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도 바쁜 가정의 달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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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어린이날 경축행사 모습.
1979년 어린이날 경축행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힘든 순간, 사랑하는 사람, 특히 가족의 얼굴이 떠오르는 경우가 많죠.

힘든 순간만큼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는 순간이 바로 행복한 땝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이 자주 떠오른다고 하는데요.

특히 가정의 달로 불리는 5월, 탈북자들은 혼자만 행복한 것 같아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유독 미안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의 5월은 어떤 모습일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한국에서 5월은 가정의 달이라고 할 만큼 가족과 함께 하는 기념일이 많죠. 특히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다 쉬는 날이라 가족과 함께 근사한 외식부터 해외여행까지 특별한 계획 있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선생님은 연휴동안 어떻게 보내셨나요?

마순희: 말씀하신 것처럼 정말 5월은 가정의 달이다보니 가정에 관한 행사나 기념일이 많은 달이지요. 다른 가정들처럼 저희도 분주하고 또 즐거운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라고 북한에서도 5.1절이라고 기념하는 명절입니다. 5월 3일은 부처님 오신 날이니까 불교행사가 많은데 불교인 대한조계종 산하의 ‘좋은 벗들’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저희가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을 때에 문화탐방으로 인연을 맺었었는데 그러다보니 해마다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 통일체육축전을 한답니다. 1년에 한 번씩 모이는 거라 그 운동회에 가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하나원 동기나 영사관 동기들도 만나고 한 고향 식구들도 만나는 만남의 장소로도 된답니다.

이예진: 중국의 영사관에서 만났던 분들을 말하는 거죠?

마순희: 네. 그리고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1년에 한번 열리는 교회운동회가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교회 식구들이 모두 모여서 달리기도 하고 발야구도 하고 물 풍선을 이고 달리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게다가 푸짐한 상품과 추첨행사까지 있어서 돌아갈 때에는 모두 한 가득 선물을 안고 돌아가기도 했답니다. 저희 고향에서 온 50대의 한 여성이 창원에서 음악학원을 하고 있는데 카톡, 그러니까 손전화로 통보문하는 것과 비슷한, 대화를 나누는 인터넷 소통 공간이죠. 그 카톡을 보니 일본사진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혹시 일본 갔나 하고 전화해 보았더니 전화는 안 받고 카톡으로 문자가 왔어요. 딸이랑 함께 연휴에 일본여행을 갔는데 내일쯤 돌아갈 거니까 그 때 통화하자고 말입니다.

이예진: 국제전화비가 나오니까 그렇군요.

마순희: 네. 저도 몇 년 전에 일본여행을 다녀왔지만 참 사진들을 보니까 그 때 생각도 새록새록 되살아나더라고요. 저는 이번 연휴에 손녀들과 둘째딸네 집에 가서 1박 2일, 또 양천구에 있는 저의 집에 와서 1박2일 함께 모여서 즐겼답니다. 둘째딸네가 사는 데가 강남에 살고 있다 보니 손녀들이랑 함께 쇼핑도 하고 애들이 좋아하는 스테이크, 햄버거, 피자, 치킨 등 북한에선 이름도 생소할 맛있는 음식들도 먹고 새로 개봉한 영화도 보았답니다. 애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로 ‘임금님의 사건수첩’이라는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도 재미있었지만 영화 보며 먹는 간식거리, 팝콘과 콜라를 먹는 재미를 더 즐기는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5월 8일은 어버이 날이라고 자식들이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면서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는 날이라고 하잖아요. 어린이집에서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직접 종이로 꽃을 만들어 부모님께 달아드리도록 가르치고 있고 좀 큰 애들은 받은 용돈을 모아서 부모님을 위한 선물을 마련하기도 하더군요. 저도 자식들이 효를 상징하는 카네이션 꽃바구니도, 가슴에 꽃도 달아주고 용돈도 받고 참 고맙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더라고요. 그래도 딸들이 부모님 생각이나 북한에 두고 온 언니나 오빠들 생각이 더 간절할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 해서 평소에 가깝게 지내는 언니들 중에 혼자 계시는 분들을 같이 초대해주었습니다. 충정로 쪽의 한식집에 오라고 해서 친구랑 같이 갔더니 딸 이름으로 이미 예약을 해놓았더군요. 분위기 좋은 한식집에서 빨간 카네이션도 가슴에 달아주고, 사진도 찍어 주고 맛있는 한식도 즐기고, 친구인 언니는 어버이날 혼자가 아니어서 너무 행복하다고 하면서 외국에 있는 자식들과 영상통화도 하면서 행복해 하셨습니다.

이예진: 이렇게 탈북하신 분들은 명절이나 요즘처럼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때가 되면 여러 가지 면에서 마음이 어수선할 것 같아요.

마순희: 맞습니다. 가족과 함께 왔어도 두고 온 고향 생각에 마음이 아프기는 매 한가지인 것 같습니다. 저도 딸 셋은 데리고 왔지만 고향에 계시는 오빠와 언니, 그리고 조카들과 여러 친척들 생각이 언제나 마음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그래도 혼자오신 분들 앞에서는 그런 내색도 못하지요. 딸들이라도 함께 오다보니 혼자오신 분들은 많이들 부러워하거든요. 어버이 날이라고 자식들이 찾아오고 함께 놀려가고 할 때면 그 분들은 두고 온 자식들 생각에 전화하다가도 울먹이시기도 합니다. 제가 늘 친언니처럼 지내고 있는 언니들 중에는 자식들을 모두 북한에 두고 돈 벌어온다고 중국에 나왔다가 한국에 오신 분들이 여럿입니다. 가끔 그 나이에도 돈을 벌어서 자식들에게 보내기도 합니다만 보고 싶은 마음이 오죽하겠습니까?

한 언니는 중국에 계실 때 자식들에게서 기별이 왔었는데 이미 죽은 사람으로 되어 있다고 돌아오면 자식들에게 오히려 피해가 가니 아무데서라도 편하게 지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가지고 나가려고 사 놓았던 물건들만 인편에 내보내고 아예 한국으로 와 버렸다고 합니다. 그 언니는 ‘빨리 통일이 되어야 헤어진 식구들 만날 수 있겠는데’ 하시면서 늘 식구들 생각을 하면서 사신답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비록 혼자 오셨지만 좋으신 분을 만나서 여기서도 행복하게 잘 살고 계시니까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예진: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셨군요.

마순희: 네. 그런 분들은 두 분이서 여행을 많이 다니시는데 혼자 사시는 분들은 교회나 복지관 그리고 민간단체들에서 함께 꽃구경도 가시고 민속촌 같은 곳으로 체험 관광도 가시고 하여튼 명절이면 더 즐겁게들 살고 계신답니다.

이예진: 남한 가정에서 하는 것처럼 가정의 달, 그리고 명절을 잘 즐기고 계시네요. 하지만 이렇게 지금의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까지 탈북과정부터 우여곡절이 많다고 합니다.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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