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자서 벨기에 이민 (1)

서울-이현주 leehj@rfa.org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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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연평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인천시 옹진군 연평면 연평초중고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INS - 오프닝

통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남쪽에서 많이들 하는 얘깁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은 남한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탈북자가 보는 남한 사회, 남한 사람에 대한 얘기는 그 동안 자주 전해드렸는데요. 이번엔 반대로 남한 사람들이 보는 탈북자, 북한 사람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남과 북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불편한 얘기, 신랄한 비판도 피하지 않고 진솔하게 담아보겠습니다.

이 시간의 제목은 <남과 북, 우리는>. 지금 ‘우리’의 상태를 함께 얘기해보고 진단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진행자 : 이 시간 함께 해주시는 분이 있죠. 탈북 청년들과 오랫동안 활동해온 북한인권단체 <나우>의 이영석 교육팀장과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이영석 : 반갑습니다. 천재천사 이영석입니다!

진행자 : 자칭 천재천사 이영석 씨 나오셨습니다. (웃음) 지난 시간, 책임 질 상황에서도 책임을 좀 피하려는 경향, 그리고 그런 경향들이 어떤 문제로 이어지, 얘기해봤습니다. 제가 첫 시간에 탈북 청년들이 남쪽에서 정착하면서 힘들게 하는 점이 뭐가 있느냐 물었고 이 선생이 첫 번째로 책임을 피하려는 경향 두 번째로는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작은 거짓말을 꼽았습니다.

이영석 : 일단 거짓말 하고 싶은 사람 없다.
어떤 상황을 피하고자 했을 때 솔직하게 말하며 정면 돌파 아니면 그 책임이 무서우면 거짓말해서 자기를 변명을 하는 것.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단순한 생각에서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게 거짓말이다. 그냥 웃어넘기게 되는 경우도 많지만 상황이 최악으로 가게 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가장 쉽고 잦게 접하는 경우는 약속을 어기는 경우.
정착 초기에는 다 함께 모여서 하는 행사들이 많다. 다 같이 모여서 영화를 보러 가는 등 체험을 한다. 예를 들어 등산을 가는 경우 행사 전날 까지 참석한다고 하고선 행사 당일 연락 없이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미리 연락을 준다면 다른 참석자들이 출발이라도 할 수 있는지만 연락이 없으니 계속 기다린다. 또 오다가 사고가 난 건 아닌지 걱정도 많이 한다.
겨우 연락이 되면 ‘갑자기 몸이 아팠다’, ‘친구에게 일이 생겨 지방에 급하게 다녀오게 됐다’ 등의 이유를 말해.
하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면 당일 친구들과 다른 곳에 갔던 것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자랑을 해서 알게 되는 경우도 많아. 이러한 경우를 경험하는 실무자, 실망하게 된다. 배신감도 느끼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하는 무력감도 느끼게 된다. 주로 초반에 많이 겪게 되는 일이다.

진행자 : 초반이라는 건 탈북자들이 남한에 들어와서 초반? 하나원은 나온 이후를 말하는 건가?

이영석 : 그렇다. 하나원을 퇴소해서 각 지역의 하나센터 교육을 받는 시기, 1년 미만 교육이 많을 때 이런 경우가 많다. 작은 실수라서 대부분 웃어넘기게 된다. 그러나 과도하게 계속 되면 실무자들이 좀 멀리하게 되기도 함.

진행자 : 상황이 아주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이영석 : 어떻게 들으면 황당한 경우.

함경북도에서 온 20대 초반의 여성분 A. 2010년 한국에 입국하였다. 한국 입국 2년 만에 대학에 진학. 대학 생활을 잘 하던 중 시험기간에 늦잠을 자서 시험 치는 시간에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겼다. 시험을 치루지 못한 것에 대한 걱정으로 담당 교수님을 찾아가 ‘지난밤 북한에 계신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밤새 울다 지쳐 쓰러져 시험을 치를 수 없었다’라고 설명해. 담당 교수는 상황이 안타까워 일주일 뒤 따로 불러 재시험을 치게 하였다. 그러나 교수는 한 달 뒤 같은 학과에 다니는 다른 탈북 대학생을 통해 그 학생의 부모님은 10년 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화가 난 교수가 A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해 보았다. 그러나 A학생은 답변을 제대로 하지 않자 화가 난 교수는 다음날 만나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만약 나에게 거짓말을 하였다면 낙제 점수를 줄 것이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러한 상황에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한 A학생은 학교를 나가지 않고 있다가 2달 뒤 벨기에로 떠나 난민 신청을 하였다.

진행자 : 그냥 교수한테 미안하다고 말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영석 : 그렇다. 그냥 혼나던지 낙제를 해도 다음해에 다시 수업을 들으면 됐는데 거짓말을 하고, 해결하지 않고 도망을 가서 결국 남한에서 정착한 모든 걸 버리게 된 경우. 사실 굉장히 흔치 않은 사례이고 개인적으로 황당하기까지 했던 일이라 기억난다.

