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성은 60부터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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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중장년과 노인들의 고용 확대를 위한 '2016 중장년 &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 모습.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중장년과 노인들의 고용 확대를 위한 '2016 중장년 & 시니어 일자리 박람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선 가정형편 등으로 공부할 때를 놓친 어르신들이 뒤늦게 공부해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치고 대학교에 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손주 뻘과 학교생활을 해야 하니 물론 용기는 필요하죠.

하지만 늦게라도 평생 원하던 공부를 하고 학위를 따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이 크다고 하는데요.

탈북자 분들 중에도 북한에선 생각할 수도 없었던 공부와 일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자신이 무엇을, 또 얼마나 원하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노후를 살아가는 데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평생 해오던 일을 그만두고 나면 노년에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은데, 요즘 북한에서 오신 분들뿐 아니라 은퇴한 남한의 어르신들을 봐도 택배업무나 경비, 주차관리, 요양보호사 등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이지만 당당하게 해내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탈북 어르신들이 젊은이들보다는 낯선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서 도전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을 하려면 어떤 얘기가 도움이 될까요?

마순희: 낯선 자본주의 사회를 처음 접하는 두려움이나 주저감은 젊은이들이나 어르신들이나 다 비슷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르신들은 역시 살아온 세월이 있어서 더 지혜롭기도 하고 잘 적응하시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제가 위에서 이야기한 사례들에는 전문직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는데요. 사실 50이 넘어서 한국에 오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무엇을 하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걱정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제가 50대 초반에 한국에 온 한 여성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제가 60살이 되었을 때 즉 국립의료원 북한이탈주민상담실에서 팀장으로 일할 때 이야기입니다. 하나원을 수료하고 하나센터에서 거주지 적응교육을 받을 때 우리 국립의료원이 반드시 방문하는 곳으로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건강상의 문제도 있고 의료기관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등을 직접 체험하게 하는 거죠. 저는 그 교육생들에게 국립의료원에 대한 소개와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방법 등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또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제 이야기를 사례를 들어가면서 이야기해주군 하거든요. 저의 간단한 강의가 끝나자 교육생들 중에서는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한 여성이 저를 찾았습니다. 사실은 하나원에서 젊은 사람들은 다 어느 대학에 가겠다, 대기업에 가겠다고 희망에 부풀어 있었는데 자기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많이 우울해 있었답니다.

그래서 요양보호사나 해볼까 아니면 식당에서 일할까 걱정했었는데, 팀장님의 강의를 듣고 보니 희망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팀장님은 저보다 나이도 많고 북한에서 대학도 못 나오고 노동자로 일하다가 왔는데도 이렇게 대학도 다니고 국립의료원 같은 멋진 곳에서 팀장으로 당당하게 근무하시는데 저는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저는 팀장님보다 나이도 젊고 북한에서 대학도 나왔고 교원으로 일하던 사람인데 아무려면 팀장님만큼 못 하겠는가고 하는 겁니다. 자기는 오늘 방문을 통해서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면서 앞으로 자기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지켜봐 달라면서 연락처도 남겼습니다.

이예진: 굉장히 당차시네요.

마순희: 네. 그래서 저도 그 여성이 항상 관심이 되었고 좋은 정보라도 있으면 언제나 제일 먼저 알려주게 되고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 지금 거의 6-7년이 지나다 보니 역시 그 여성분이 무섭게 발전했지요. 북한교사 출신이라 탈북학생들을 위한 학교의 코디네이터라는 선생으로 열심히 근무하더니 지금은 지방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음악학원도 세웠거든요. 얼마 전에는 학원생이 많아서 학원을 넓혀야겠다는 소식도 전해왔습니다. 이 여성뿐 아니라 50이 훨씬 지나서 대한민국에 왔더라도 여기서 대학을 나오고 전문가로 일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양천구에서 가정상담실을 꾸리고 열심히 사업하시는 분도 60대 중반의 여성이고, 70대에도 건강하게 회사생활을 하시는 분도 저희들 주위에 살고 계십니다. 저도 나이 60살이 넘어서 시작한 4년간의 대학공부를 마치고 지금도 열심히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는데 그러고 보면 역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 탈북 고령자들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제2의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예진: 오래, 즐겁게 일을 하려면 취업은 적성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런데 탈북자 분들의 취업에 대해 얘기를 하다 보면 결국 돈을 많이 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탈북자 분들은 남한 사회에서 나고 자란 게 아니어서 적성을 찾는 시간이 부족한 게 사실인데요. ‘돈과 적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에게 어떤 우선순위를 두라고 조언하면 좋을까요?

마순희: 물론 살다 보면 돈도 중요하고 적성도 중요합니다.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우열을 가릴 수는 없겠지만 항상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일생을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제한 때문에 자신의 생각과 자신의 요구를 외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는 부모님 때문에, 누구는 형제 때문에, 누구는 자식 때문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 역시 북한체제에서는 출신 성분이 안 좋아서 그렇게 하고 싶었던 대학공부도 할 수 없었고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모든 고리를 끊고 대한민국에서 제2의 인생을 살잖아요. 어찌 보면 특혜를 가진 복 받은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남은 인생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탈북 고령자 분들은 이제라도 자신의 인생을 찾기를 기원합니다.

자신의 적성을 찾아서 혹은 돈을 위해서 일하시더라도, 어떤 일이든 그 일만의 매력이 있고 보람이 있는 법입니다. 생활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운 마음으로 일한다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덜 힘들고 보람도, 긍지도 더 높을 것입니다. 집에서 혼자 TV를 보거나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기보다 건강만 허락한다면, 육체적 혹은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일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덤으로 돈까지 챙길 수 있으니 아마도 일석이조, 아니 일석삼조가 아닐까요? 혹은 그렇게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었던 분야를 마음껏 배우시든가, 세계 어느 나라라도 여행증이 없이도 자유로이 갈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고 싶었던 곳들을 여행하실 수 있고 모든 것이 본인이 마음먹기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하루하루가 모여서 인생이 된답니다. 어떤 일을 하시던 무엇을 배우시던 여행을 하시던 우리 탈북 어르신들의 하루하루가 즐겁고 유익한 날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예진: 선생님 말씀 듣고 보니 적성, 그러니까 나에게 맞는 일이나 취미활동을 찾는 것에 나이제한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100세 시대답게 어르신들의 노후생활이 점점 더 중요시되고 있죠. 우리 탈북 어르신들도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어떤 일이든, 취미활동이든 한 번 도전해보셨으면 좋겠네요.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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