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체제안전 위해 경제개혁 인정 못해”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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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농촌 여성들이 농산물을 팔기 위해 장마당으로 가고 있다.
북한의 농촌 여성들이 농산물을 팔기 위해 장마당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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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북한에서 시장화가 시작된 지 15년 이상이 됐는데요.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이 공개적으로 인정하진 않았어도 자본주의식 경제관리방식을 이미 실천한 것은 조금 놀라운 것이 아닙니까?

란코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사실상 지난 4-5년동안 북한정부의 정책을 보면 조용한 경제 개혁정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정은 시대 북한이 실시해 온 개혁정책은 1970년대 말 개혁을 시작한 중국과 매우 유사합니다. 특히 협동농장 개혁을 시작한 포전담당제가 그렇습니다. 물론 북한 언론은 북한이라는 나라가 경제 개혁을 할 필요조차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국내용 선전 뿐입니다. 그들은 사실상 경제개혁을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식 경제개혁은 성과가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식량상황이 많이 좋아지는 것은 그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기자: 김정은이 정말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관리 개혁을 하고 있다면 왜 지금도 옛날처럼 사회주의를 강조하고 있습니까?

란코프: 제가 볼 때 기본적인 이유는 국내정치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김일성 시대에도 김정일 시대에도 북한 관영언론은 경제 개혁을 미친듯이 비난하였습니다. 당시에 그들의 주장은 북한과 같은 완벽한 사회에서 경제개혁 자체가 필요조차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지금 김정은이 경제개혁을 도입했다고 말한다면 인민 대중 가운데서 의심과 동요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김정은은 순전히 김일성의 손자, 즉 백두산 혈통 덕분에 정권을 장악했기 때문에 자신의 할아버지가 이끌었던 국가사회주의 경제 전통에 도전하지 못 합니다. 김정은은 김일성 시대 경제 방향과 정반대 방향으로 갈 때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여전히 김일성 시대의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지금 말씀을 들어보면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이 경제개혁을 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요. 실은 김정일 시대부터 이런 시장화 움직임이 있지 않았나요?

란코프: 김정일 시대는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변화를 무섭게 생각했고, 사실상 김일성 시대 정책을 실시하려 노력했습니다. 김정일 시대와 김정은 시대의 큰 차이는 무엇일까요? 김정일 시대에도 물론 시장화가 있었지만 국가는 보지 않은 척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에 들어 장마당은 사실상 단속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10~15년 전에 그렇지 못했습니다. 당시 김정일은 시장화를 반대하지 않았지만 이를 반사회주의적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없애버려야 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시 비사회주의 그룹파가 장마당 단속을 많이 해서 감옥에 가거나 처형된 돈주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시대 들어 장마당 단속은 완전히 사라졌고, 김정은은 국가기관들이 개인자본, 돈주들과 협력해야 한다는 지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기자: 그러니까 김정은 시대 들어 북한이 시장화로 진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나요?

란코프: 제가 볼 때 북한은 2012년, 2013년부터 1970년대말 중국과 매우 유사한 개혁정책을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은 국내 체제안전 때문에 이런 사실을 인정하지 못합니다. 북한 경제상황이 많이 좋아지고, 식량상황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북한 정권은 이 사실을 개혁이라고 인정하질 못합니다.

기자:  그런데 문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경제개혁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채 정말 성공적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인데요.

란코프: 성공할 가능성이 물론 있지만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성공하기 위해서 수많은 장애물을 극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북한이 이런 개혁조치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룩한다면 수많은 북한 사람들의 생활이 좋아질 것입니다. 물론 외국 투자가들의 참여가 없이 북한이 지금처럼 자력자강에 의존한다면 지금과 같은 경제개혁 조치들은 근본적인 한계에 부딛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김정은과 북한 간부들은 말로만 70일전투나 5개년계획 이야기를 하되 실제 정책에서 농업, 공업 등의 각 분야에서 성과에 따라 생산물을 분배한다는 2012년의 6.28방침이나 2014년의 5.30조치와 같은 시장화 정책을 실시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장기적인 전망입니다. 몇 년 동안 이런 식의 경제 개혁을 조용하게 할 수 있지만 결국은 조만간 이를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개혁정책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면 국내정치에서 위험한 후과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인민 대중은 기존의 북한 체제에 대해서 보다 더 많은 의심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 김정은은 조만간 개혁을 시작한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관영언론은 오랫동안 개혁이라는 말 자체를 비난해왔기 때문에 개혁이라는 말보다는 듣기좋은 말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개혁이 아니라 개선조치, 아니면 우리식 사회주의 개발, 아니면 주체식 시장경제 개발이라는 말을 쓸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것은 표현상으로만 그렇지 내용적으론 여전히 시장주의 경제개혁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내년, 그러니까 내년 신년사에서 김정은은 우리식 사회주의 개선조치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까?

란코프: 2018년은 아직 이릅니다. 제가 보니까 시간이 더 많이 걸릴 것입니다. 아마 앞으로 2-3년 정도 지금과 같은 경제 개혁을 하고도 김정은은 이 사실을 직접적으로도, 간접적으로도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정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20년쯤 가면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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