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자력갱생 사고 버려야”

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2016-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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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 관철을 다짐하는 2014년 평양시 군중대회 모습.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 관철을 다짐하는 2014년 평양시 군중대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기자: 북한이 직면한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와 함께 살펴보는 ‘북한, 이게 문제지요’ 시간입니다. 안녕하십니까. 2015년 한 해 벌어진 김정은 정권의 여러 행태를 되돌아볼 때 특기할만한 점은 무엇일까요? 과거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별로 달라진 게 없습니까? 아니면 긍정적인 변화도 있나요?

란코프: 제가 보니까 김정은 시대는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 비하면 달라진 것이 참 많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변화 대부분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됩니다. 역설적으로 김정은 자체는 변화가 생긴 사실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는 그의 정당성, 즉 나라를 통치할 권리는 바로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의 정치를 기반으로 봐야 하니까 김정은은 사실상 김일성과 김정일의 정치를 포기했을 때도 김정은은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못 합니다. 그래도 변화가 많습니다.

제일 중요한 변화는 지난 4-5년동안 북한에서 시장 경제에 대한 태도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에서 1990년대 초부터 시장화가 자발적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자금 북한에서 김일성 시대처럼 배급을 타고 사는 사람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북한 사람 대부분은 장마당에서 일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돈을 벌고, 이 돈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90년대부터 시작했지만 김정은 시대에 북한 정권은 이 사실을 비공개적으로 인정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2012-13년부터 북한은 사실상 제2차 토지 개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농업개혁을 시작하였습니다. 결국 식량 사정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웃 나라들에 비하면 북한은 여전히 너무 잘 못사는 나라이지만 굶어 죽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지난 2016년에 이와 같은 변화가 가속화됐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공업에서 독립채산제, 지배인 책임제 등 새로운 개혁을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보니까 김정은 시대의 북한 모습을 보면 1980년대 초 중국과 매우 유사한 모습입니다.

기자: 특히 주목할만한 것이 북한이 지난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수십년 만에 처음 개최했습니다. 당시 김정은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끌었는데요. 과연 북한이 그에 걸맞는 경제 개혁을 실시하고 있다고 봅니까?

란코프: 제7차 노동당 대회는 언론에서 과장평가를 매우 많이 받아 왔습니다. 사실상 이 대회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은 듣기 좋은 말이지만 실시할 희망조차 없습니다. 제가 방금 전에 말한 바와 같이 북한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 관영언론이 큰 소리로 운운하는 제7차 당대회가 아니라, 거의 언급하지 않는 6.28방침이나 5.30 조치입니다. 북한이 지금 노동당 대회를 많이 극찬하는 이유는 정치사상 뿐입니다. 제가 벌써 말한 바와 같이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 시대 정치를 완전히 바꾸어도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옛날 모습을 가능한 한 유지해야 합니다. 김일성시대에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도 있었고 당 대회도 있었으니까 김정은시대에도 비슷하게 해야 합니다. 물론 이름만 있고 내용이 아예 없는 행사입니다. 같은 이유로 김정은과 그 측근들이 개혁을 한다고 해도 이 사실을 인정한다면, 북한 인민들이 체제에 대한 의심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시대 북한이 완벽한 사회였다고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완벽한 사회라면 개혁을 할 필요가 있을수도 없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사실상 1980년대 초 중국처럼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 사회를 빨리 건설하고 있는 동시에 옛날 주체식 사회주의 모습을 여전히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자: 당시 김정은은 핵과 경제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병진노선을 다시 한번 천명했습니다. 이런 병진노선의 가장 큰 문제점은 뭘까요?

란코프: 많은 전문가들은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단기적, 중기적으로 보면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냐 하면 현 단계에서 북한정권은 핵개발만 하고, 재래식 무기를 거의 개발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그 때문에 핵개발로 인한 부담이 크지만 경제발전의 길을 완전히 가로막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때문에 해외투자를 유치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북한에서 많은 고급간부들도 해외투자 유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말하면 북한이 중국이나 베트남, 아니면 남한만큼 빨리 성장할 수 있도록 외국에서 투자를 많이 유치해야 합니다. 핵 때문에 북한에서 공장이나 도로를 건설할 국가나 회사들이 없기 때문에, 고속 경제 발전이 불가능할 것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병진노선이 성공할 수 있지만 그 성공은 불가피하게 한정된 성격을 띌 것입니다.

기자: 어떤 측면에서 보면 북한 사람들이 자력갱생에 대한 교육을 받아왔기 때문에 해외에서 투자가 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하진 않을까요?

란코프: 맞아요. 하지만 이것은 매우 위험한 착각일 뿐입니다. 사실상 1970년대부터 중국과 남한을 비롯한 이웃나라들이 많이 발전하기 시작했을 때, 북한이 만성적인 경제위기에 빠진 기본 이유는 자력갱생 정책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시에 이웃 나라들은 해외에서 투자를 많이 얻었습니다. 외국인들은 중국이나 남한을 찾아가서 최신 기술을 이용하여 공장을 짓고, 이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을 세계 어디에나 팔았습니다. 이렇게 얻은 돈은 일부만 외국인들이 가져갔고, 대부분은 그 국가나 그 나라 사람들이 받았습니다. 중국이든 남한이든 베트남이든 매우 비슷했습니다. 중국으로 간 사람이나 베트남으로 간 사람들이 이 결과를 자기 눈으로 다 보았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을 초래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정책을 제대로 못 해 왔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핵개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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