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꽃길, 호월일가 사장 김인영 씨(1)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19-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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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음식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북한 음식을 살펴보고 있다.
부산국제음식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다양한 북한 음식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탈북민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일까요? 이 시간에는 남한에서 살아가는 탈북민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탈북민들의 국민 엄마,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혹시 북한 음식 드셔본 적 있으세요?

김인선: 그럼요. 취재 다니면서 종종 먹어 봤죠. 두부밥이랑 순대, 농마국수, 속도전 떡을 먹어봤고요. 가장 맛있게 먹는 건 인조 고기밥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왜요?

마순희: 네. 오늘 제가 소개할 주인공이 인천에서 북한음식점을 하시는 분이거든요. 가깝진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서 맛보라고 권해주고 싶은 곳이랍니다. 인천에서 ‘호월일가’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김인영 씨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물론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탈북민들 중에 북한음식점을 하고 있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요. 그 중에서 인영 씨네 식당은 매번 찾아갈 때마다 손님으로 북적이더라고요.

낯선 곳에 가서 맛있는 식당을 찾으려면 간판이나 식당의 규모를 보기보다 얼마나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지를 보고 사람이 많은 식당을 선택하면 후회가 없다고 하잖아요? 사실 북한음식점도 여느 식당 창업과 마찬가지로 창업을 새로 하는 사람도 많고 그만두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인영 씨는 지금까지 6년 차 꾸준히 식당을 하고 있고 지금은 본점과 2호점, 3호점을 새로 내 올 정도로 식당이 잘되고 있으니까 한 번 가서 맛보라고 권하게도 됩니다.

김인선: 호월일가, 식당 이름이 좀 어려운 것 같아요. 뭔가 심오한 뜻이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마순희: 맞습니다. 인영 씨네 식당 이름 ‘호월일가’에는 의미가 있는데요. 본래는 중국 북방의 이민족과 남방의 이민족이 한 집안이 되었다는 뜻이랍니다. 그리고 멀리 떨어져 있거나 타향 사람들끼리 한곳에 모인다는 뜻도 있고요. 쉽게 말하면 북한과 남한, 고향이 서로 다른 국민들도 다 한식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호월일가’의 주 메뉴는 온면과 냉면 두 종류의 농마국수와 명태 회냉면도 있고요. 감자가루 수제비도 있고요. 북한의 길거리 음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두부밥과 인조 고기밥, 북한식 찹쌀 순대, 옥수수국수, 그리고 명태 식혜도 맛볼 수 있답니다. 거기에 우리 탈북민들에게는 낯익고 친근하지만 선생님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언 감자떡도 먹어 볼 수 있습니다.

김인선: 언 감자떡은 정말 생소한데요. 떡을 얼려서 먹는 건가요?

마순희: 북한 함경북도나 양강도 지방의 주산물인 감자는 얼어도 먹고 썩어도 먹고 버릴 것이 없는 농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언 감자떡은 흔히 겨울에 밭에서 언 감자를 봄에 이삭을 주어다가 껍질을 벗기고 말려서 가루를 내서 떡을 만드는 것입니다. 공정은 복잡하지만 남새를 볶아서 속을 넣거나 팥이나 강낭콩을 삶아서 송편을 만들면 새까맣고 윤기가 반지르르한 게 보기에도 좋고 그 맛은 정말 기가 막히답니다. 북한에서도 여름이면 한국에서 먹는 망개떡처럼 언 감자가루를 끓는 물에 익반죽하여 참나무 잎이나 옥수수 이파리에 싸서 쪄 내면 맛도 좋고 보기도 좋은 별미 중의 하나였답니다. 그러니 우리 탈북민들은 고향에 대한 추억을 떠올리고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이런 북한음식점을 많이들 찾게 되는 거죠.

김인선: 그런데 처음엔 인영 씨가 음식으로 창업을 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서요?

