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에 의해 결정되는 미국의 대북정책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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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위반 협의로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
대북제재 위반 협의로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호’.
연합뉴스

당 간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 2월 하노이에서 개최되었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의 수뇌회담이 결렬된 후 여러분 당의 대미 비난이 기묘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리들 북한 관찰자들이 보기에는 “김정은과의 개인적 관계가 여전히 나쁘지 않다. 나는 언제나 김정은과 만나 대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을 하지는 않지만, 그의 부하인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에 대해서 여러분 당은 입에 담기 거북할 정도의 저속한 말로 비난하고 있습니다. 2월 하노이 회담의 결렬이 트럼프 대통령의 결심이 아니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나 존 볼턴 보좌관의 잘못된 건의 때문에 파탄된 듯이 판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은 핵·미사일 폐기를 거부하는 김정은에 대해 관대하게 생각하는데, 그 밑의 보좌진들이 강경정책을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요? 전 시간에 미국의 대외정책, 안전보장전략의 수립과 전개과정은 대통령 한 사람에 의해서, 마치 여러분 당의 김정은처럼 대통령 한 사람의 뜻으로 수립되고 전개되는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정부의 여러 관련기관, 국회, 심지어 사회의 전문기관들의 건의나 판단에 의해 결정되고 집행된다. 즉 수령 한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 국가기구에 의해 결정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만 이 점을 여러분 당은 아직도 옳게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최선희 부부장을 비롯한 외곽 선전 기관이 헛소리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여러분은 지난 5월 4일과 5월 9일 김정은 참관 하에 원산의 호도반도와 평안북도 구성에서 탄도 미사일과 개량형 방사포를 동해를 향해 발사한 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알고 있지요? 한 마디로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 김정은은 북한 경제발전의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취한 조치가 무엇입니까? 북한이 보유한 무역 선박 중 2번째로 큰 와이즈·어네스트 호의 압류였습니다. 300만 달러의 석탄을 싣고 인도네시아로 들어가던 이 와이즈·어네스트호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조치 위반이라는 이유로 인도네시아 당국의 입항허가를 받지 못해 해상에서 떠돌고 있었는데 미국이 1만 7천 톤이나 되는 이 선박을 끌고 미국령 사모아섬 파고파고항으로 갔습니다. 완전히 와이즈·어네스트호를 압류한 것입니다. 이 파고파고항에 들어간 배의 사진을 보니까 끌어가기 전에 물 속에 깊이 잠겼던 선체가 도착 후에는 물위로 떠올라 있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이 배에 실었던 석탄이 이미 미국에 의해 압류돼 항구 어디엔가 하역 되었음을 증명하는 것이었습니다. 들리는 말로는 이 배는 미국 정부에 의해 매각 처분될 것이라고 합니다.

당 간부 여러분! 이처럼 여러분 당 소유인 와이즈·어네스트호가 미국 당국에 의해 나포되어 미국 영토인 사모아섬으로 끌려 가는 것, 이런 행위를 트럼프 대통령의 허가 없이 자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해적행위라고 비난한다고 미국이 풀어줄까요?

당 간부 여러분! 미국은 김정은이 생각하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과거 20여 년 동안, 여러 차례 여러분 당이 국제사회나 미국과의 약속을 어기면서 얻을 것만 챙기던 그 술책, 흔히 말하는 벼랑 끝 외교에 계속 속을 나라가 아닙니다. 이번 와이즈·어네스트호를 압수한 것을 보면 미국이 어떤 나라이며 미국의 여러분 당에 대한 태도가 어떤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지 알 것입니다. 여러분 당이 약속을 어기고 국제사회와 미국을 속이는 그 나쁜 관행을 이번 기회에 완전히 끊어버리겠다는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5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의 결렬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열렸던 베트남을 떠날 때 나는 김 위원장에게 당신은 합의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당신은 핵 시설 한두 곳을 없애길 원하는데 나머지 3곳은 어쩔 것이냐? 한두 곳 만 없애는 것은 좋지 않다 합의하려면 제대로 된 합의를 하라”고 말했다고 했습니다.

당 간부 여러분! 하노이회담이 끝날 무렵 김정은이 놀라서 벌겋게 달아오른 그 얼굴이 기자들의 보도 영상에 떴는데, 놀랄 수밖에 없었겠지요. 왜냐하면 여러분 당이 갖은 방법으로 숨기고 있는 그 핵시설들을 미국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곳은 그저 상징적으로 얘기한 것이지요. 실제로 미국이 감시하고 있는 북한의 핵시설은 30여 개가 넘습니다. 전문가들의 말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5곳이란 작은 핵시설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시설단지 5곳을 말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몇 년 전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만세 부르고 야단했을 것입니다. 미국, 일본, EU 등 선진공업국가의 인공위성이 어떤 수준인가? 15cm 물체를 찾아낼 정도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실제 핵시설 뿐만 아니라 우라늄 광산에 들락날락하는 자동차의 수까지 모조리 세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 미국을 상대로 또 다시 속이고 얻을 것만 얻어 보겠다고 했으니 트럼프 대통령,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보좌관들이 김정은의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겠습니까?

당 간부 여러분! 한 가지만 더 지적하겠습니다. 지금 미국의 지방법원에서는 북한과 거래한 중국은행을 들춰내고 있습니다. 워싱턴 지방법원이 5개의 중국 은행에게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시간에 내지 않는다고 하루에 벌금 5만 달러씩 내라고 결정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 법원이 요구하는 수사자료를 낼 때까지 매일 5만 달러씩 벌금을 부여했습니다. 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미국은 이미 북한과 불법 거래하는 중국기업, 1억 5천만 달러의 돈세탁에 관여한 5개 은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을 비롯한 그 어떤 나라 기업, 은행, 개인도 모조리 제재하겠다는 것입니다. 지난 10년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결의나 미국 단독 제재조치를 유보한 채 당사자인 여러분 당을 비롯한 이웃 중국이나 기타 국가의 기업이나 은행, 개인에게 경고하는데 그쳤는데 이제부터 실제 행동으로 제재조치를 취했음을 의미합니다. 2005년 김정일 생존 시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예치금 2,500만 달러를 미국이 동결시켰던 것을 회상해 보십시오. 제3국에 대한 제재, 흔히 말하는 Secondary Boycott를 실제로 실시할 경우 여러분에게 어떤 경제·외교적 압박이 가해질 것인지요?

당 간부 여러분! 미국을 속이려 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이 칼을 뽑은 이상 유야무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제는 여러분 당의 핵 폐기 의지를, 미국이 요구하는 대로 완전하고 투명한 폐기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여러분 당 최고 수뇌부가 결심할 때임을 분명히 알아야 함을 강조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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