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손 빨래방

서울-이현주 leehj@rfa.org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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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빨래방에서 한 여성이 이불을 세탁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있는 빨래방에서 한 여성이 이불을 세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진행자 : 안녕하십니까? 이현주입니다. 탈북 여성들이 하나 같이 이렇게 말을 합니다. 남한 여성들 참, 살림 편하게 한다고요. 그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바로 빨래인데요. 세탁기가 다 알아서 척척 해주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선 빨래가 참 고역이죠? 빨래대야를 이고 끼고 강에 가서 방망이로 두들겨 직접 빨아야 하니까요. 이렇게 빨면 이불 껍데기, 큰 홑청이나 무거운 이불빨래도 당연히 걱정이고요. 추운 겨울, 꽁꽁 언 얼음장을 깨서 하는 손빨래는 손이 또 얼마나 시릴까요? 맘 같아선 북한 가정에 세탁기 한 대씩 척척 놔주고 싶습니다. 오늘은 그런 소망을 조금은 현실에 가깝게 해주는 이야깁니다. 오늘 ‘돈주의 황금알’은 바로 ‘빨래방 사업’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빨래방 사업을 꿈꾸는 이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유해진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유해진 : 네. 제 이름은 유해진이고요. 올해 스물넷입니다. 고향은 함흥이에요. 한국에 온 지 5년 정도 됐고요. 내년에 대학에 입학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현재는 대학에서 배울 것들을 대비해 공부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 반갑습니다. 해진 씨가 오늘 들고 온 사업 아이디어가 빨래방입니다. 남한에 사는 저희들은 익숙하지만 청취자들은 ‘빨래방이 뭘까?’ 하실 것 같은데 우선 빨래방이 뭔지 그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해진 : 네. 빨래방이란 말 그대로 빨래를 하는 곳입니다. 자기가 빨래감을 들고 가서 돈을 내고 세탁기를 돌려 빨래를 하고요. 또 세탁한 빨래는 건조기를 돌려 물기를 말려주는 곳. 딱 들어가면 4-5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 세탁기와 젖은 빨래를 말려주는 건조기가 가득차 있고 그 기계에 동전을 넣으면 자동으로 세탁이 되는, 그런 곳이에요.

진행자 : 그렇군요. 기계들이 다 알아서 빨래를 해준다는 거네요. 그렇다면 해진 씨는 직접 빨래방에서 빨래를 해 본 적이 있나요? 말을 들어봤지만 저는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거든요.(웃음)

유해진 : 저도 몇 번 사용했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불 세탁을 해야 하잖아요? 그럴 때마다 빨래방에 들고 가서 큰 세탁기에 넣고 한번에 확 돌려버리죠. 동전을 넣고 단추만 누르면 세탁기가 알아서 다 해주니까 굉장히 편합니다.

진행자 : 네. 맞습니다. 세탁기가 편하죠. 보통 이 빨래방은 혼자 자취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더라고요. 대학가에 많이 있는 것을 봤는데 기숙사 그러니까 북한으로 생각하면 합숙소 근처에 많이 있는데요. 생각해보면 합숙소 근처에 이런 빨래방이 있다면 정말 유용할 것 같아요.

유해진 : 맞습니다. 빨래를 들고 본가 집까지 가기도 번거롭죠. 여름 장마에는 또 빨래를널어놓으면 잘 마르지도 않는데요. 일단 빨래가 빨리 되고 가격도 저렴한 것이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진행자 : 보통 한 번 빨래하는데 비용이 얼마나 드나요?

유해진 : 세탁물 양에 따라 다른데 빨래 한 번 돌리는데 보통 3천 원에서 5천 원 정도 듭니다. 그러니까 미화로는 약 3달러에서 5달러정도 금액인거죠. 빨래를 마치고 세탁물을 완전히 말려주는 건조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건조기 사용료는 추가로 약 4달러 정도에요. 합해서 빨래 한 번 하는데 대략 약 7천원에서 만원, 7달러에서 10달러 정도 되는 것입니다. 그 정도면 깨끗하게 빨래도 되고 완전히 말려주기도 하는데 저렴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사실 이게 북쪽에서 생각하면 비싼 돈이에요.

