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엔 북한인권이 없었다

장진성∙탈북 작가
201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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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영국 런던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재영조선인협회 등 단체 회원들이 탈북자 강제송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12년 3월 영국 런던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재영조선인협회 등 단체 회원들이 탈북자 강제송환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영국, 그 나라에서 내가 받았던 첫 느낌은 문화 선진국일수록 인권 선진국이라는 것이었다. 그런 영국이어서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과 같은 세계 도처의 ‘인권 문제에 대한 호소’를 다 들을 수 있었다. 텔레비전나 신문들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의 인권 소식이 빠지지 않았다. 이 나라 국민들의 높은 인권 의식이 나는 매우 신기했다. 한마디로 서방의 인권의식에는 민족주의가 따로 없었다. 인권, 그 자체일 뿐이었다. 남의 나라 인권에 분노할 줄 아는 인권 강대국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북한 인권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통역을 맡았던 재미교포 출신 이영은 씨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서방은 북한 실상을 잘 모른다. 그 이유는 한국 외교부가 북한 인권은 통일부 소관으로 국한하고 자국 외교문제에만 치중한 결과이다. 어느 정도인지 아는가? 영국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가 옥스퍼드 대학에 강의를 나왔을 때, 학생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 질문하자, 자기는 통일부 직원이 아니라 한국 외교관이라며 K팝만 설명하더라.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나는 어떻게 자기 동포의 인권문제가 한국 외교에서 빠질 수 있는지 의아했다”

실제로 나는 북한 인권이 없는 한국의 외교현장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축제 기간 행사장에는 명단에 없는 외국인들이 자주 보였다.

주최 측 설명에 의하면, 서방 외교는 주로 문화 외교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국 대표 시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온 외교관들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영국 주재 한국 대사도 축제 폐막식 때 여러 명의 사진기자를 대동하고 행사장을 찾아왔다. 그러나 그는 축제를 알리는 현수막 앞에서 사진 몇 장만 찍고, 요란하게 사라졌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외국시인들은 한국 대사의 시끄러운 행차를 보며 “저 사람은 여기 왜 왔었나? 한국 대사인데도 왜 한국에 망명 온 당신을 찾으려 하지 않는가? 당신이 북한 시인이기 때문인가? 한국은 북한 인권과 통일에 그렇게 관심이 없는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뿐이 아니다. 영국에 정착한 탈북자들로 구성된 재영탈북인연합회 초청을 받은 자리에서도 나는 한국 외교의 북한 인권 공백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재영탈북인연합회 김주일 회장을 비롯해 사무총장, 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나누는 대화 중 거의 절반은 영국 주재 한국 대사관에 대한 비판이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북한 인권 운동을 반대하던 친북외교였고,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는 아예 무관심 외교로 변했다는 것이다. 현 정부의 외교정책도 변했으니 대사관을 찾아가서 도움을 요청해 보라는 나의 말에 그들은 웃었다. 자기들도 처음에 그런 순진한 생각으로 찾아가 보았지만, “당신들은 북한 사람이기 때문에 한국 대사관이 도움을 줄 수 없다”며 거절하더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때야 제3국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은 외국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모두 북한 국적의 망명자 신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해외에서 가장 큰 탈북자 조직인 재영탈북인연합회는 자기들이 번 돈과 민간 후원금으로 북한인권운동을 외롭게 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들은 나와 헤어지면서 왠지 허전한 얼굴로 “코리아타운에는 DMZ가 없다. 남한 사람이든 북한 사람이든 모두 한국인이고, 그래서 차별이나 경계도 없는 좋은 통일한국이다”라고 했다.

영국 귀족원의 어느 정치인도 나와의 사석에서 한국 외교를 비판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한국 외교관보다 북한 외교관에게 더 정(情)이 간다. 북한 외교관들은 개별적으로 만나보면 솔직해서 인간적이다. 그런데 한국 외교관들은 격식과 자존심을 내세운다. 북한에 비해 사람이 자주 교체되는 이유도 있겠지만, 외교란 결론적으로 인간적 외교다. 한국 외교에 북한 인권 참사 직함이라도 있으면 논의해 보겠지만, 그게 없다. 그 직함은 결코 유엔 가입국, 즉 북한에 대한 내정간섭이 아니다. 분단 독일 시절에도 서독의 외교는 자기 민족의 인권을 포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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