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국가수호 영웅에 대한 인식

장진성∙탈북 작가
201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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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서 열린 참배식이 끝난 뒤 유가족이 희생장병 동상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오후 인천시 옹진군 백령면 천안함 46용사 위령탑에서 열린 참배식이 끝난 뒤 유가족이 희생장병 동상을 어루만지며 오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세계경제 12개 선진국인 남한이라고 해서 무엇이나 다 선진화된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나 남한의 경제는 선진국이지만 정치는 아직 후진국이라고 본다. 북한인권법이 아직 국회에 계류중인 것도 결국 남한의 정치수준을 고발하는 것이다. 특히 내가 남한에 와서 놀랐던 것은 체제의 분단을 자본주의 완승으로 증명한 대한민국이란 국가정체성의 자부심이 부족한 점이었다.

한반도의 공산화를 저지한 이승만대통령의 자본주의 선택은 친미, 친일정권으로만 부각되어 있었고, 한강의 기적을 창조한 그 뒤의 정부들은 군사독재라는 일면만 비판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나를 더 놀라게 했던 것은 남침전쟁을 막은 영웅적인 대한민국의 평가가 초등학생들의 역사교육에서까지 매우 인색한 점이었다.

나는 북한의 6.25와 남한의 6,25를 다 같이 경험한 탈북자이다. 북한에선 6,25가 김일성, 김정일 생일 다음으로 체제 정당성을 강조하는 날이다. 그 이유는 분단의 원인을 미국과 남한에 돌리고, 고난도 그 연장선에서 주민들에게 주입시키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6월만 들어서도 북한 언론과 방송들은 하루 종일 반미(反美), 반한(反韓) 프로그램들로 적대정서를 고취시킨다.

양민학살을 상징하는 신천대학살기념관으로는 전국에서 찾아오는 방문행렬들이 줄을 잇는다. 직장들과 학교들에서 웅변모임, 토론회, 복수모임, 무훈담강연, 결의대회가 이어지는데 6월은 25일 당일엔 절정을 이룬다. 전국의 곳곳에서는 업무를 전폐하고, 반미(反美), 반한(反韓) 강연회들을 진행하며 광장들에선 군중대회들이 열린다.

6월은 공개처형이 제일 많은 공포의 달이기도 하다. 웬만한 죄도 간첩혐의로 몰려 처형되기 때문에 이 달에는 특히 말도 조심해야 한다. 이렇듯 6월을 증오로 꽉 채운 후 7월을 승전의 축제기간으로 승화시킨다. 북한은 휴전일인 7월 27일을 북침을 막아 낸 전승 절이라고 한다. 이 7월은 그야말로 전쟁노병들의 달이다. 백발의 노인들이 훈 패를 달고 거리로 나오면 그들에 대한 우대와 관심은 어디에나 있다.

버스나 지하철에도 노병석, 노병들을 위한 음악공연, TV방송의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서는 노병들이 주인공이다. 이때에는 고급음식점들에서도 당에서 배급된 공짜 음식 표를 들고 온 노병들로 초만원이다. 또한 정 주년이 되면 전쟁기념 훈 패들도 새롭게 제정하며, 김 부자 체제에 대한 충성을 애국주의로 둔갑시키는 일종의 국민세뇌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남한을 백 년 숙적으로 규정한 북한의 세월은 이렇게 흐른다.

그래선지 남한에 와서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점이 전쟁국가인데도 온 국민이 알만한 영웅이 없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교과서에도 없다. 오죽하면 6.25가 무슨 날인지도, 남침의 주범이 누군지도 잘 모르는 우리의 아이들이겠는가? 과연 누구처럼 애국해야 하며 과연 어떤 행동이 영웅적인가를 묻는다면 그 애들이 합창할 이름이 어디에 새겨져 있는가? 조국을 위해 피를 흘린 세대에 대해 존경할 줄 모르는 이런 예의 없는 전쟁국가는 아마도 세상에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묻건대 6월의 영웅들이 없었다면 민주열사가 있었겠는가?

월드컵 경기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던 스포츠 애국주의도 결국은 피를 흘리고 목숨을 바쳤던 전쟁 참전 자들이 있어 가능했던 과거로부터 의 유산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남한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애국의 기준도 바뀌는 나라인 듯하다. 철새무리와 같은 정치꾼들의 성향에 따라 6,25가 6,15 뒤에 가려지기도 하고, 그깟 김정일이 뭐라고 민족화해정책 속에 전쟁영웅들이 묻히기도 했다. 그래서 50년대 6월만이 아니라 2000년대 6월의 서해영웅들도 현충원에 조용히 묻혀야만 했던 이 대한민국이다. 이런 나라에서 영웅들의 넋이 제대로 위로 받을 수 있겠는가, 또 어느 누가 그들처럼 목숨 바친 애국의 긍지를 느낄 수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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