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심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5-25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북한이탈주민 합동결혼식 모습.
북한이탈주민 합동결혼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는 2년 전까지만 해도 배우자가 있는데 외도를 하면 그 배우자와 상대방이 모두 형사 처벌을 받았습니다.

간통죄가 폐지된 지금도 불륜과 외도는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죠.

그런데 탈북자들 중에는 배우자가 둘인 사람들이 간혹 있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배우자가 둘이 될 수밖에 없었던 탈북자들의 사연을 들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 중에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북한의 가족들을 데려오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런 마음을 먹고 북한을 탈출했는데, 자신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긴 거죠. 탈북 과정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과 가정을 꾸리는 분들도 계시다면서요?

마순희: 네 며칠 전에 70대의 한 어르신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정착지원제도에 대해 잘 모르기에 하나원에서 교육생으로 교육받고 있는 아들의 전화를 받고도 제대로 답변해 줄 수 없었다고 걱정하니까 아는 분이 제 연락처를 주면서 한 번 물어보라고 해서 전화를 한다는 겁니다. 다름 아니라 하나원에서의 주택배정 문제에 대해서 물어보셨는데요. 내용인즉 금년 초에 아들이 탈북해서 지금 하나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데요. 북한에는 처와 세 자녀가 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뭔가 일이 잘못되어서 도망치지 않을 수 없어 가족에게도 알리지 못하고 혼자서 압록강을 건너 중국으로 왔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는 과정에 함께 탈북해서 한국까지 동행한 여성이 있는데 서로 눈이 맞았다고 해야 할까요. 죽어도 같이 살아야겠다고 부부라고 조사를 받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주택이 한 세대로 하나만 배정이 된다고 하더랍니다. 후에 가족이 나오면 또 새로 주택을 받으면 되기에 굳이 독신으로 작은집을 받지 말고 온 가족이 함께 큰 집을 받아도 된다고 했다는 겁니다. 만일 각각 주택을 받았다가 한 집을 비우고 살지 않으면 여러 가지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에 하나만 받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어떻게 했으면 좋을지 물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뭔가 잘못 이해한 것은 아닌지 잘 알아보라고 했습니다.

국정원 조사라는 것을 이미 받아봐서 잘 아는데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과정을 사실대로 다 이야기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몇 개월 전까지 함께 살던 가족이 북한에 버젓이 있는데, 오며가며 몇 개월 만난 사이를 정상적인 가정이라고 인정하고 주택을 하나만 준다는 것은 말도 안 되거든요. 아마도 그 아들이 새로 만난 여성과 함께 살 마음으로 가족이라고 거짓 진술을 했든가 아니면 아무리 부모에게라도 조강지처를 버리고 다른 여성과 살겠다는 말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 핑계 삼아 주택이 하나만 나와서 산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잘 알아보시라고 조언해드렸습니다.

아들 말로는 하나원만 나오면 가족을 데려오겠다고 한다는데, 그러면 지금 살겠다는 여성은 뭐가 되고, 남편 찾아 목숨 걸고 찾아올 조강지처는 또 뭐가 되겠습니까? 아무리 외로워도 도움을 받아도 아닌 것은 아닌 겁니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했던가요? 복잡한 인간관계로 가뜩이나 쉽지 않은 한국정착에 마음고생까지 덧붙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이예진: 사실 탈북 후 한국에 오면 북한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았는지, 이혼을 하고 온 건지 확인할 수 없어서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게 좀 복잡할 것 같아요.