진행자 : 상황만 정리하면 지각해서 다른 나라로 이민가게 된 사례가 아닌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은 경우이고. 그렇지만 몇 가지의 경우로 북쪽에서 오신 분들이 거짓말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할 순 없겠다.

이영석 : 그렇다.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가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거짓말 하는 상황에 놓여 진다고 말해야한다. 남한 사람이 평소에 받는 질문은 상당히 간단하다. 직장 면접에선 이력서에 나온 내용이나 잘 하는 것들을 물어본다. 그러나 북쪽에서 온 경우엔 경력 뿐 아니라 어떻게 살았나 등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는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들의 사는 이야기를 반복하다 약간 뻥튀기가 되고 그러다가 거짓말로 인지 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자기에 대한 질문을 받기 때문에 거짓말할 수 있는 있는 상황에 많이 놓이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진행자 : 아무래도 같은 질문은 여러 번 받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

이영석 : 그렇다. 처음에는 물 한 잔이 다음엔 따뜻한 물 한 잔, 그 다음엔 따뜻한 차 한자 그 다음엔 커피 한 잔... 이런 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거다. 이렇게 말이 바뀔 때마다 박수를 받고 또 인정을 받으면 그 포장은 훨씬 더 화려해 지는 것이다.

진행자 : 이런 포장이 화려해지면서 북한에서의 경력이 과대 포장 되는 것이고 방송에 나와서 사실과 영 다른 얘기도 하게 되는 것 같다.

이영석 : 남한의 탈북자,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지금 핫이슈, 가장 크게 이야기 되는 부분이다. 방송에서 나와서 하는 몇몇 분, 그야말로 몇몇 분이다. 방송에 나온다고 절대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일부 몇몇 분의 말은 과대 포장을 넘어 거짓말이고 거짓말을 넘어 사기 수준이다. 그러나 방송이라는 것이 한국에선 50-60개 통로에서 일등을 해야 되기 때문에 자극적이어야 하고 그래서 좀 더 새로운 것 충격적인 것을 찾다보니 이렇게 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진행자 : 일부 탈북자의 튀는 행동과 방송들의 시청률 경쟁이 합쳐진 결과가 아니겠나 싶다. 그 다음에 또 문제가 경력 포장이다. 이런 사례도 꽤 많이 접하실 듯 하다.

이영석 : 대표적인 예로 하나 들면. 40대 C 씨, 황해도에서 오신 분. 2009년 한국에 입국해 북한에서 농작물 관련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었다고 이야기 하였다. 이러한 경력을 가진 C씨에 대하여 한국의 농업관련 연구소와 대학에서 알게 돼 통일 후 북한의 농업 시설을 준비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래서 보조 연구원으로 취직하여 생활하면서 자동차도 지급받기까지 한다. 그러나 연구소의 다른 연구원들이 C씨의 경력을 의심하게 되고 급기야 연구소에서 C씨가 북한에서의 경력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연구소에서 해임된다. C씨는 북한의 농업과학원에 다니는 연구원과 친하게 지내면서 알게 된 것들을 자신이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였던 것이다. 이에 한국의 연구소에서 업무방해로 C씨를 고소한다고까지 했다.

진행자 : 이런 경력의 포장은 남쪽에선 검증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어떤가?

이영석 : 나중에 시간이 흐르면 개인 경력은 다 드러난다. 우선 실력에서 차이가 나고 이제 들어와 계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서로 교차 검증이 가능하다. 또 상황이 심해지면 정보를 갖고 있는 국가 기관에서도 개입을 하게 된다. 본인의 경력이 곧 밝혀짐을 알고 계셔야 한다.

진행자 : 만나보면 가장 빈번한 포장은 출신지와 학교다. 평양에서 왔다, 김대를 나왔다... 소망의 발현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노력한다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없는 곳이 아닌가?

이영석 : 남들 앞에서 타지에서 모르는 곳에서 기죽지 않으려고 선택하는 것 같은데 정보 기관에선 다 알고 있고 북에서 남으로 계속 사람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언젠가 밝혀진다. 일반 남한 사람들도 관심만 있으면 금방 또 알아볼 수 있고. 그리고 이런 작던 크던 거짓말이 드러나면 남한 사람들은 그럴 수 있다 용서를 하든지 멀리하던지 둘 중 하나. 그러나 멀리하는 경우가 더 많다. 남한 사회는 소위 신용 사회. 믿지 못 하는 사람과는 가까이 하지 않는다. 또 주변에도 알려지게 되면 사회적으로 혼자 남게 되는 경우가 벌어지기 때문에 거짓말은 위험한 것이다.

진행자 : 거짓을 말한 사람이 받는 가장 큰 벌은 그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신임 받지 못한다는 것보다 자신이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슬픔에 빠지는데 있다... 라는 말이 있네요.

낯선 땅에 온 탈북자들이 택할 수 있는 최소의 방어 그렇지만 최악의 선택, 거짓말은 가랑잎으로 배를 만들고 모래알로 쌀을 만드는 신화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따라온 폐습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나머지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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