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수령 연기자

장진성∙탈북 작가
201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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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지난 1월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장성택 처형을 규탄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을 준비하고 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지난 1월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 주차장에서 장성택 처형을 규탄하는 내용의 대북전단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이 공개한 장성택 즉결 처형 판결문은 김정은 정권 내부의 불협화음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수령유일지도체제 과시를 위해 즉결처형 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폭로가 된 셈이다. 그 이유를 7가지로 분석해본다.

첫째는 '곁가지'견제에서 '곁가지'제거의 모순이다. 장성택은 김정일 정권에서도 2번이나 조용히 해임되거나 혁명화 처벌을 받았지만 김정은처럼 수령 일가의 신격화에 치명적 훼손을 당하면서까지 반당 반 혁명 분자가 되지 않았다. 그 비공개와 공개의 차이는 곧 김정일과 김정은의 권력장악력 차이다.

두 번째는 장성택 처형을 대외통신인 조선중앙 통신사를 통해 먼저 보도한 점이다. 다른 간부도 아닌 현 지도자의 고모부와 관련된 사안을 말이다. 이는 대외 보도를 통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려고 했던 의도적 행위로서 김정은에게도 일종의 공개 압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셋째는 정치국 확대회의 기구를 동원한 점이다. 북한에선 80년 6차 당대회 이후 김일성이 사망할 때 까지도 당 대회가 열리지 않았다. 사실상 김정일의 개인명령 지도체제로 운영 됐지 정치국 확대회의 형식도 필요치 않았다. 김정은 정권이 정치국 확대회의에 의존하는 것은 김정은의 유일 영도가 아니라 권력그룹의 영도를 의미한다. 이를 증명하듯 정치국 확대회의 사진에는 김정은의 절대적 유일영도가 없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사가 공개한 정치국회의 사진을 보면 회의 분위기를 노출시키듯 여러 명의 간부들이 동시에 손을 들거나 참석 자세들도 상당히 무질서하다. 객석 절반도 텅 비워있다. 이는 김정은의 유일영도에 그만큼 공백이 있다는 증거이다.

넷째는 장성택 제거 확대회의를 앞두고 김정은이 평양을 이탈하여 삼지연 지구를 시찰한 점이다. 김정일이라면 평양에서 장성택 세력의 소탕작전을 선두 지휘했을 것이고, 그 전에 벌써 장성택을 직접 호출하여 정치국회의 따위의 절차는 필요 없이 수갑을 채우고 말았을 것이다. 혹시 김정은과 장성택을 떼어놓기 위해 멀리 삼지연으로 옮겨 놓은 배후세력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다섯째는 판결문에서 장성택의 여성문제까지 공개한 것이다. 외부의 시각에서 보면 치졸한 처형방식이라고 비웃을 수 있겠지만 북한 주민들에겐 유례없는 충격이다. 김정일의 누이인 김경희가 그 정도로 무시되고 초라한 여자였는가? 12월의 정치국 확대회의는 그렇듯 감히 거론돼서도 안 될 수령 가문의 성역까지 침범하며 장성택의 흠집 내기에 최선을 다했다.

여섯 번째는 정치국 회의에서 김정은의 발언이 빠진 점이다. 조선중앙통신사 보도 문에는 첫 머리에 '김정은 동지께서 정치국 확대회의를 지도하시었다.'고 했다. 그러나 확대회의 과정이나 장성택 숙청을 결정하는 마지막 설명에서도 김정은에 대한 언급은 단 한마디도 없다. '위대한 지도자' 로 부터 시작하여 끝날 때도 반드시 '위대한 결론' 으로 끝을 맺어야 하는데 신격화의 시작만 있고 끝은 없었다.

일곱 번째로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서에서 ‘당의 조직적 의사’라는 표현을 강조한 점이다. 김정일의 선전 부는 '당의 조직적 의사 인 당의 노선과 정책'이라는 식으로 수령의 유일 영도가 생략된 당의 노선과 정책을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의 조직적 의사'란 표현은 전체적 관점에서 찬성과 투표를 할 때에만 주로 사용했는데 장성택 처형을 위해 수령의 의사가 아니라 ‘당의 조직적 의사’가 동원된 것이다. 설사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을 지시했어도 정말로 수령신격화의 충신들이라면 그 명분과 존엄부터 우선 계산할 줄 아는 이성의 집단이 됐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4일만에 장성택을 즉결 처형하고도 모자라 정당성의 대못을 박듯 전체 주민의 분노를 동원하여 부관참시했다.

북한은 수령만 세습되는 것이 아니라 특권층도 함께 세습된다. 오늘날의 당 조직지도부는 김정일의 동지들이다. 그들은 김정은의 권위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저들의 안정적인 권력과 명분을 정당화시켜 줄 김정일의 유훈 통치로 북한을 지배하려 할 뿐이며 따라서 김정은은 그 무리에 둘러싸인 수령연기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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