마순희: 간혹 그럴 수도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알건 대는 거짓말은 거의 통하지 않는답니다. 작정하고 숨기려 해도 국정원 조사가 만만치 않은 거랍니다. 거짓말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는데도 하도 세월이 오래 지났으니 헷갈려 조사가 길어지기도 하는데 하물며 거짓말을 한다면 정말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탈북자들이 한국에 가족이 함께 나오지 못하고 혼자서만 왔을 때에도 북한에서의 혼인관계가 그대로 유지되어 있습니다. 그러기에 한국에 와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려고 할 때에는 서류상 이혼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그런 사례들이 참 많습니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40대의 한 여성의 사례인데요. 고난의 행군으로 생활이 아주 어려웠을 때 중국에 있는 친척의 도움을 받으려고 두만강을 건넜답니다. 그러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다시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숨어살다가 한국에 입국한지 5년 정도 됐다고 합니다. 그동안 북한에 두고 온 가족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찾을 길이 없었습니다. 이미 죽었다는 말도 있었대요. 그래서 회사생활을 하던 그 여성은 마음에 맞는 배우자를 만나서 새 출발을 해야 하는데 혼인관계증명서에는 여전히 북한의 남편이 올라 있기에 혼인등기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혼절차를 문의해 왔었는데요. 그런 사례들이 참 많습니다.

이예진: 북한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안 닿은 채로 오래 되면 서류를 정리하고 여기에서 새로운 분을 만나고 싶은 분들이 많다는 거죠.

마순희: 네. 그럴 때에는 통일부에서 재북 배우자의 보호결정여부에 관한 증명서를 발급받아서 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신청해야 합니다. 즉 배우자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통일부장관의 증명서류인 셈입니다. 이혼소송은 상대방이 있으면 서로 합의해서 이혼하거나 어느 일방이 이혼을 승인하지 않으면 재판상 이혼으로 가야 합니다. 재판상 이혼일 때에는 반드시 상대방에게 이혼사유서를 보내서 알게 하는, 즉 인지의 의무가 있거든요. 그런데 북한에 있는 배우자에게 실제로는 알릴 방법이 없습니다. 탈북자들인 경우에는 상대 배우자가 한국에 없기 때문에 공시송달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이혼사유를 법원 홈페이지 등에 공개합니다. 그리고 2개월 이상 기다린 후 이의가 없으면 이혼판결을 받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 혼인등기를 할 수 없는, 즉 중혼이 되기 때문에 혼인등기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배우자와의 이혼은 일반 이혼이 지방법원들에서도 할 수 있는 것과 달리 국제결혼이나 이혼처럼 반드시 서울의 가정법원에서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지방에 사는 분들도 이 부분을 해결하려면 서울에 올라와야 하는군요.

마순희: 네. 그렇죠.

이예진: 그런데 가끔은 북한에 남겨졌던 배우자가 탈북해 한국에 와서 자신의 배우자를 찾는 가슴아픈 경우도 있잖아요. 이미 다른 사람과 가정을 꾸린 것도 모르고 말이죠.

마순희: 간혹 가다가 그런 사례들도 있더라고요. 그래도 조강지처가 오면 자리를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쨌든 이것 역시 분단과 탈북의 현실이 빚어내는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하나원에서 함께 생활하던 친구가 있었는데요. 50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그 남성은 하나원 시기 같은 기수에서 생활하던 여성분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하나원 나올 때에는 두 분 다 강서구에 집을 받았었지요. 아직 정식 결혼한 사이는 아니고 그냥 가끔씩 동거하면서 서로를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성은 일용직으로 일하다보니 한 주일에 한 번 정도 집에 오군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지 몰래 나가서 전화를 받고 문자도 받고는 지워버리는 등 이상한 행동들을 하기 시작하더랍니다. 그래서 가정불화가 생기게 되고 각자가 따로 따로 제가 받은 집에서 살았는데 알고 보니 중국에서 몇 년 함께 살던 여성이 한국으로 취업비자로 왔다는 겁니다. 차라리 처음에 그런 사정이 있으면 솔직히 터놓고 이야기하면 그런 사정을 이해 못 할 것도 아닌데 괜히 서로 오해하고 원수처럼 지냈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그 남성은 조선족 여성과 살고 있고 우리 친구는 북한에서 아들을 데려와서 잘 살고 있답니다.

이예진: 이런 문제들이 선생님 말씀처럼 분단과 탈북이 빚어낸 비극이라 누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참 안타깝네요. 그런데 부부가 한국에 같이 와서 이혼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