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학계, 북 대외선전자료만 봐선 안 돼

장진성∙탈북 작가
20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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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사망 20주기를 맞아 8일 북한 주민과 군 장병이 김일성 동상을 찾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일성 사망 20주기를 맞아 8일 북한 주민과 군 장병이 김일성 동상을 찾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장성택 처형을 주도한 세력이 당 조직지도부라는 분석 기사가 내가 운영하는 ‘뉴포커스’ 한글과 영문 홈페이지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고 난 뒤의 일이다. 지금까지 나온 분석 중 최고라는 칭찬이 있는 반면 최악이라는 비난도 거셌다.

기사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문제 삼은 건 ‘당 조직지도부가 실제적 권력’이라는 부분이었다.

북한은 수령 유일지도체제이고 그 권위로 3대째 세습을 이어가는 정권인데 어떻게 김정은이 권력 집단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느냐, 군부가 아니라 당 조직 지도부가 북한을 지배하는 실제적 권력이라는 분석은 북한에 대한 근본을 모르는 궤변이라는 거센 비판도 나왔다.

당 조직지도부란 실체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들의 주장은 아주 단호했다.

북한은 선군정치의 나라이고 최고 지도자가 국방위원회 위원장 직함을 갖고 있는 군부 체제인데 어떻게 당, 그것도 일개 당 조직지도부가 북한을 지배하냐는 주장을 내세웠다. 김정일은 당총비서였고, 그 전에 이념체제인 북한에서 유일 집권당은 노동당이라는 불변의 현실이 존재하는데도 말이다.

나는 그 때에야 북한의 공개자료만을 인정하는 북한학의 잘못된 관행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런 시각으로 본다면 북한에서 보이는 것은 전부 군부 뿐이다. 그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경제적인 자생능력이 없는 북한 정권이 체제 연명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오직 남한과 국제사회를 상대로 강한 북한을 보여주는 것, 좀 더 정확히 말한다면 벼랑끝 전술 차원에서의 군사적 협박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자면 부단히 군을 인위적으로 부각시켜야 하고, 미국과의 대화도 핵으로 협박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자. 북한의 군인들은 별을 달기 전에 조선노동당 당원이 되어야 하고, 군사훈련을 하기 전에 당 정책과 사상 훈련에 동원되고 있다.

또 현재 북한 군의 최고 대표자가 인민 무력부장이나 총참모장이 아니라 노동당의 정치적 위임을 받은 총 정치국장이라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그 뿐이 아니다. 북한 모든 기관과 분야, 심지어 시골에 있는 소학교의 당 위원회들도 크게 조직 부와 선전 부로 구성돼 있다. 조직부는 물리적 독재이며 선전부는 감성독재이다. 그 두 기둥 위에 안착된 북한을 정점에서, 당의 유일지도체제로 종합하는 부서가 다름아닌 김정일의 당 조직지도부였다. 그러한 당적 영도와 질서의 체제가 여전히 작동하는 게 북한의 내부 현실인데도 세계 북한학계는 오직 북한의 선군정치와 국방위원회라는 대외적 현상만 보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대외선전만을 보고 판단하는 순박한 세계가 된 셈이다.

나는 북한에 있을 때 외부세계가 왜 북한체제를 연장시키는 지원과 교류만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당 조직지도부의 실체는 물론 그 절대권한까지 부정하는 일부 학자들을 보면서 비로소 그 원인을 알게 됐다.

나는 그 원인이 북한이 국제사회를 상대로 전략화하는 대외선전자료만을 토대로 연구하는 북한 학 계의 제한적 접근과 관행 때문이라고 본다. 물론 과학적 물증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다는 건 일반적 상식이다. 하지만 북한은 그 어느 독재보다 폐쇄적이라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그 중대한 현실을 부정하면 북한학은 궁극적으로 북한 정권의 기만선전에 충실한 허위 학문밖에 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실제적인 북한과 외부 세계에서 본 가상의 북한, 세계에 존재하는 그 두 개 북한의 차이가 좁아질수록 거짓의 수령 신격화 역사와 이념으로 버티는 북한 정권의 입지도 그만큼 흔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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