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북 내각 중심제로 바꾸려 했다

장진성∙탈북 작가
2014-09-02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은 2013년 12월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2인자로 통하던 장성택에게 '국가전복음모죄'로 사형을 선고하고 곧바로 처형했다.
북한은 2013년 12월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2인자로 통하던 장성택에게 '국가전복음모죄'로 사형을 선고하고 곧바로 처형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13년 12월 13일 조선중앙통신사가 보도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 판결문에서는 “장성택은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직전에 이르면 내가 있던 부서와 모든 경제기관들을 내각에 집중시키고 총리를 하려고 했다.”면서 "장성택이 군사재판에서 쿠데타의 성사를 위해 군대를 장악하고, 새로운 정권을 세운 뒤 외국에 인정을 받는 일종의 ‘외세 편승’ 쿠데타를 도모했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장성택은 지금의 당 중심체제에서 내각 중심제로 북한 권력구조를 바꾸려 했고, 그렇게 작성된 편지를 판결문에서 외국이라고 명시한 중국 지도부 앞으로 보낸 죄 때문에 반당 반혁명분자로 몰려 즉결처형 당했습니다. 그렇다면 장성택은 왜 북한을 내각중심제로 바꾸려고 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수령유일지도체제 명목으로 북한의 현 권력을 꽉 잡고 있는 당 조직지도부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최룡해의 배신으로 그 편지 사본이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 물증으로 제시됐는데 4일동안의 국가안전보위부 예심에서 편지의도, 전달시기와 방법, 차후 중국과의 비공개 내통 등이 구체화됐습니다.

장성택은 중국 지도부 앞으로 보낸 편지에서 ‘김일성 동지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남조선보다 더 부유하고 강력한 나라로 건국하시고 발전시킨 것이다’면서 그 원인은 바로 김일성 동지께서 내각 수상직제의 내각체제로 국방을 우선으로 경공업과 농업을 다 같이 발전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의 당 중심 체제에선 사상 사업에 모두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건국 초기 북한의 노동당은 맑스-레닌주의의 소련 공산당의 유일적 지도와 영도를 받는 하부 ‘지역당’ 수준으로 머물러 있었고, 그래서 김일성 측근들도 대부분 내각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장성택은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서에 못 박은 것처럼 내각총리가 되어 김정은 체제에 도전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각중심제로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켜 김정은 정권을 더욱 안정시키는 방향에서 체제유지를 지향했던 것입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방식의 통일이 아니라 남북 분단 구조 속에서 북한이 경제개혁으로 체제유지의 독자적 힘을 키우고, 궁극적으로 남북 경쟁과 공존의 방식이 중국 지도부로부터도 환영을 받을 수 있다는 타산과 자신감에서 김정은도 허락해서 비밀리에 작성된 편지였습니다.

사실상 김정은이 공모한 ‘장성택 편지사건’의 비밀이 정치국 확대회의 밖으로 새어 상당수 중앙당 간부들 속에서는 이미 알려진 상태입니다.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박봉주 내각총리가 울면서 토론한 이유는 장성택이 편지에서 지적한 '권한 없는 내각'이 아니라 당의 위대한 영도 속에서 승승장구하는 내각을 역설하는 과정에 오열했습니다. 같은 연단에 섰던 당 선전비서 김기남은 노동당의 역사가 곧 위대한 수령의 역사였다는데 대한 토론을 했고, 리만건 평안북도 당 책임비서는 장성택이 신의주를 중국의 개방지역으로 넘기려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 예심과정에 편지내용은 이미 김정은도 동의하고 적극 밀어주었다는 발언을 반복한 것이 더 큰 문제가 되어 4일 만에 즉결 처형당했습니다. 현재 장성택 편지사건은 중앙당 간부들 속에서 1907년 고종이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 평화회의에 밀사를 보내 을사조약이 무효임을 주장하려다 사망한 헤이그 밀사사건으로 조심스럽게 통용될 정도입니다.

국가안전보위부가 정치국 확대회의 내용 유출자를 찾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게까지 소문나는 것은 앞으로 시간문제입니다. 만약 주민들이 그 소문을 거의 다 알게 될 정도가 되면 북한에는 '경제개혁을 시도했던 장성택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입니다. 또한 처음부터 함께 공모하고도 정작 고모부의 해임과 처형 앞에선 모르는 척 외면한 비겁한 김정은에 대한 조소와 경멸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믿습니다. 현재 중국과 북한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바로 그 편지 하나 때문에 장성택을 즉결처형한 북한 지도부의 쇄국적 잔인함에 분노해서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