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시인으로 세계문학축제에 초대받다

장진성∙탈북 작가
2014-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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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의 교보문고.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2년 3월 10일경이었다. 영국 BBC 방송 기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런던 올림픽 문화 행사 차원에서 세계적인 시(詩) 축제가 열리는데 주최 측에서 나를 초대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게 도대체 뭔 말인가 싶었다. 사우스뱅크 센터는 무엇이며 ‘더 포이트리 파르나소스’(The Poetry Parnassus)는 또 무엇인지, 그리고 왜 하필 탈북자를 초대하려는지 말이다. 일단 알겠다고 대답한 지 보름이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주최 측으로부터 축제를 상세히 소개하는 이 메일이 왔다. 나는 그때야 비로소 ‘초대’가 빈말이 아니고 무엇보다 나에겐 엄청난 기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메일 내용은 이러했다. “6월 말 런던에 전 세계 시인이 집결한다. 제30회 런던올림픽(7월 27일 개회)을 맞아 6월 26일부터 7월 1일까지 런던 사우스뱅크 센터에서 시 축제 ‘더 포이트리 파르나소스’가 열린다. 이 축제에는 런던올림픽에 참가하는 204개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참여한다. 축제 조직 위원회와 각국 독자들의 투표를 통해 나라마다 시인 한 명 씩을 선정했다. 장진성 시인은 북한 대표로 참석하게 된다. 영국 BBC를 통해 알려진 시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가 당신을 초대하게 했다.

약 200개국 시인들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문학사상 가장 큰 규모의 시인 축제로서 ‘시인 올림픽’이다. 축제 명칭은 시의 여신 뮤즈가 태어난 그리스의 파르나소스 산에서 따왔다. 고대 올림픽이 열릴 당시 그리스인들이 품었던 시적 영감을 잇는 다는 뜻이다.” 이어 주최 측은 다른 독재 국가 시인들도 초청하는 관계로 자기들이 공개할 때까지는 보안을 지켜 달라고 했다.

그로부터 2개월 후인 5월, 영국 옥스퍼드 대학 관계자 에게서 또 다른 메일이 날아왔다. 나에게 영국 옥스퍼드 문학 상을 주겠다는 것이다. “렉스 워너상은 1610년 도에 만들어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워덤 칼리지’가 주는 상이다. 상 이름은 ‘렉스 워너상’이라고 하는데, 영국의 유명 소설가이며 역사가였던 렉스 워너의 삶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이다. 1년에 한 번씩 세계 문학작품들 중에서 몇 편을 선정해 ‘렉스 워너상’을 준다. 수상 작품이 없으면 그 해에는 발표를 안 할 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워덤 칼리지는 이번에 장진성 시인에게 한국인 최초로 렉스워너 1등 상을 주게 된다. 1등 수상 작품들은 〈내 딸을 백 원에 팝니다〉, 〈아이의 꿈〉, 〈사형수〉,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우리의 삶은〉이다. 이 시들은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로 기록되게 된다.”‘ 시인 올림픽’에 초대받은 것만도 행운인데 나의 조국인 한국에서도 받지 못한 문학상을 세계 유명 대학인 옥스퍼드로부터 먼저 받게 되어 영국에 대한 나의 호기심과 기대는 더 커졌다.

당시까지만 해도 내가 아는 영국의 전부란 바이론 시인 뿐이었다. 그는 동심의 나에게 바깥 세상의 문화와 역사를 엿보게 해 주었고, 문학의 길로 인도해 준 등대였다. 그래서 올림픽이 진행되는 영국에서, 그것도 세계문학 축제에 초대 받은 데 대한 감동이 더 컸다. 그 뿐이 아니었다. 북한 대표 시인으로 초대받았다는 것 또한 나에겐 대단히 의미 깊은 것이었다. 세계 문인들 앞에서 당당히 북한 인권을 호소하는 최초의 북한 시인이 됐다는 것은 내 생애 가장 큰 영광이 될 것 같았다. 한편 이런 행운을 준 자유에 다시 한 번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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