마순희: 맞습니다. 인영 씨는 한국에 먼저 와서 정착하고 있던 동생과 친정어머니의 주선으로 2012년에 4살, 8살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오게 됐는데요. 북한에서 살 때는 공업품 장사를 하면서 크게 어려움을 모르고 살던 그에게 한국에서의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처럼 장사를 하지는 않아도 무엇이든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이었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인영 씨는 학원을 다니면서 기술을 배웠고 회사도 다녔습니다. 그러나 회사 생활은 적성에 맞지 않았고 얼마 다니다가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집에서 북한 음식을 해서 주변사람들과 함께 나누게 되었는데요. 음식 맛을 본 지인들이 그만한 솜씨라면 식당을 해도 되겠다고 하더랍니다.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던 인영 씨였기에 식당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준비한다고 식당 자리도 알아보고 식단도 고민하고 또 식당을 하려면 회계사 공부도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학원을 다니면서 회계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온지 2년 만인 2014년 7월에 정식으로 식당을 개업했습니다. 인영 씨가 살고 있는 인천지역에 탈북민들이 많고 또 자신 있는 음식도 역시 북한음식이었기 때문에 인천에 북한음식점을 개업하게 된 것입니다.

김인선: 2년 만에 식당을 개업했다면 굉장히 빠른 편이죠? 안정된 직장을 찾았다고 해도 빨리 정착했다고 표현을 하는데 2년 만에 식당 사장님이라니요.

마순희: 맞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착 2년 정도 되면 취업훈련으로 학원을 다니고 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취업준비를 하는 경우가 많고요. 또 적성에 맞는 회사를 찾아서 취업을 하는 등 아직 정착하는 초기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인영 씨처럼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경우에는 애들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나라에서 주는 생계 급여로 살아가기가 쉬운데 인영 씨는 남들과 다른 거죠. 북한에서도 장사를 하면서 하루도 쉬는 일이 없을 정도로 부지런하고 생활력이 강한데도 있지만 인영 씨 경우에 남들보다 일찍 가게를 내게 된 것은 먼저 한국에 나와서 정착하고 있던 어머니와 동생의 도움도 적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본 바로는 2010년 이후에 직행으로 입국하는 탈북민들의 경우에 북한에서 어느 정도 자본주의를 경험하고 왔다고나 할까요? 장사나 개인사업을 하다가 온 분들이 많아서인지 대부분 한국에 와서도 개인사업을 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고 장사도 사업도 금방 한국에 온 사람들 같지 않게 잘 하더라고요. 인영 씨의 경우에도 2012년 7월에 한국에 입국했는데 2014년 7월에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식당을 개업했으니까 굉장히 빠른 편이지요.

김인선: 사업자등록은 일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단계인 동시에, 가장 쉬운 단계라고 할 수 있어요. 단순히 '신고'를 하기만 하면 누구든 식당을 차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겐 쉬운 일도 어렵게 여겨지는 법이잖아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사실 식당 영업은 허가사항이 아니라 신고를 하기만 하면 누구든지 영업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식당을 차리자면 자기 건물에서 영업하지 않는 이상은 식당 건물을 임대한 임대차 계약서가 필요합니다. 이때 상권을 많이 중시하던데 인영 씨는 탈북민들이 많은 인천에 북한 음식점을 내면 탈북민들이 많이 이용할 거라고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식당 개업에 있어서도 먼저 정착을 한 친정엄마와 동생의 도움이 컸던 겁니다. 하지만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음식을 결정해야 하고 식당의 집기부터 설비에 이르기까지 들어가는 돈도 생각보다 많아서 현실적인 어려움은 오롯이 인영 씨의 몫이었습니다. 그래도 인영 씨는 식당을 하면 세금을 비롯해서 회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회계사교육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 역시 결코 쉽지 않은 노정이었답니다. 무엇보다도 인영 씨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음식이 북한음식이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더 많았다고 합니다.

김인선: 인영 씨는 먼저 정착한 친정 어머니와 여동생의 도움으로 큰 어려움없이 순탄하게 살아가는 것 같았는데요. 김인영 씨에게도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네요. 주변 사람들이 인영 씨가 만든 고향 음식을 맛보고 그 정도 솜씨면 식당을 내도 되겠다고 추천을 해줘서 음식 만드는 일을 시작했고, 또 제일 자신 있는 북한 음식을 선택했는데 과연 인영 씨는 어떤 어려움을 겪었던 걸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마순희의 성공시대,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마순희 선생님, 감사합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김인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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