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탈북 단체들이 많아져야

장진성∙탈북 작가
2014-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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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정책참여연대 비전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정책참여연대 비전선포식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자유의 무한한 혜택을 말해주듯 탈북자 사회에는 많은 단체들이 있다. 그 중에는 역사가 오랜 상징적 단체들도 있고, 북한인권과 자유에 실제적으로 기여한 업적의 단체들도 있다. 목적과 활동 범위에 따라, 그리고 남북 현안에 맞춰 단체가 계속 늘어나 현재는 무려 70여개가 넘는다. 그래서 어쩌다 탈북자들 모임에 가면 단체장이나 단체 간부가 아닌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탈북자들의 권리가 참 다양해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북한의 권위주의체제에서 살다 온 탓에 직책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제로 단체들 중에는 정부나 민간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생계 형도 있고, 심지어 회원이나 활동도 불투명한 1인 단체도 있었다. 때문에 단체장들이 모이면 제일 관심주제가 단체 운영비나 지원금에 관한 것들이다. 대부분의 단체들이 사무실 월 세도 못 내는 형편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지원받는 단체들마저 다음해에도 지원이 계속될지 미래가 불투명했다. 뉴포커스의 사정도 처음엔 그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다행인 것은 비록 통사정으로 얻은 것이라 할지라도 광고가 붙는다는 것이었다. 광고비라고 해 봤자 한 달에 거의 천 만원 가까이 들어가는 운영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무실, 홈페이지 임대료, 직원들 식비까지 채우려면 턱 없이 모자라는 금액이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지인들이 뉴포커스 운영에 보태라고 정기적으로 십 만원, 백 만원씩 계좌에 넣어주고 그래도 부족할 때가 많아 강연이나 기고문으로 받은 사비까지 보태면서 근근이 명맥을 이어갔다. 그 탓에 소중한 인맥이 '돈 맥'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늘 무거웠다. 매달 초순만 되면 월급을 걱정했고, 부득이하게 제 날짜에 주지 못하게 될 경우에는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일부러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통일의 성업을 위해 정부나 기관들이 단 한 푼의 지원도 해주지 않는다며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하소연을 해댔다.

그렇게 엎드려 빌붙어도 모자랄 판에 뉴포커스는 탈북자 정책에 관한 잘못들을 꼬집어 정부나 관련 기관들을 비판했다. 그때마다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탈북자들은 사회의 소수인데다 무엇보다 홀몸도 아니고 회사 식구들도 있는데 너무 무책임하지 않냐는 추궁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또렷하게 보이는 것이 있었다. 돈은 늘 부족해도 대신 뉴포커스를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후원자들이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이었다. 부정에 대해 과감히 비판할 줄 아는 뉴포커스여서 대북 관련 기사의 책임감도 믿을 수 있다는 평가였다. 그런 신뢰가 쌓이며 후원도, 기회도 점 점 많아졌다. 영어 서비스를 한 이후부터는 외국 언론과의 유료 기사 제휴로 얻는 수익도 생기고 세계 도처에서 개인은 물론 단체 후원도 잇달았다.

한마디로 남들과 차별화된 특권을 살리고 그 사명에 최대한 충실했을 뿐인데 그 이상으로 후한 점수가 뒤따랐다. 그런 경험으로 봤을 때 앞으로 연대, 연합과 같은 요란한 명칭의 탈북단체들은 자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명칭만 봐도 구성원과 목적을 알 수 있을 만큼 자기 역할과 행위가 남들에 비해 분명한 기능성 단체만이 생존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벌써 그런 작은 단체들이 하나 둘 부각되면서 탈북 단체 생태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하나하나의 기능들이 모이고 합쳐질 때 비로소 탈북 사회가 북한해방의 주역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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