유해진 : 네 북한의 물가와 비교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으로 생각하면 밥 한 끼 식사값, 커피 한 두잔 값이거든요. 북한에 이런 상점이 열리면 또 북한의 물가를 따라가니 절대 비쌀 일이 없을 거고요. 그리고 세탁기에 한번 돌리는 용량이 12킬로그램 용량부터 25킬로그램까지 다양합니다. 큰 빨래도 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생각하면 별로 비싸지 않은 가격이에요.

진행자 : 그렇군요. 북한에서 이 사업을 하게 되면 북한의 물가를 따라서 저렴하게 운영할 수 있다… 네, 좋습니다. 그럼 빨래를 다 마치고 건조까지 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유해진 : 보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진행자 : 그렇다면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지루한 시간인데 빨래방 안에서 빨래 돌아가는 세탁기를 계속 지켜봐야하나요?

유해진 : 아니오. (웃음) 그래서 요즘은 그래서 빨래가 끝날 때까지 편하게 기다리라고 커피집처럼 꾸며진 빨래방들이 많습니다. 빨래방 한 켠에서 책을 읽고 음료수나 차를 마실 수도 있는거죠.

진행자 : 네. 고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네요. 저는 빨래방에 안 들어가봤지만 해진 씨 말씀을 들으니 빨래방의 모습이 대충 눈에 그려집니다. 자 남한에서 요즘 이 빨래방이 인기인 것이 혼자 사는 인구가 느는 추세라 그런 것 같아요.

유해진 : 맞습니다. 요새 진짜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렇고요. 결혼 안 하고 아예 혼자 살려는 독신 남자, 여자가 정말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또 맞벌이도 많아요. 부부가 모두 일을 하면 빨래감은 매일 나오는데 빨래를 할 시간이 충분치 않으니 이렇게 해결하기도 하는 거죠. 또 날씨도 빨래방을 찾는데 한 몫을 하고 있어요.

진행자 : 날씨요?  맞아요. 비오면 정말 빨래하기 괴롭죠?

유해진 : 여름이나 장마철엔 비가 특히 많이 와서 빨래를 말리기가 어렵고요. 또 요즘은 봄의 미세먼지도 문제입니다. 남한 사람들은 미세먼지 심한 날엔 빨래를 밖에 널지 않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뺄래에 무슨 냄새가 나든 신경 안 쓰고 빨래도 자주 안 하지만 남한은 거의 매일, 사람들이 옷을 갈아입고 빨래를 만들어 내거든요. 수돗물이 잘 나오고 세탁기가 보편화된 환경, 문화 차이인것 같습니다.

진행자 : 그렇다면 빨래방이 차려질 정도라면 북쪽도 이제 세탁 방식이 많이 바뀌게 될까요?

유해진 : 빨래방 사업이 되려면 전기, 물이 원활하게 공급 되어야하고 특히 세탁기를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돼야할 것 같습니다. 사실 남쪽은 요즘 집안 일에 남녀가 없지만 북쪽에서 빨래는 여자의 몫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어머니들을 위해 꼭 빨래방을 열고 싶습니다. 가정마다 세탁기가 없는 북한에서 빨래방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해진 씨의 그 마음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사실 좀 현실이 없을 것 같아요. 북쪽엔 전기는 물론이고 수도 시설도 잘 안되어 있잖아요.

유해진 : 네. 그래서 제가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 봤어요. 물 문제 같은 경우는 커다란 물통 저장고를 만들어 놓고 거기다 미리 물을 길어다 준비해 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논에서 양수기를 이용해 물을 모으듯이 같은 방식으로 물을 끌어올 수도 있고요. 또 전력문제는 발전기를 사용할 수 있고 요새 태양열을 이용한 전기 발전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이거 그럴듯하게 들리는데요? (웃음) 또 중요한 것이 이 빨래방에는 세탁기나 건조기가 필요한데 이것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요?

유해진 : 중국을 통해서 여러 가지 물건이 들어오는 상황이니 중고 세탁기나 건조기도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중고를 구해도 충분히 운영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빨래방 사업은 일단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저도 북한에 살 때 집에 텃밭이 있었는데요. 작은 텃밭에 창고처럼 만들어 운영해도 좋습니다. 참 그리고 남한에서는 보통 빨래방들이 동전을 넣어서 손님들이 스스로 기계를 돌리는 ‘셀프 빨래방’으로 운영합니다.

