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 체제보장론 불신”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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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개발한 신형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국방과학원에서 개발한 신형 지대공 요격유도무기체계 시험사격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최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현재 대북 기조에 대해 "북한에 대해 정권교체도 안 하고, 침략도 안 하고, 체제를 보장한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의 이런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란코프: 북한이 어느 정도는 믿을 수 있지만 결국 믿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으로 보면 지금 미국은 북한에서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됩니다. 기본 이유는 지금 미국에서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북한의 정권교체와 관련해 원래 민주당보다 관심이 없었는데 특히 근래 들어 관심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그렇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이 아닌 기타국가의 국내 정책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미국이 이들 나라의 정치 관계에서 손해를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족하다는 것입니다. 독재국가이든 민주국가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틸러슨 장관의 말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측이 미국의 체제보장 얘기를 별로 믿지 않을 이유도 없지 않습니다. 첫째로, 무엇보다 미국은 민주국가입니다. 4년마다 예측불가능한 국민의 투표에 따라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정치노선이 완전히 바뀔 수 있습니다. 둘째로 미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할 생각이 아예 없다고 해도, 북한 국내에서 봉기나 정변이 생길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이든 중국이든 기타국가이든 북한 국내정치에 간섭할 수 없도록 핵무기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든 싫든, 북한 집권계층은 핵무기 개발이 체제유지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때문에, 이번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의 발언과 관계없이, 북한은 오랫동안 믿어 왔던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핵개발,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도 결국 체제보장과 직결돼 있나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가 정말 있습니다. 그래서 핵무기를 이에 대한 억제 수단으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1950년대부터 공갈외교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북한이 1990년대 대기근을 겪었을 때 국제사회에서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당시에 이러한 지원이 없었더라면, 굶어죽은 아사자들이 훨씬 더 많이 생겼을 것입니다. 당시에 북한에 식량지원을 제공한 나라들은 미국이나 일본, 그리고 남한처럼 북한 선전 일꾼들이 절세의 원쑤라고 선전하던 나라들입니다. 이들 국가가 북한에 지원을 제공한 기본 이유는 북한의 공갈외교 때문라고 생각됩니다. 그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핵무기를 억제수단 뿐만 아니라 공갈외교의 기본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체제 유지를 위해서 결정적인 수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도 미국도 서로 신뢰감이 없다는 건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닌데요. 우선 북한은 왜 미국을 신뢰하지 못할까요?

란코프: 제일 중요한 이유는, 미국의 정치 체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일 뿐만 아니라 시장경제를 발전함으로서 기술, 경제, 문화 등 여러 부문에서 세계적으로 제일 발전된 나라입니다. 국력을 보면 세계에서 가장 힘쎈 나라입니다. 미국이 과거 어느 특정국의 정권교체를 지지했을 때도, 지금처럼 정권교체에 별로 관심이 없을 때에도 전 세계 민주국가를 많이 후원했습니다. 한국전이 발생하던 1950년 여름에 북한은 이것을 잘 몰랐습니다. 북한은 당시 남한을 침략했고, 강제로 점령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남한이 1950년에 북한의 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은 남한을 군사적으로 지원했습니다. 당시에 북한이 꿈꾸었던 흡수통일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물론 북한 집권 계층은 미국을 별로 믿을 이유가 없습니다. 미국을 위험한 세력이라고 생각하고, 별로 믿지 않습니다.

기자: 미국이 북한을 신뢰하지 못하는 건 과거 북한이 여러 차례 합의를 하고도 어겼거나 속였기 때문아닐까요?

란코프: 물론 그렇습니다. 미국이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없지 않지만, 북한측이 자신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사실상, 핵무기 문제라면 북한이 큰 소리로 약속했던 자신의 약속을 지킨 적이 없다고 해도 별 과언이 아닙니다. 1994년에 북한은 해외에서 경수로와 기름, 그리고 사실상 식량까지 받는다는 조건하에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당시에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할 의지가 아예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핵개발은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서 한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실제 이런 북한 측 주장에 의심이 있는 사람들은 1990년대 로동신문을 보시기 바랍니다. 북한은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2006년부터 공개적으로 핵개발을 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사례는 2002년에 미국은 북한이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한다고 폭로했습니다. 북한은 이것을 ‘미제국주의자들의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몇 년 동안 농축우라늄 재처리하지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실은 2010년에 초대한 미국의 민간 대표단에게 규모가 매우 큰 농축우라늄 공장을 보여주었습니다.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실은 비밀리에 해온 사실을 공개한 것입니다. 당시 우라늄 농축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한 북한의 말을 믿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잘 기억하는 미국측은 북한을 신뢰할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미국과 북한이 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러한 말을 미국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들 대부분은 웃기만 합니다. 그들의 대답은 무엇일까요? 북한 간부들은 입만 열면 거짓말밖에 할 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그들과 어떻게 타협할 수 있을까요?라는 겁니다. 좋든 싫든, 미국측은 북한만큼 거짓말을 많이 하는 정권이 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사람 대부분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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