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 북한 경제의 버팀돌로 떠올라”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7-06-27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 미곡협동농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요즘에 북한이 중국이 추진한 경제 개혁과 매우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이 많습니다. 북한 당국은 ‘개혁’이란 말조차 거부감을 느끼고 경제 개선 같은 다른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습니까?

란코프: 북한이 개혁을 시작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요인 때문에 절대 경제개혁이란 사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름보다 내용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지난 4-5년정도 북한 국내정치 변화를 볼 때 중국과 매우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제가 말하는 중국은 2017년 중국이 아니라 1978년이나 1980년 당시의 중국입니다. 당시에 중국정부가 개방, 개혁을 시작했을 때 사실상 자본주의를 건설하는 것과 다름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는 이 사실을 인정하면 나라의 정치안정과 사상 안전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때문에 중국 지도부는 자본주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당시 등소평의 정책과 요즘 김정은의 정책을 비교해보면 유사한 점이 많습니다.

기자: 방금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하셨는데 어떤 것일까요?

란코프: 중국이나 북한 모두 경제 개혁은 농업부터 시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타당한 태도입니다. 첫째로 구소련식 국가사회주의 체제에서 농업은 유독 효과성이 없었습니다. 구소련식 콜호스나, 북한 협동농장이나, 중국식 인민공사이든 하나같이 농민들이 열심히 일하는 곳이 아닙니다. 농민들은 공산당을 위해서 일할 때 열심히 일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포전담당제, 즉 농민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관리체제를 도입한다면 식량생산이 많이 증가할 수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것은 식량생산 증가를 위해서 추가투자가 거의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트랙터, 즉 뜨락또르나 비료가 없어도 농민들은 국가를 위해서가 아닌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기 때문에, 같은 땅에서 훨씬 더 많이 생산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몇 년내에 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중국의 경우 경제개혁을 시작하자 7년 이내에 식량생산이 30-40% 증가하였습니다. 이미 포전담당제를 실시하기 시작한 북한도 식량상황은 중국만큼 빠르지 않아도 빨리 좋아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970년대 말 중국도, 2017년 김정은시대 북한도 사실상 농민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생산을 시작했지만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여전히 개인소유 즉 사적소유를 국가소유로 위장하고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지금 협동농장에서 포전담당제를 하는 것을 관리방법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1970년대 말 중국은 북한과 비슷했을까요?

란코프: 비슷했습니다. 1980년을 전후하여 중국 농민들은 개인 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지만, 이 밭은 개인소유가 아니라 여전히 국가소유라고 여겨졌습니다. 당시 중국농민들이 받은 것은 밭의 소유권이 아니라 이용권 뿐입니다. 원래 이용권 기간은 7년이지만 나중에 30년까지 연장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농민들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 농장의 소유권보다 이용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자: 요즘에 북한에서 장마당에 대한 단속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중국 등소평 시대와 비슷한 것일까요?

란코프: 비슷하지만 차이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김정은 시대 들어와 북한식 개혁을 시작했을 때 북한에서 장마당이 매우 많습니다. 반대로 1970년대 말 중국 등소평은 개혁을 시작했을 때 중국에서 시장이 거의 없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김정은 정권은 이미 20년 전에 자발적으로 생기기 시작한 장마당에 대한 단속을 포기하고 사실상 격려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등소평시대에 장마당이 탄생하도록 국가차원에서 노력했습니다. 중국에서 모택동 시대엔 시장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시대 북한도, 등소평시대 북한도 장마당을 묵인할 뿐만 아니라 장려하고 나라의 경제발전에 위해서 많이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설적으로 북한은 1990년대 중엽부터 장마당이 성장했기 때문에, 시장경제를 사실상 인정한 북한사회 시장화의 수준은, 등소평시대 초기 중국에 비하면 많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김정은 시대의 북한은 등소평이 개혁을 시작한 1970년대 말 중국보다 시장 발전 수준이 더 높았다고 생각하십니까?

란코프: 산업별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농업을 보면 오늘날 북한은 1970년대 말 중국과 같은 수준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 다 협동농장이나 인민공사와 같은 사실상 국가소유 농장을 중심으로 한 농업이 있었습니다. 물론 북한 농민들은 몰래 소토지로 알려진 개인밭에서 불법적으로 농사를 지었습니다. 그래도 대체로 말하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공업을 보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김정일 시대부터 북한엔 돈주로 알려진 신흥 부자들이 많습니다. 등소평시대 중국에서 문화혁명이나 대약진운동의 경험 때문에 돈주와 같은 사람들이 있을 수조차 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것은 북한의 장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돈주 때문에 당시의 중국보다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중국에 비해 북한은 장점도 있는데 약점도 있겠죠?

란코프: 당연히 그렇습니다. 북한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몇 개 있습니다. 예를들면 해외투자 문제입니다. 사실상 중국경제 발전을 이끄는 것은 해외에서 들여온 자본, 즉 해외투자였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은 엄청나게 많은 해외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해외투자 유치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의 폐쇄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해외에서 나온 투자, 특히 남조선에서 나온 투자는 국내안전 유지 및 체제유지를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중국만큼 해외투자를 유치할 수 없습니다. 결국 중국만큼 빨리 성장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북한 선전 일꾼들은 자력갱생이나 자주를 여전히 시끄럽게 운운하고 있지만,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해외자본과 기술 없이 속도가 빠른 경제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공업은 어떻까요? 북한은 공업 부문에서도 개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란코프: 그렇습니다. 북한은 공업부문의 개혁을 2014년부터 준비를 시작했고 요즘에 많이 본격화되었습니다. 공장 지배인은 지금 옛날보다 아주 권한이 많습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도 공업개혁은 농업개혁보다 늦게 시작했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더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습니다. 농업의 경우 농민들이 수확의 기쁨을 받게 되면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공업개혁은 농업개혁만큼 빠르지도 않고, 쉽지도 않습니다. 관리체제가 많이 좋아진다고 해도 결과는 몇 년 이내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을 보면 긍정적인 조짐이 약간 있다고 생각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