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과 졸혼 사이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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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이혼에 관한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Tomorrow Morning)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극 중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결혼과 이혼에 관한 뮤지컬 '투모로우 모닝'(Tomorrow Morning)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극 중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 번 시집가면 그 집 귀신이 되어야 한다는 말, 청취자 여러분도 들어보셨죠?

최근 북한에서는 전통적인 결혼관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젊은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한국에선 더합니다.

흔친 않지만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바로 이혼을 하는 부부도 있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이혼에 대한 탈북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탈북해서 가족을 데려오려고 했는데 탈북과정에서 만난 사람과 사랑에 빠져 상황이 복잡해진 탈북자들의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그런데 부부가 같이 탈북했다가 한국에 와서 이혼하는 경우들도 좀 있죠?

마순희: 안타깝지만 그런 사례들이 많습니다. 저희 아파트에도 그런 분들이 두 쌍이나 있거든요. 물론 지금 한국에서도 이혼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특히 20년 이상 살아 온 부부의 이혼율이 1995년에 8. 2%에서 2015년에는 29. 9%로 늘었다는 놀라운 통계가 있었습니다. 우리 탈북자들의 경우에도 다르지 않은데요. 사실 목숨을 건 어려움을 이겨내고 함께 한국에 왔으면 더 잘 살아야 한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고 또 실제로 그런 부부들이 많기는 하지만 간혹 이혼하는 분들도 적지 않아서 안타까운 마음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는 생계비나 그 어떤 복지서비스 때문에 위장 이혼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거든요.

이예진: 지원금을 더 받기 위해서 그랬다는 거죠.

마순희: 네. 그런데 위장으로 이혼을 해도 정식 이혼이 되더라고요. 또 젊은이들 뿐 아니라 나이 드신 어르신들도 예외는 아니더군요. 제가 사는 동네에도 북한에서 남편은 당 일꾼이었고 여성은 교원이었던 부부가 있었습니다. 두 아들도 장성해서 장가도 갔고요. 이 분들이 한국에 와서 서로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이혼을 하고 남편은 조선족 여성이랑 재결합해서 살고 처는 혼자 살면서 손자, 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는 손자들도 보면서 지내고 있는데 가끔 만나면 지금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평생을 남편의 눈치만 보면서 시중만 하다가 혼자 사니 얼마나 편한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요즘엔 이혼이 그리 큰 문제가 되지도 않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졸혼도 유행이잖아요. 혼인을 졸업한다는 뜻이라네요. 법적인 관계는 그대로 두고 서로 간섭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따로 사는 것입니다. 유명 배우들도 졸혼을 선호해서 실제로 실행하고 있었는데요. 한번 뿐인 인생인데 내 마음대로 한번쯤은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는 곳마다 식당이고 상점도 있고 혼자 사는 분들을 위한 음식들과 식품들도 많이 나오다보니 별로 불편할 것도 없을 것 같기는 하더라고요. 물론 재산, 상속, 자녀문제, 이성문제 등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지만 그보다 따로 사는 것이 주는 편함이 더 크기에 졸혼을 선택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예진: 북한이나 남한이나 여성분들이 가정을 이룰 때 더 희생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졸혼하면 여성분들이 그렇게 편하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사실 부부마다 원인이야 다양하겠지만 함께 어렵게 탈북해서 한국에서 살다가 이혼하는 경우, 어떤 이유들이 좀 있을까요?

마순희: 사실 북한에서는 저희가 살 때만 하더라도 이혼이 성행하지는 않았기에 이혼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이혼하면 큰일이라도 난 듯이 야단을 했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도저히 함께 살수 없을 정도로 부부사이가 악화되었는데도 친정이나 시댁식구들이 알세라 겉으로는 그냥 아무 일도 없는 듯이 살아야 했거든요. 한국에서는 그런 부부를 쇼윈도 부부라고 하더라고요.

이예진: 네. 겉으로 보기에 잘 사는 것처럼 사는 부부들을 말하죠.

마순희: 사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인데 서로 성격이 맞지 않고 아무리 노력해도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사이라면 차라리 서로 깨끗하게 갈라지는 것이 서로를 위해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어쩔 수 없이 힘들어도 그냥 살아왔지만 한국에 와서 이렇게 자유롭고 활기찬 세상에서 내가 능력만 있으면 남자가 없어도, 혹은 여자가 없어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굳이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북한에서 살던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북한은 그래도 가부장적인 데가 많았고 남편이 직장에서 받아오는 배급표로 온 식구가 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남편에게 복종하면서 사는 것이 몸에 배였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와서까지 그렇게 살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한국에 정착하는 속도가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여성분들이 정착을 훨씬 더 빨리 잘 하시는 것 같아요.

마순희: 맞아요. 그리고 아무리 마음이 맞지 않는 부부라도 식구들이나 친척들 지인들의 눈치가 보여서라도 참고 살아오다가 아무도 모르는 곳에 왔으니 그런 부담이 적어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합니다.

이예진: 네. 그리고 남한 분들이 안 맞으면 참고 사는 게 아니라 이혼을 하니까요. 결혼한 지 1~2년 만에도 이혼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탈북여성들도 안 참아도 되는구나 하는 분들이 늘어난 것도 한 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 살던 곳만 바뀌어도 적응하느라 개인적인 스트레스가 클 텐데, 탈북자 분들은 체제가 바뀌고 사는 방식이 바뀌니 가족끼리 부딪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마순희: 맞는 말씀입니다. 낯선 땅에서 정착하면서 사람마다 정착속도가 다 같은 것은 아니더라고요. 살아온 환경의 차이도 있고 남녀의 차이도 있고 또 세대들 간에도 차이가 많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부딪치기 일쑤였습니다. 사실 명절이나 기념일 때마다 혼자라는 것이 서러워서 마음 아파하는 분들도 있지만 함께 한국에 온 가족들끼리 서로 말도 하지 않고 남보다 못하게 지내는 사람들은 차라리 혼자인 것이 낫겠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어떤 선택을 하고 살든지 장단점은 다 있는 것 같습니다.

저의 집만 보더라도 저와 세 딸들 사이에 처음에는 갈등도 많았고 얼굴 붉히는 일도 많았습니다. 가장 한심한 사람이 저였던 것 같습니다.

이예진: 왜요?

마순희: 저는 처음에 자본주의에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거기다 치마는 왜 그렇게 짧냐, 화장은 너무 진하지 않은지, 밤에는 일찍 일찍 들어오라는 등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가 다 잔소리였으니 애들이 엄마를 좋아할 리가 있었겠습니까? 하지만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주더라고요. 조금씩 정착해 가면서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서로서로 주변사람들도 돌아보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사실 너무 힘들면 다른 사람 생각할 여유가 없다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가족 사이는 그 무엇으로도 갈라놓을 수 없는 끈끈한 정이라는 게 있으니까 기대하는 바도 역시 남보다 큰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들 사이의 조그마한 단점도 더 크게 보이고 염려해서 하는 한 마디, 한마디도 더 큰 상처로 다가오기도 하지요. 좋으면 좋은 대로, 힘들면 힘든 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이겨내면서 살아가는 게 가족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예진: 가족, 특히 자녀들과의 관계도 한국에 오면 선생님처럼 재정비를 해야 하더라고요. 다음 시간에는 자녀와의 갈등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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