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혈vs 피멎이' 남북 의료교류의 마중물 ‘의학용어사전’ 편찬 작업

워싱턴-장명화 jangm@rfa.org
2019-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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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포럼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포럼
연합뉴스

(INTRO)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시간입니다.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은 사람 중심의 보건, 복지, 의료 국가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최근 남한에서 진행되는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작업을 들여다 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요즘 한창 한반도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는 의학용어에 푹 빠져 지내는 이가 있습니다. 아마 그보다 의료용어를 속속들이 알고 부리는 사람도 드물지 싶은데요, 바로 남한 내 부정맥 분야의 권위자인 김영훈 고려대학교 순환기내과 교수입니다. 김 교수는 최근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운영위원장으로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을 맡아 추진 중인데요, 국어학자도 아니고 문인도 아닌 김 교수에게 이번 사전 편찬을 맡게 된 이유를 물어봤습니다.

김영훈 고려대학교 순환기내과 교수.
김영훈 고려대학교 순환기내과 교수. 사진 출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웹사이트

(김영훈) 우리가 북한과 헤어진 지 70년이 넘었습니다. 특히, 의학, 의료용어는 의사나 의료인들만 쓰는 게 아니라 일반인도 똑같이 사용합니다. 탈북자 분들과 대화해보니, 남북간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을 현장에서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사실, 그간 남한 의학용어에도 상당히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사전, 용어집 만들고 하면서 상당히 많은 변천이 있었습니다. 북한에도 세월이 흐르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요. 현장에서 환자를 보고, 이런 저런 용어를 쓰는 의사나 의료인이 절실하게 느끼는 것입니다.

남북의 의학용어가 분단의 시간만큼 차이점이 있다는 이야기인데요, 일반적으로 북한의 의학 용어는 비교적 한글화된 반면, 남한 의학용어는 영어를 포함한 외래어가 상당히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김 교수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개 들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김영훈) 예컨대, 남한에선 ‘이뇨제’를 쓰는데, 북한에서는 ‘오줌내기약’, 우리는 ‘진통제’라 하고, 북한은 ‘통증멎이약’, 우리는 ‘해열제’라 하는 반면, 북한은 ‘열내림약’이라고 하는 식입니다. 북한 쪽은 쉽게 이해하게 사용하는 셈입니다. 우리는 ‘흉통’이라고 하면 다 통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선 ‘가슴아픔’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지혈’인데, 북한은 ‘피멎이’ 등 식으로 상당히 한글화됐습니다. 영어의 경우, 우리는 ‘바이러스’라고 흔히 쓰지 않습니까? 북한에서는 ‘비루스’라고 씁니다. ‘심장박동기’를 뜻하는 ‘패이스메이커’는 북한에서 ‘패스메카’로 표현합니다. 부정맥, 즉 맥이 고르지 않은, 연속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두 번에 한번씩 연달아 나타나는 증상을 북한에서는 ‘이연발’ ‘삼연발’이라는 등 군사적 용어가 적지 않습니다. (웃음)

일각에서는 이처럼 외국어를 고유어로 대체하고 고유어가 없을 때는 그 뜻을 풀어 쓰는 북한의 노력을 매우 높이 평가하는데요, 반대로 북한 의학교과서가 실제 쓰이는 용어와 다른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앞서, 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이 지난 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사업 추진을 위한 토론회’에서 홍윤표 겨레말큰사전 편찬위원장은 “남한에서는 북한 사람들이 고유어를 쓴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의학용어도 일반 용어와 마찬가지다. 예컨대, 아이스크림은 북한에서 얼음보숭이로 쓴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아이스크림’을 가장 많이 쓰며 상품명인 ‘에스키모’를 쓰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러분께서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복지 세상’을 듣고 계십니다>

이런 점에서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미리 온 미래'인데요, 이들의 존재가 통일된 남북의 보건의료 예행연습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남한에 정착한 이들이 남한 내 의료이용에서 가장 힘들어하는 게 무엇일까요? 예상했던 대로, 의사소통 문제였습니다.

탈북자 출신인 민하주 간호사가 지난해 여름 서울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용어 차이로 의료인의 진단을 이해하기 어렵고 증상을 설명하기도 어려워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반용어도 못 알아듣는데 의사들이 전문 의학용어로 설명하면 탈북자들이 위축돼 하고 싶은 말을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작업에 남한에 정착한 탈북 의료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들은 남북한 양쪽의 의료문화를 다 경험했기 때문에 남북한 의료용어의 특성을 비교해 인식하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판단입니다.

(김영훈) 북한에서 의료 행위나 의사를 하다가 남한에 온 사람도 있고, 북한에서 넘어와 나이 들면서 의과대학에 들어가 의료인이 된 분들도 있습니다. 이렇게 북한에서 의사나 의료 분야에 있다가 오신 분들이 90명 정도됩니다. 문제는 남한에서 의사가 되려면 의사시험을 치거나 의사시험을 칠 수 있는 자격이 되느냐 하는 인증시험에 들어가는 게 힘듭니다. 대략 반 정도밖에 안되고 있습니다. 그 후 시험에 합격해야 하는데, 이 중 또 반 밖에 안됩니다. 그 결과, 4분의 1 정도가 의사면허를 획득했는데, 그 숫자가 약 25명 정도됩니다. 또, 북한에서 양의를 했지만 의료기구나 의료시설이 좋지 않다 보니 거기서 약초를 캐고 고려의학을 해, 남한에 와 한의를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처럼 양의 출신인데, 남한에서 한의를 하시는 분들이 약 12명 정도입니다.

현재, 김영훈 교수는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사업을 크게 △용어 데이터베이스화 △용어집 출간 △통합안 마련 △사전출간 등 4단계로 구분해 놓고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여러 가지 업무에 공동으로 필요한 데이터, 즉 자료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저장한 집합체를 말하는데요, 김 교수는 남북한의 의학용어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후에 웹페이지를 통해 남북의학용어집을 출간하고 통합 기준과 지침을 작성해 용어 통합을 이룬 후 남북의학용어사전을 출간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영훈) 지난 1996년에 ‘남북한 의학용어집’이라는 것이 나왔습니다. 이것도 남쪽에서만 했지, 북한 의사들하고 머리를 맛 대고 만든 작품이 아닙니다. 이번에 준비는 우리가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북한 쪽 파트너와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게 목표이고 희망입니다. 이 사전은 단순한 사전의 의미 이상으로 남북 전문가들이 머리를 맛 댈 수 있는 일종의 마당입니다. 그간 우리가 가진 여러 자료들이 있어요. 남한에는 의학용어집이 5번 나오고 올해 6차 용어집이 개정돼 나오는데,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자료를 컴퓨터로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 북한에서 나온 여러 가지 계통의 문헌들을 모아서, 나중에 북한 파트너와 함께 해야죠. 북한에서는 지금 사전 편찬의 노하우가 있는 곳이 사회과학원입니다. 북한에 의학용어는 아직 없어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셔서 정기적으로 만나고, 개성연락사무소에 제가 이 사전 편찬을 위한 구체적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 기회를 자꾸 만들어 나가야죠.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더 나은 보건, 복지 세상’, 오늘은 최근 남한에서 진행되는 ‘남북의학용어사전’ 편찬 작업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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