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음모 두려워 공포정치 계속할 것”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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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와 북한의 협상 타결로 지난달 암살된 김정남의 시신이 30일 북한에 넘겨졌다. 사진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촬영된 김정남 시신이 담긴 관.
말레이시아와 북한의 협상 타결로 지난달 암살된 김정남의 시신이 30일 북한에 넘겨졌다. 사진은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촬영된 김정남 시신이 담긴 관.
사진 제공-뉴스트레이츠타임스 캡처=연합뉴스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서도 말레이시아에서 최근 벌어진 김정남 암살사건과 관련한 김정은의 공포정치에 관해 좀 더 살펴보겠는데요. 보도에 따르면 김정남은 북한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던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실제 김정남이 별로 정치에 관심이 없었다는 것은 맞습니다. 김정남도 중국 당국자들의 속마음을 알 수도 있었겠지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처럼 정치에 별로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김정남의 상황을 감안하면 그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를 너무 싫어한 김정은이 지도자가 된 북한으로 가는 것은 그에게 자살행위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김정남은 미국이나 남한으로 망명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볼 때 그 이유는 김정남이 그래도 북한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기자: 그러니까 김정남이 이복동생 김정은은 싫어했어도 북한이란 국가에 대해선 충성심이 있다는 이야기입니까?

란코프: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황제나 대통령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자기 고국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남은 망명 생활을 하면서 정치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는 할 수는 없다고 말하셨습니다. 왜 그럴까요?

란코프: 김정남은 정치를 피했지만 가끔 외국기자들과 만나서 북한 국내 정치에 매우 자유로울 뿐 아니라 비판적으로 말한 적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09년에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했습니다. 당시에 북한은 성공적인 인공위성 발사라로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사실상 이 시험 발사는 실패로 끝났습니다. 장거리 미사일은 태평양에 떨어졌습니다. 2009년 4월에 김정남과 만난 일본 기자는 발사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김정남의 대답은 ‘북한 언론은 성공했다고 주장하고, 해외 언론 대부분은 실패했다고 보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였습니다. 2010년에 일본 기자와 만났을 때 김정남은 사실상 김정은의 세습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표시했습니다. 당시 김정남은 개인적으로 3대세습을 반대했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 기자들과 가끔 만났을 때 김정남은 매우 자유로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 기자들에게 김정은이 중국식 개혁으로 나라의 경제를 살릴 수 있지만, 정치 안전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하기 어렵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이것은 물론 북한 체제에 대한 비판보다는 객관적인 분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국가의 기준으로 보면 김정남의 그런 발언은 체제에 대한 중대한 공격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김정남은 좀 위험한 인물이었다, 그런 뜻인가요?

란코프: 어느 정도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김정남은 김정은이 의심스럽게 생각하는 중국에서 지원과 보호를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북한 정치 노선을 외국 언론 기자들 앞에서 간접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금 김정은 정권은 고급간부나 인민군의 음모에 대한 우려감이 심하다고 생각됩니다. 북한이 계속 대규모 숙청을 감행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음모에 대한 김정은의 공포가 이유입니다. 김정은 자신이 군인과 고급 당간부, 그리고 보위원들을 믿지 못하기 때문에 많이 숙청합니다. 그동안 리영호 사건, 현영철 사건, 얼마 전에 생긴 김원홍 사건은 좋은 사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장성택 사건도 매우 중요합니다. 장성택 사건이 보여준 것은 백두산 줄기에 속한 사람이라도 김정은이 위험하다고 간주하면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과거 김일성시대나 김정일시대 백두산 줄기에 속한 사람이면 퇴직을 당할 수도 있었고 유배로 갈 수도 있지만 처형은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입니다.

기자: 김정은은 지금 자신의 측근들을 믿지 않고 음모에 대한 우려감이 많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연 김정은이 느끼는 그런 음모적 생각은 근거가 있을까요?

란코프: 그런 음모가 실제로 있든 없든 상관 없이 김정은 자신이 음모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이러한 주관적인 평가가 결국 제일 중요한 것입니다. 그런 생각에 빠진 김정은은 음모를 예방하기 위해서 음모의 핵심 인물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을 없애버리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김정은에겐 김정남이라는 사람만큼 위험한 인물도 많지 않았습니다. 김정남이 평소 정치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다고 하지만 나중에 김정은을 반대하는 세력의 핵심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김정남 피살 사건은 사실상 북한 내부 숙청과 관련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본 목적은 북한 특권 계층에서도 김정은에 도전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장성택이든 리영호이든 그 때문에 죽어 버렸습니다. 제가 판단하기에 김정남도 같은 이유로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습다고 봅니다. 결국 김정은이 이런 음모론에 빠져 있는 한 북한의 공포 정치는 상당히 오래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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