤 친구가 4년을 졸업할 수 있겠는지 아니면 중간에 그만 두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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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사회는 약간의 허세가 필수적인 사회입니다. 먹진 못해도 입어야 하는 게 생존과 직결이 돼있고요. 그렇지만 이 꿈에도 허세가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꿈, 희망, 미래... 너무 닳고 달아서 식상한 한 어구 같기도 한데요. 이 셋은 연관돼 있습니다.

꿈과 희망을 갖는 건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니까요.

단, 꿈과 희망이 미래와 연결되려면 꿈은 현실에 발을 딛고 희망은 막연하면 안 됩니다. 입으로 꾸지 말고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꾸어서도 안 될 것 같고요. 따지고 보면 꿈꾸기도 참 까다롭고 어렵니다... 그런데도 이 꿈이라는 거, 꼭 갖고 있어야 되겠습니까?

<남과 북, 우리는>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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