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술 문화와 북한의 농태기

토론토-장소연 xallsl@rfa.org
20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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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결혼식장 테이블에 놓여진 와인잔들.
캐나다 결혼식장 테이블에 놓여진 와인잔들.
RFA PHOTO/장소연

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소연 기자가 전합니다.

지난 월요일은 이곳 캐나다에서 빅토리아 데이라고 여름의 시작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휴일 이었습니다.

이날은 지난 주 토요일부터 쉬는 긴 명절이라서 녹지 푸르른 공원에 사람들이 삼삼 오오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더없이 푸른 하늘에 떠오른 찬란한 태양을 쬐면서 휴식의 한때를 즐기는 사람들도 참 평화로운 모습이었답니다.

토론토 죠지 브라운 단과 대학에서 공부하는 탈북민 이범수씨도  이날에 함께 공부하던 캐나다 친구들과 함께 시내에 나와 거닐다가 자그마한 펍, 즉 맥주바에 들려 한잔 했는데요.

이씨는 알콜과 음료가 섞인 칵테일을, 다른 친구들은 생맥주 한잔씩 주문해서 마셨습니다.

사실 북한같으면 이런날에는 집에서 담근 고량주를 친구들과 같이 밤새 껏 고주망태로 마시고 노는 것이 었는데 캐나다에 와서 이씨의 음주 습관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웬만해서 도수가 높은 독한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대개 맥주나 와인 등 한 두잔 정도로 충분하고 안주는 치즈, 마른 과일, 마른 소고기 등으로 간단합니다.

사실 캐나다는 음주를 범죄와 많이 연관 시키기때문에 음주 단속이 심합니다.

캐나다에서 인기있는 오렌지 칵테일
캐나다에서 인기있는 오렌지 칵테일 RFA PHOTO / 장소연

술은 꼭 실내에서만 해야하고 절대로 밖에서는 마실수 없습니다. 심지어 차안에서도 마실수 없는데요. 차안에서 술병의 마개를 연것이 발견 되면 바로 경찰의 조사를 받습니다.

캐나다에서는 술 사는 것부터 엄격한데요. 꼭 지정된 술파는 곳인 LCBO 나 BEER Store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요즘은 조금 느슨해져서 일부 마켓에서도 조금 팔고 있습니다.

판매원은 술 사는 사람이 조금 어려보이거나 하면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또 고객이 너무 많은 주류를 한꺼번에 사거나, 너무 자주 주류를 구입한다고 판단이 되면 판매를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자신이 술 주정배로 인식되는 것을 몹시 부끄러워 하고 술을 많이 마신다 하더라도 사람들앞에서는 조심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래서 캐나다에서 아무리 오래 살아도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는 사람은 절대 볼 수가 없습니다.

이범수씨도 캐나다에 와서 처음 보는 세계 각국의 술들을 마음대로 살수 있어서 너무 신기했는데요. 김정일이 즐겨 마신다는 헤네시 코냑도 사서 마셔보고 영국의 위스키, 일본의 사케, 멕시코의 데킬라, 프랑스의 브랜디 등 거의 빠짐없이 사서 마셨다고 합니다.

맥주도 프랑스, 영국, 호주, 뉴질랜드, 독일, 이태리 등 각국의 맥주를 거의 다  한번씩은 사서 먹어보았는데요.

사실 언제나 마시고 싶으면 가서 살수 있으니 지금은 캐나다 사람들처럼 여유롭게 도수도 높지 않은 맥주나 술로 자유롭게 즐기면서 마시고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은 한국마트에 가서 마른 명태를 사서 한국 소주와 함께 고향의 향수를 달래기도 한다는데요.

사실 북한에서 술을 마실 때는 즐긴다는 것 보다도 스트레스를 풀고 꼭 취해서 현실생활을 잊고 싶은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술 종류가 크게 세가지로 나뉘는데요.  브랜드 이름이나 술의 특징에 따라서가 아니라 누구를 위해 만들어지는 가로 나뉘어집니다.

하나는 국가기관, 당 기관에서 생산하는 술인데요. 이는 평양의 룡성맥주공장, 평성시 봉학맥주공장, 양덕군의 뱀술, 량강도의 들쭉술, 개성시의 인삼술 같은 것이고, 또한 정치범수용소에서 죄인들에 의해 생산되는 술도 또한 최고급의 술로 주로 간부들에게만 돌아갑니다.

또한 각 지방의 식료공장에서 생산하는 술은 대개 북한의 명절, 즉 김일성, 김정일의 명절이나 당 창건기념일 등에 주민들에게 나눠주는 술인데요.  이런 술을 주민들은 공장술이라고 합니다.  주로 이런 술들은 원래 강냉이로 만들었으나 강냉이도 술만들기에 귀해져서 도토리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주민들에게 최고로 인기있는  대중적인 술은 바로 밀주인데요.  주민들이 가정에서 직접 술을 담그어 자신들도 마시고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 이제는 보편화 되어 있습니다.

지금은 거의 매 가정집에서 술을 담그지 않은 집이 없을 정도로 이 밀주는 대중화 되어 있는데요. 이런것을 사람들은 “민주”,”농태기”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또한 술을 만들고 난 찌꺼기는 좀 잘사는 집에서는 돼지에게 먹이고 그나마 먹을 것이 없는 사람들은 이 찌꺼기를 싼 값에 사서 먹고 살아가는데요. 알콜이 섞인 이 모주를 아이들이 먹는 것도 일상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사실 음주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요. 명절이 되면 술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때는 “사람이 술을 먹고, 술이 술을 먹고,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한 유명한 영화의 대사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삶의 낙이 없는 일반 주민들에게 술은 일상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명약이나 같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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