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유자녀 기준원칙이 바뀌었다

장진성∙탈북 작가
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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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유자녀 교육기관인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의 창립을 기념하는 경축대회가 열리고 있다.
혁명 유자녀 교육기관인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의 창립을 기념하는 경축대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북한의 혁명유자녀 기준원칙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항일투사 자녀들의 간부승계 준비와 우대 차원에서 혁명1세대 가문의 후대만 입학권한을 가졌는데 현재는 김정일과 함께 당 건설을 주도한 현직 고위 간부들의 자녀들도 만경대혁명학원이나 강반석혁명학원을 갈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원래 여러분들도 다 아시다시피 혁명원의 기준은 혁명의 1세대, 즉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들로 한정돼 있었습니다. 어쩌면 김일성이 자기의 동지들에게 유일하게 해줄 수 있었던 정치적 특혜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여 남자원아는 만경대혁명학원, 여자원아는 강반석혁명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 외 김일성, 김정일이 특별히 이름을 언급하여 추천한 개별적 인물들의 자녀들도 특혜로 혁명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 들어와 그 혁명유자녀 입학원칙이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 김정일과 함께 후계 정치를 시작했던 김일성종합대학 동창생들을 중심으로 하는 60~70대 고위직들의 자녀들로 그 범위가 확대 됐습니다. 혁명1세대 가문의 후대가 많이 줄어들어 혁명학원 재적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혁명의 명맥을 잇는 차원이라고 하지만 그 목적보다 실은 김정일의 동지들인 현 북한 권력층의 정치적 지위를 굳히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북한 당 선전선동부가 내부적으로 "백두혈통"보다 김정일과 함께 정치를 시작했다는 의미의 "선군동지"를 더 강조한다고 합니다. 이미 당 내부 강연회들에선 "선군동지"들의 업적을 홍보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가만히 의미해보면 김정은보다 그를 둘러싼 권력층들의 업적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싶습니다. 혁명1세대의 충성심을 이어받아 김정일 동지께 절대 충성했던 선군동지들을 본받자는 것인데 어쩌면 그 말은 북한이 이념적으로 주장했던 항일전통의 의미가 이제는 많이 퇴색됐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듯싶습니다.

왜냐하면 그 선군정치가 오늘날 북한을 세계 최빈국으로 만든 중요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그것밖에 내세울 것이 없는 북한 정권이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김일성의 건국업적보다 나라를 부강시킨 "김정일애국주의"를 강조하면서 그 안에서 현 북한 권력층들의 충성심을 선전하는 것이 가긍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 '선군동지'들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인물은 이미 사망한 리제강 제1부부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 간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혁명1세대를 내세웠던 "오증흡처럼 살자!"는 구호가 앞으로 시간이 좀 지나면 "리제강처럼 살자!"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고 합니다.

그 통에 그 동안 상징적 혁명유자녀 학원이었던 만경대혁명학원의 지위가 최근 북한의 최고 간부양성기지로 급부상했다고 합니다. 김정일이 모든 실권을 장악하는 과정에 초기와 달리 만경대혁명학원은 사실상 속 빈 강정처럼 상징적인 혁명 양성기지로 추락했었습니다. 그 원인은 혁명학원 원 아들 대부분이 김일성의 빨치산 동지들 자녀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 세대와 그 후손들에게 권력을 의존할 경우 자기의 완벽한 유일지도체제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김정일이었고,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혁명전통을 강조했지만 대내적으로는 오히려 경계하고 차단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일은 빨치산 자녀들을 중앙당에 받지 말도록 못박았고, 그 탓에 당 조직지도부 내부 인사원칙에 꽉 막힌 만경대혁명학원 원아들은 무력부나 외무성, 내각과 같은 외곽 권력기관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김정일이 항일투사 자녀들 중 절대신임으로 챙겼던 사람들은 오극렬과 최룡해, 둘 뿐이었습니다. 김정일이 1964년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김평일과의 후계싸움에서 밀려나 당 선전선동부 지도원으로 배치 받았을 때 당시 권력층 자녀들 중 그 두 사람이 김정일의 위안이 돼 주고 정신적 동반자로 돼 주었던 그 인연 때문이었습니다. 그 두 사람마저 당 조직지도부와 같은 핵심부서가 아니라 오극렬은 당 작전부장, 최룡해는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위원장으로 밖에 두었던 김정일이었습니다.

그렇듯 항일전신을 이념수단으로만 활용하고 실제적 권력전통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김정일의 권력야심에 의해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은 북한 이념의 선전학원으로만 한정 돼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김정일의 동지들인 현 권력실세들의 후대들도 대거 입학하면서 혁명학원의 지위는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남자들은 만경대혁명학원, 여자들은 강반석혁명학원을 졸업하지 못하면 큰 간부가 못 된다는 인식이 권력층 안에서 고정관념으로 아예 고착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비로소 혁명학원이 권력학원으로 인정된 것입니다. 이는 수령세습보다 권력층 세습이 더 중요시되는 오늘의 북한 정권 내막이 그대로 노출된 변화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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