진행자 : 맞아요. 빨래방이 세탁기랑 건조기 두 개만 놓아도 운영이 되는 것이니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방금 ‘셀프 빨래방’을 말씀하셨는데요. ‘셀프’ 이게 스스로 한다는 뜻이에요. 관리인이 있어 따로 돈을 받고 빨래를 넣어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한다는 뜻이죠?

유해진 : 네. 그냥 세탁기 앞에 동전을 넣고 자기가 빨래를 넣고 세탁기의 뚜껑을 닫습니다. 세탁기가 빨래를 다 끝내고 나면 그저 빨래감을 가지고 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사람을 통해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사람이 없는 무인 점포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지 않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도둑이 많이 드는 북한과는 맞지 않지만 남한이랑 미국, 유럽 등지의 빨래방은 사람이 없는 점포로 운영되거든요.

진행자 : 맞습니다. 그래도 기계 떼어가는 사람은 없다는 게 진짜 신기한 일이죠? 그런데 여기도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그런 상점에는 거의 CCTV라고 하는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돼 있어요. 누가 무엇을 잘못 하면 바로 알 수 있는 거죠. 증거도 모두 비디오로 남아있으니까요. 하지만 그것이 없어도 도둑, 소매치기는 남한에 거의 없습니다. 자 그런데 한 가지 더! 빨래방에서는 기계를 동전으로 돌리는데요. 동전 교환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유해진 : 북한도 동전이 있어 동전으로 운영할 생각인데요. 남한은 자동으로 교환해주는 교환기계가 있습니다. 보통 빨래방 안에 다 있어요.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동전교환기가 없고 또 세탁기 사용법부터 어떻게 건조시키나까지 손님들에게 모두 설명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분명히 직원이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진행자 : 네 그렇군요. 같은 빨래방이라도 남한과 북한에서의 운영방법은 조금 달라야 하겠네요. 혹시 해진 씨, 북쪽에서 어머니가 빨래하시던 생각이 지금도 나나요?

유해진 : 네 그럼요. 어머니가 빨래 하시던 생각도 나고요. 특별히 저는 겨울에 태어난 아이에요. 어머니가 저를 낳으시고 그 추운 겨울에 기저귀며 옷이며 손이 새빨개지도록 빨래하셨다는 이야기를 다 커서 들었을 때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엄마의 사랑이 너무나 대단하고 그래서 더 효도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진행자 : 그런 어머니를 떠올리며 세탁방을 생각했을 것 같네요. 그래서 해진 씨가 생각해온 빨래방 이름이 ‘엄마손 빨래방’이라고 들었어요.

유해진 : 네 맞습니다. 엄마손처럼 정성들여서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세탁기가 어딨겠어요. 아무리 좋은 세탁기라도요. 그래도 엄마들의 일손을 덜어드리고 정성 그대로 세탁해 주는 빨래방을 열어보고 싶어서 이름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진행자 : 네 해진 씨의 그 마음 따뜻합니다. 이 마음이 어서 빨리 청취자 분들께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자 어느새 방송 마칠 시간이 됐는데요. 해진 씨 혹시 고향의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은 얘기가 있나요?

유해진 : 제 친구 중에 원철이라는 친구가 있어요. 가장 친한 친구에요. 기쁨도 슬픔도 같이 나눴던 그런 친구에요. 아마 지금 군대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정말 건강하게 군사복무 잘하고 우리 다시 웃으면서 지난 얘기 나눌, 그렇게 만날 날이 꼭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진행자 : 네 감사합니다. 친구가 이 방송을 꼭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해진 씨 지금까지 함께 해주셔서 즐거웠습니다.

유해진 : 네, 감사합니다.

진행자 : 어떠세요? 빨래방, 북한에서도 될 것 같은가요? 청취자 분들도 잘 연구해 보시고 이런 이야기들이 여러분 삶에 희망의 나침반이 됐으면 싶습니다. 저도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저는 이현주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남북 청년들이 함께 하는 인권단체 ‘나우’가 제작하고,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기술 지원하는 방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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