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탈북여성의 장례식

토론톤-장소연 xallsl@rfa.org
201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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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 놀스욕에 자리한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이 탈북민 이지수 고인에게 명복을 빌고 있다.
토론토 놀스욕에 자리한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이 탈북민 이지수 고인에게 명복을 빌고 있다.
RFA PHOTO/장소연

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캐나다 토론토에서 장소연 기자가 전합니다.

지난 16일 토론토 놀스욕에 자리한 한 장례식장, 조용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사람들이 앞으로 나아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묵도합니다.

고인은 안타깝게도 올해 35살인 함경남도 고원이 고향인 이지수씨인데요. 오랫동안 앓은 폐결핵으로 결국 북한도 남한도 아닌 이곳 이국땅 캐나다에서 세상을 하직했습니다. 멀리 부모형제를 두고 아직 창창한 젊은 나이에 슬하에 둔 5살 짜리 딸을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 찾는 사람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는데요.

이곳에 일가친척하나 없는 그였지만 이날 장례식에는 그가 다니던 영락교회 교인들과 캐나다의 탈북민들을 비롯해 50여명의 문상객이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이지수씨가 다니던 토론토 영락교회 송민호 목사가 고인의 삶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송민호 목사: “지수자매는 6년전 저의 교회에 처음 왔을 때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한쪽 폐는 폐결핵을 앓으면서 없어졌고 다른 한쪽 폐도 20퍼센트만 활동하는 그러한 상태였지만 겉으로는 일상생활을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폐이식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었다고 하는데요, 이스라엘 민족과 같이 우리민족도 다른 나라로 흩어진 디아스포라 민족입니다. 그것은 지수씨의 삶도 마찬가지 입니다. 김일성 우상으로 가득한 북한땅을 떠나서 하나님을 전혀 모르는 삶을 살았던 한 10대의 소녀가 그 땅을 탈출해서 다른 나라로 떠났습니다. 북한을 탈출하여 중국으로 가서 살다가 다시 한국에 오게 되었고 거기서 또 캐나다로 오게 됩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병상에 있으면서 가족도 없이 홀로였지만 그에게는 영락교회 교인들을 비롯해 늘 돌봐주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캐나다의 선진적인 의료기술과 사회복지로 지수씨는 돈 한푼 안내고 여러해동안 치료생활을 계속할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직 폐이식을 해야만 살수 있는 상황에서 이미 지수씨의 상태는 폐를 이식하기에는 너무 때가 늦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북한을 떠나 이곳 캐나다까지 많은 고생을 하고 살아온 너무도 짧은 생이지만 지수씨는 아주 평화롭게 그의 임종을 맞았다고 합니다.

송민호 목사: “지난 주 목요일 마지만 임종예배를 드릴때에 자신이 바로 전날 꾼 꿈이야기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정사진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데 그것이 사라지면서 여러 십자가가 보였고 자신의 십자가가 너무나 밝게 보였다는 것입니다.”

이날 장례식에 참가한 탈북민 권효진씨는 생전에 고인을 한번도 본 일 이 없지만 이렇게 타국땅에서 홀로 세상떠난 것이 남의 일같지 않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권효진: 황장엽씨가 죽었을 때 보고 처음이예요. 그때 가족의 품을 떠나서 사는 것이 너무 가슴아프더라구요. 외롭잖아요. 우리가 힘을 내서 이제 누가 아프다면 달려가야 해요. 다른 것은 못해도, 살았을 때는 다 낙이잖아요. 아플때 문병한번도 못해본것이 참 미안해요.

권효진씨는 관에 누워있는 고인의 모습을 보면서 금수산 기념궁전에 있는 김일성의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병원이 아닌 따로 장례를 치르는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데 이런 곳은 항상 아름다운 꽃들로 장식되어 있어 밖에서 봐도 그 어느곳 보다 참 아름답게 꾸며져 있습니다.

장례를 치르는 날에는 문상객들은 관에 누워있는 고인을 직접 볼수 있는데 곱게 화장을 하고 평상시와 다름없이 옷을 입고 누워있는 모습은 마치 잠을 자는 듯이 보입니다. 그리고 윷칠을 한 아름다운 관이 꽃들로 장식되어 있고 마치 죽음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로 가는 느낌이 듭니다.

무덤도 한국처럼 봉분을 하는 것이 아닌 평평하게 하고 고인을 알수있는 비석을 세우는 것이 전부 입니다. 요즈음은 화장도 많이 하는데요. 가끔 시내에서 아름답게 꾸며진 공원이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공동묘지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혀 무서운 생각이 들지도 않고 바로 사람들이 사는 동네와 잇닿아 있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공원에 와서 묘지를 돌면서 산책하기도 합니다.

권효진씨는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 관에 누워있는 고인을 보면서 비록 북한을 떠나 이곳에서 부모형제하나없이 외롭게 가지만 북한에서 김일성많큼이나 대접받은 장례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비록 35살의 짧은 생이었지만 북한에서 자유를 찾기 위해 탈북해 이곳 캐나다까지, 그의 영혼이 이제 하늘나라에서 영원한 평안을 얻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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