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도자는 “정은희”

장진성∙탈북 작가
2014-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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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대화공사를 마친 10월8일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현대화공사를 마친 10월8일공장을 현지지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북한 사람들은 자기들의 지도자를 김정은이 아니라 "정은희"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김정은 집권 초기 친구나 일가족 사이 대화할 때 "친애하는", "경애하는", "위대한"과 같은 공식 호칭은 빼고 “김정은” 이름만 불렀다고 합니다. "김정은 원수님"이라고 하면 그렇게 말한 사람을 오히려 이상하게 쳐다보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간부들끼리도 김정은, 혹은 정은이라고 부르며 과거에는 엄격한 불법이었던 수령걱정도 대놓고 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쌀 값이 오르거나 시장 통제가 심할 때마다 김정은을 ‘어린 놈’이라고 조롱했는데 나중엔 그것이 "정은희"로 발전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발음상 비슷해서만 아니라고 합니다. "정은희"라고 해야 그 이름 뒤에 여자를 비하하는 온갖 속된 욕설을 추가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그래야 남들의 의심을 피하면서도 가슴이 시원하게 속에 있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김정은은 북한에서 여자 이름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정운이라고 지었다면 지금 그가 세습한 최고사령관이나 당 제1비서, 국방위원회 위원장 따위에 도움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정은이라고 짓는 통에 그러지 않아도 여자 이름 같다고 트집을 잡는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뒷말이 돼 버린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김정일과 고영희는 아들보다 여자를 더 원했었나 싶습니다. 동거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은 김정남이고, 고영희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 애도 김정철이니 말입니다. 어쩌면 아들보다 예쁜 딸을 더 원해서 김정은이라는 여자 이름을 먼저 지어놓고 빌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끝내 김여정이란 딸을 낳긴 낳았지만 둘째 사내도 아닌 3남에, 그것도 여자 이름을 가진 김정은에게 세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김정일도 무척이나 초조했었나 봅니다.

최근 김정은은 세계 기네스 기록집에 올랐습니다. 최연소 대통령이라고 말입니다. 또 한 번 북한의 한심한 독재가 세계인의 웃음거리가 된 셈입니다. 북한 권력층도 그 점이 못내 부담스러운지 김정은의 나이 지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우선 차마 나이는 부풀리지 못하니 살찌우기로 체통을 채웠습니다. 사실 나이보다 그 비대한 살이 더 광대 같은 모습입니다. 세계인의 눈에는 북한의 대통령이 아니라 북한 비만의 대통령으로 보일 것입니다. 주민은 깡마른데 유독 뚱뚱하니 왜 그렇게 조롱하지 않겠습니까.

3대 세습의 지도자 권위를 비만으로 과시하는 김정은이어서 그 몸집에 어울리지 않게 북한을 스포츠강국으로 만든다고 역설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정은의 어린 나이를 감추는 또 다른 신격화의 비결은 할아버지, 아버지 흉내를 내는 인민복입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김정일의 위대한 소박함을 찬양한다며 "김정일의 단벌옷"이란 시를 썼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인민복 하나로 인민을 찾아간다고 말입니다. 사실 김정일이 잠바를 고집했던 이유는 키가 작아서였습니다. 하나의 색깔로 온 몸을 가려야지 넥타이가 보이게 양복을 입으면 몸 전체의 균형이 분산되면서 키가 더 작아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안에 방탄복을 입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자면 목까지 지퍼를 올릴 수 있는 잠바가 더 유용했었던 것입니다.

모름지기 김정은도 세습권력 이전에 방탄복부터 물려 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로부터 파마까지 계승하진 않았습니다. 아버지보다 더 옛날 사람인 할아버지 김일성의 '패기머리'를 모방했습니다. 김정은의 3대 세습은 북한을 21세기의 세계 최빈국으로 만들 작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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